팹리스 업체에 연이어 투자
SDV 전환 흐름에 자체 설계 능력 필요
배터리 쪽에도 관심
전고체 배터리 등 차세대 배터리 개발에 투자
[시사저널e=유주엽 기자] 현대자동차가 반도체와 배터리 투자를 이어가고 있다. 다만 내재화 방향은 다른 모습이다. 반도체는 생산시설까지는 고려하지 않지만 배터리는 생산 가능성도 제기된다.
10일 업계에 따르면 최근 현대차가 반도체에 투자하며 공급망 구축을 비롯해 설계 능력 확보 강화에 나섰다. 향후 자체 소프트웨어 플랫폼 등을 갖추기 위해 반도체 역시 자체적으로 설계할 필요가 있기 때문이다.
완성차 업체들이 SDV(Software Defined Vehicle) 업체로 전환 중인데 소프트웨어 기술력이 없는 경우 기존 완성차 업체는 단순 제조사로 전락할 것이란 전망이 나오면서 이에 대응하려는 것으로 풀이된다. 흔히 설계를 하는 애플과 조립을 담당하는 폭스콘의 관계로 비유되는데, 현대차가 폭스콘이 아닌 고부가가치를 생산하는 애플이 되기 위해 반도체 자체 설계 능력이 필요하다.
현대차는 반도체 설계 팹리스에 투자를 이어가고 있다. 이달 3일 ‘텐스토렌트’에 5000만달러(한화 약 642억원)를 투자했다. 텐스토렌트는 인공지능(AI) 관련 반도체를 주로 설계하는 업체다. 향후 자율주행차를 비롯해 로보틱스, 미래항공모빌리티(AAM) 등 미래 모빌리티에 들어가는 반도체를 공동 개발할 계획이다.
또 지난 6월 스타트업 ‘보스반도체’에 20억원을 투자했다. 보스반도체는 고성능 저전력 반도체를 주로 설계한다. 앞서 현대차는 지난해 8월에도 보스반도체에 투자한 바 있다. 초기 투자 금액은 정확하게 알려지지 않았다.
현대차는 반도체 자체 생산 가능성은 낮은 것으로 전해진다. 반도체 생산 시설을 구축하려면 조 단위의 막대한 투자 비용이 든다. 당장 SDV란 큰 목표보다 전기차 업체로 전환이하며 반도체 생산에 나설 가능성은 낮단 분석이다. 현대모비스도 현재 차량용 시스템 반도체 설계·개발에 집중하고 있다. 현대모비스는 지난 2020년 현대오트론의 반도체 사업 부문을 인수했다.
배터리는 반도체와 상황이 다르다. 배터리 직접 생산 가능성도 제기된다. 향후 전고체 배터리 등 차세대 배터리 개발에 성공할 경우, 공장 설립도 가능하단 것이다. 현대모비스는 배터리셀을 패킹하는 기술을 갖췄다. 차세대 배터리셀 개발에 성공한다면, 직접 생산에 나서 배터리 업체 의존도를 낮출 수 있다.
배터리는 셀->모듈->팩 단위로 커진다. LG에너지솔루션 등 주요 배터리 업체가 주목받는 것은 셀 생산 능력 때문이다. 현대모비스는 이런 셀들을 모아 패킹하고, BMS(Battery Management System) 등을 장착해 전기차에 탑재한다.
현대차는 배터리 셀 개발에 투자하고 있다. 지난달 서울대학교와 협업해 배터리 공동 연구센터를 개관했다. 해당 센터에선 리튬메탈 배터리, 전고체 배터리 등 차세대 배터리가 개발된다. 센터엔 셀 제조 장비가 구축됐다. 또한 의왕연구소에 차세대 배터리 연구동을 짓고 있다. 배터리 연구동은 내년 완공을 앞두고 있다.
배터리 자제 생산 의지는 합작법인 형태에서도 가늠할 수 있다. 현대차그룹(현대모비스 포함)은 LG에너지솔루션, SK온 등과 합작법인을 설립해 배터리셀 공장을 설립하고 있다. 지분은 50:50이다.
앞서 현대차는 LG에너지솔루션과 합작해 인도네시아에 배터리셀 공장 설립에 나섰다. 인도네시아 공장은 내년 상반기 양산에 들어간다. 또 올해 4월엔 SK온, 5월엔 LG에너지솔루션과 함께 북미지역에 배터리셀 공장을 세우기로 했다.
전문가들도 비슷한 입장을 전한다. 이항구 산업연구원은 “이미 글로벌 완성차 업체 대부분이 배터리 내재화를 선포했다”며 “차세대 배터리 개발에만 성공한다면 자체적으로 생산하려고 할 것이다”고 말했다. 이어 “다만 반도체는 설비 시설을 구축하는 데 비용이 많이 든다”며 “당장 투자할 곳이 많은 상황에서 직접 생산까지 바라보긴 어려운 상황”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