식약처 “기준 초과 미생물 검출은 처분 대상”···조만간 처분 확정, 감기약 유예 확인
유예 근거 행정기본법 규정, ‘공익 위해 필요한 경우’···리베이트 안국약품도 혜택 받아
유예 반대론자 “불법 업체 처분 당연”···유예론자 “감기 환자 치료 중요, 특혜 아냐”
[시사저널e=이상구 의약전문기자] 예상대로 동아제약 ‘챔프시럽’과 대원제약 ‘콜대원키즈펜시럽’ 제조와 판매중지가 해제됐다. 반면 챔프시럽에 대한 행정처분은 발표되지 않았다. 정부는 감기약 생산증대를 위해 행정처분을 유예한다는 입장을 확인하고 있어 처분 여부에 관계없이 챔프시럽 판매는 지속될 전망이다. 이에 감기약 생산업체에 대한 특혜 소지가 있으며 원칙을 지켜야 한다는 비판도 제기된다.
식품의약품안전처는 동아제약 챔프시럽과 대원제약 콜대원키즈펜시럽에 대한 제조·판매 중지 조치를 해제했다고 10일 밝혔다. 앞서 식약처는 지난 4~5월 갈변현상과 미생물한도시험 부적합이 확인된 챔프시럽과 상분리 현상이 발생한 콜대원키즈펜시럽의 전체 제조번호 제품에 대해 회수토록 권고하고 원인 분석과 제제 개선 조치가 완료될 때까지 제조·판매 중지 조치를 한 바 있다.
이에 각 업체는 제품 회수를 완료하고 문제 발생 원인 분석과 제제 개선 조치를 실시해 그 결과와 입증자료를 식약처에 제출했다. 식약처는 이를 검토한 결과 타당한 것으로 판단, 관련 조치 해제를 결정했다.
식약처에 따르면 동아제약은 챔프시럽 갈변현상이 제품에 함유된 감미제가 갈변반응(카라멜화 반응, 마이야르 반응)을 일으켜 발생한 것으로 확인했다. 또 기준을 초과한 미생물이 검출된 것은 감미제로 사용한 D-소르비톨액에서 기인한 진균이 제품 자체의 낮은 보존력으로 인해 증식해 발생한 것으로 파악했다.
이와 관련, 식약처는 동아제약의 기준을 초과한 미생물 검출은 행정처분 대상이라고 확인했다. 조만간 동아제약 대상 처분이 최종 확정된다는 것이 식약처 입장이다. 참고로 의약품안전나라 사이트의 행정처분정보에는 이날 오후 4시 현재 동아제약 건이 올라 있지 않은 상태다.
특히 식약처는 감기약의 경우 행정처분을 유예하고 있다는 입장을 밝혔다. 식약처 관계자는 “코로나19 증상 완화에 사용되는 감기약 생산증대를 위해 2022년 3월부터 감기약에 대해서는 행정처분을 유예하거나 업무정지 처분에 갈음해 과징금으로 대체할 수 있도록 허용해 왔다”고 설명했다. 처분 유예 등 감기약 생산증대 지원 방안을 당시 관련 협회를 통해 업계에 공지했다는 것이 식약처 설명이다.
정책의 법적 근거와 관련, 식약처는 행정기본법에 규정됐다고 밝혔다. 실제 행정기본법 제19조 제1항 제3호는 행정청이 ‘중대한 공익을 위해 필요한 경우’ 적법한 처분 전부 또는 일부를 장래를 향해 철회할 수 있다고 규정해 놓았다. 식약처 관계자는 “감기약에 대한 행정처분 유예 정책을 언제까지 시행할지는 결정되지 않았다”고 말했다.
이같은 식약처 입장에 대해 제약업계에서는 이해할 수 없다는 반응도 나왔다. 실제 식약처는 의사 85명에게 89억원 상당 리베이트를 제공한 혐의로 안국약품 82개 품목에 대해 3개월 판매정지 처분을 지난해 11월 내렸지만 이중 감기약 6종은 행정처분이 유예된 바 있다. 감기약은 아니지만 최근 치매 치료제 용기에 고혈압 치료제 라벨을 잘못 붙인 현대약품에 해당 품목 제조업무정지 1개월 행정처분을 한 식약처 정책도 비판을 받고 있다.
제약업계 관계자는 “적발 당시 전체 제약업계에 피해를 줬던 현대약품에 대한 솜방망이 처분”이라며 “처분 개시 전 해당 품목을 의약품 유통업체에 밀어넣기 하면 아무 효과 없는 정책이 제조정지 1개월”이라고 비판했다.
또 다른 제약업계 관계자는 “공급부족에 시달리는 감기약 생산업체를 지원하고 배려하기 위한 정책이 행정처분 유예인 것은 이해한다”면서 “하지만 매번 규정과 원칙을 강조하던 정부는 원칙에 따라 불법을 저지른 업체에 대해 행정처분을 시행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반면 동아제약을 옹호하는 제약업계 관계자들은 처분 유예가 감기약 공급을 원활하게 진행하려는 정책의 일환일 뿐 특혜는 아니라는 주장을 내놓고 있다. 제약업계 관계자는 “처분 유예는 지난해 3월부터 시행됐기 때문에 동아제약 사태와는 무관하다”며 “동아제약을 안국약품과 비교하는 것도 어불성설이며 특혜로 판단할 근거가 부족하다”고 반박했다.
또 다른 제약업계 관계자는 “최근 감기약을 접하지 않았던 국민들은 동아제약이 특혜를 받는다고 볼 수도 있지만 당장 발등에 떨어진 공급부족 해결도 중요하다”며 “일단 감기 환자들을 챔프시럽으로 치료한 후 차분하게 합리적 정책을 생각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결국 식약처의 감기약 생산업체에 대한 행정처분 유예로 안국약품 등 일부 제약사가 혜택을 받은 것으로 파악됐다. 조만간 동아제약에 대한 처분이 확정되면 역시 유예 가능성이 예상된다. 현실적으로 감기약 공급부족을 해결하기 위해 처분 유예를 계속 진행할지 아니면 원칙에 따라 처분을 시행할지 식약처 움직임에 관심이 집중될 전망이다.
제약업계 관계자는 “대형규모인 동아제약 어린이 해열제에 문제가 발생하며 사안이 커졌고 감기 환자들이 제 때 공급받지 못했다”라며 “관련 규정에 나온 ‘공익’을 식약처가 합리적으로 판단해 결정하길 바란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