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여행 증가·소비 침체로 명품 수요 감소···오픈런도 사라져
백화점 3사 '마뗑킴' 등 K패션 브랜드 유치 속도

서울시 중구 소공동에 위치한 롯데백화점 본점 마뗑킴 매장에서 고객이 구경하고 있다.
서울시 중구 소공동에 위치한 롯데백화점 본점 마뗑킴 매장에서 고객이 구경하고 있다. / 사진=롯데백화점

[시사저널e=이숙영 기자] 코로나19 기간 동안 증가했던 명품 수요가 올해 엔데믹 전환으로 한풀 꺾인 가운데 롯데·신세계·현대백화점 3사가 ‘K패션’으로 눈을 돌리고 있다. ‘마뗑킴’ ‘마르디 메크르디’ ‘시에’ 등 토종 신진 패션 브랜드를 유치하고 국내 고객과 외국인 관광객을 동시에 잡는다는 복안이다.

9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샤넬코리아는 지난달 10일 국내 백화점에서 운영해 온 영업 시간 전 사전 접수제도를 폐지했다. 사넬은 현장 고객 수요 감소로 ‘오픈런(인기 제품을 위해 매장 오픈 전부터 줄을 서는 것)’을 없앤 것으로 분석된다. 

샤넬뿐만이 아니다. 스위스 명품 시계 브랜드 롤렉스도 전국에 온라인 예약 방식을 도입해 오픈런을 축소했다. 기존에는 현장 대기, 전화 등으로 예약을 했지만 지난달부터는 온라인으로 예약을 진행하고 있다. 일부 매장에서만 현장 접수 방식을 유지키로 했다. 

오픈런이 사라지는 이유는 명품 수요 감소 때문이다. 실제로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올해 1월 백화점 명품 매출은 전년 동월 대비 7.2% 감소했다. 지난해 한 해 동안 백화점 매출 증가율은 두 자릿수를 유지했지만 올해는 지난 6월까지 매출 증가율이 5%를 넘은 적이 없다. 

엔데믹 전환으로 해외여행을 가는 사람이 증가하며, 해외여행 대신 명품을 구매하는 보복소비 행태가 크게 줄은 것이 명품 수요 감소에 주효했다. 고물가로 인해 소비 침체 기조가 확대된 것도 영향을 미친 것으로 분석된다. 

백화점 명품 매출증감률 추이. / 그래픽=김은실 디자이너

백화점은 명품 인기로 수혜를 본 대표적인 산업이다. 명품을 구매하려는 사람들이 증가하며 백화점에 유입되는 고객도 많아졌다. 이에 백화점 3사는 앞다퉈 에르메스·루이비통·샤넬 등의 명품을 유치코자 경쟁했다. 

하지만 올해 명품 인기가 줄어들자 백화점에서는 새롭게 고객을 유인할 대안을 찾아 나섰다. 그 대안이 바로 K패션이다. MZ세대에게 인기가 많은 국내 신진 디자이너 브랜드를 유치해 젊은 고객을 끌어모은다는 전략을 세웠다.

신진 디자이너 브랜드는 대체로 온라인을 중심으로 성장해 오프라인 점포가 드문 편이다. 이에 백화점들은 디자이너 브랜드의 오프라인 점포를 유치하면 MZ세대의 방문이 늘어날 뿐 아니라 K패션에 관심이 많은 외국인 관광객도 사로잡을 수 있을 것으로 봤다. 

올해 국내 주요 백화점 3사는 K패션 브랜드 유치에 속도를 내고 있다. 먼저 현대백화점은 이른바 ‘팝업 성지’로 불리는 여의도 더현대서울과 판교점을 중심으로 K-패션브랜드 팝업스토어를 선보이고, 그중 인기를 끈 브랜드를 입점시키고 있다.

현대백화점은 지난해 1월 판교점에서 업계 최초로 K패션 브랜드 시에의 팝업 행사를 선보였다. 시에는 1주일간 동안 6억원에 매출을 올리며 흥행했다. 이에 현대백화점은 같은 해 8월 시에를 상시 매장으로 오픈했다.

올해 1월에는 업계 최초로 마뗑킴을 개점했다. 마뗑킴은 오픈 첫날부터 오픈런 현상을 보이더니, 3일 만에 3억원 이상 매출을 올려 화제가 됐다. 현대백화점에 따르면 마뗑킴은 월 평균 6억원 이상의 매출을 달성하고 있다.

현대백화점 '시에' 매장
현대백화점 '시에' 매장. / 사진=현대백화점

롯데백화점은 올해 6월을 기점으로 K패션 브랜드를 대거 선보이고 있다. 롯데백화점은 6월 한달 동안만 3개의 K패션 브랜드 매장을 열었다. 올해 6월 2일 잠실 롯데월드몰에 ‘아더에러’ 플러그샵을 오픈했고, 같은 달 16일 롯데백화점 본점에 마뗑킴 매장을 열었다.

이어 6월 30일에는 잠실 롯데월드몰에 ‘마르디 메크르디’의 매장을 열었다. 이번 매장은 마르디 메크르디의 국내 3호이자 유통사 1호 매장이다. 롯데백화점은 브랜드 유치를 위해 3년간 공을 들이고 치열한 경쟁을 치룬 끝에 유통사 1호 매장을 차지했다고 강조했다.

롯데백화점은 8월 11일 본점에 ‘앤더슨벨’ 시그니처 매장 오픈도 앞두고 있다. 앤더슨벨은 2014년 한국에서 론칭된 브랜드로, 밀라노 패션위크 참여 등으로 해외에서 유명세를 떨친 브랜드다. 롯데백화점은 본점에 앤더슨벨 매장을 오픈해 국내외 고객을 모두 정조준한다는 방침이다. 

신세계백화점은 '뉴 컨템포러리 전문관'으로 신진 브랜드를 선보이고 있다. 신세계백화점은 지난해 8월 강남점 5층을 리뉴얼해 '렉토' '던스트' 등 토종 브랜드 중심의 전문관을 조성했다. 이 리뉴얼로 3개월 만에 매출이 30% 증가했으며, 방문 고객 연령대가 낮아졌다. 

이같은 성과에 신세계백화점은 올해 8월 중순 부산 센텀시티점에서도 신진 브랜드 중심의 뉴 컨템포러리 전문관 오픈을 계획하고 있다. 이외에도 부산 2개점에서 아더에러 매장을 운영 중이며, 오는 10월에는 신세계백화점 기준 처음으로 광주점에 마뗑킴을 오픈할 예정이다. 

신세계백화점은 토종 신진브랜드 육성에도 관심을 기울이고 있다. 신세계백화점은 올해 5월 K패션 중개 플랫폼 ‘케이패션82’을 선보였다. 국내 신진 디자이너와 패션 브랜드의 해외 수출을 돕는 플랫폼으로 결제와 해외 물류 대행 서비스 등을 제공한다. 

신세계백화점이 패션 브랜드 육성에 관심을 보이는 이유 중 하나는 신세계인터내셔날에서 K패션 브랜드를 보유하고 있기 때문으로 관측된다. 신세계인터는 최근 스튜디오톰보이, 보브, 지컷 등을 보유한 자회사 신세계톰보이를 K패션 전문기업으로 키우겠다고 밝힌 바 있다. 

신세계백화점 관계자는 "신세계백화점은 신진 디자이너 브랜드 전문관을 통해 K패션 브랜드를 선보이고 있다"며 "패션 중개 플랫폼 케이패션82은 K패션 브랜드를 인큐베이팅을 하는 개념으로, K패션 브랜드와의 상생을 고려한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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