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풍 카눈에 ‘제25회 세계스카우트잼버리’ 새만금 야영장 조기 퇴영 결정
잼버리 참여업체 “안 좋은 면만 부각되고 조기 철수···아쉬움 커”

지난 5일 전북 부안군 새만금 세계스카우트잼버리 대회장에 배치된 냉동차량에서 참가자들이 얼음물을 받아가고 있다. / 사진=연합뉴스

[시사저널e=이숙영 기자] 연일 논란에 섰던 ‘새만금 잼버리’가 결국 조기 철수를 결정했다. 국제적 행사 지원이라는 공익적 목적과 함께 홍보 효과를 노리고 새만금 잼버리에 참여했던 국내 기업들은 비판만 받고 이를 만회할 기회도 얻지 못한 채 후원을 종료할 전망이다. 

7일 세계스카우트연맹은 ‘제25회 세계스카우트잼버리’의 조기 퇴영을 결정했다. 이번 잼버리는 시작부터 폭염으로 인한 온열 질환자 속출과 부실식사, 바가지 가격 논란 등으로 여론의 뭇매를 받아왔다. 

정부와 세계스카우트연맹은 ‘최악의 잼버리’라는 비판에도 꿋꿋이 행사를 진행했지만, 북상 중인 제 6호 태풍 ‘카눈’에 결국 뜻을 접었다. 새만금 잼버리 야영장은 농업 용지로 조성돼 물빠짐이 어려워 태풍이 올 경우 침수될 가능성이 높다.

세계스카우트연맹의 요청에 따라 잼버리 참가 대원들은 다른 지역 대학 기숙사, 체육관 등으로 숙소를 옮긴다. 숙소를 옮긴 뒤에는 서울을 비롯한 수도권 등에서 남은 일정을 소화한다는 방침이다. 이미 지난 6일 영국·미국 등의 대표단이 야영장에서 철수해 장소를 옮겼다.

잼버리 조기 철수에 참여 기업들은 망연자실한 상태다. 이번 새만금 잼버리를 위해 오랜 시간 공을 들여온 데다가 열악한 환경으로 인한 문제도 감수하며 사업을 전개해왔으나, 결국 조기 철수로 기대했던 홍보 효과는 보지 못한 채 행사가 종료되기 때문이다.

업계 관계자는 “새만금 잼버리가 야외 행사인만큼 어느 정도 어려움은 있을 것이라 예상했지만, 이렇게(조기 퇴소) 될 줄은 몰랐다”며 당혹스러움을 표현했다. 

지난달 12일 전북 부안군 새만금 잼버리 야영장 부지에서 구지은(가운데) 아워홈 부회장과 최창행 새만금 잼버리 조직위원회 사무총장(오른쪽부터 세번째) 등 주요 관계자들이 식음서비스 준비 상황에 대해 논의하고 있다. / 사진=아워홈

이번 새만금 잼버리에는 국내 다양한 식음료업체들이 참여했다. 아워홈, 하림, HBAF, 동아오츠카, CJ제일제당, 오뚜기, 매일유업 등이 대표적이다.

이들 기업은 후원을 통한 기업 이미지와 제품에 대한 홍보 효과를 기대했다. 특히 전 세계 청소년들이 모이는 잼버리 특성 상 글로벌 홍보가 가능할 것으로 봤다. 

기대와 달리 새만금 잼버리는 폭염, 운영 미숙 등으로 인해 역대 최악의 잼버리로 전락했다. 후원사로 참여한 기업들에게서도 연일 논란이 터져 이미지에 타격이 갔다. 

아워홈은 지난 2일 도시락에 들어간 구운 달걀에서 곰팡이가 발견돼 논란이 일었다. 1만9000개의 달걀 중 7개에서 곰팡이가 발견됐다. 아워홈은 상한 제품은 잼버리 참가자의 섭취 없이 모두 회수했다고 밝혔다. 

하림은 새만금 잼버리 온열질환자가 속출하는 가운데 잼버리 참가자들의 '하림푸드로드' 프로그램 체험 내용을 홍보 자료를 배포해 비판을 받았다. 식음료업체 외에 편의점 운영을 맡은 GS리테일도 제품을 시중보다 비싸게 판매해 바가지 가격 논란에 휩싸였다.

새만금 잼버리에 연일 문제가 터지자 지난 주말 삼성, LG를 비롯한 국내 기업들이 움직였다. 기업들은 생수와 쿨스카프, 냉동탑차, 선크림 등을 추가 지원하며 새만금 잼버리 살리기에 나섰다. 아워홈에서는 구지은 부회장이 직접 현장으로 가 문제수습에 앞장서기도 했다.   

이같은 노력에 새만금 잼버리 상황도 차차 정상화 되던 중이었다. 청소인력이 늘어나며 화장실, 샤워장 등이 깨끗해지고 냉방버스가 늘며 잼버리 참가자들의 냉방 문제도 나아졌다.  

이에 기업들도 남은 기간 동안 문제 없이 행사를 종료하고 예상했던 홍보 효과를 일부 볼 수 있을 것으로 기대했다. 지난 1일 시작된 새만금 잼버리는 12일 종료 예정으로, 현재까지 일정의 절반 정도를 수행한 상황이었다.

그러나 그간의 실수를 만회할 기회도 없이 이날 야영장 조기 철수 소식이 전해졌다. 업계 관계자는 “공익적인 목적으로 참여한 부분도 있는데 잼버리가 안 좋은 쪽만 부각되고 철수가 결정돼 아쉬움이 크다”고 말했다.

기업들은 이번 새만금 잼버리에 수억원을 투입했다. 예컨대 하림은 5억원 상당의 닭고기를 지원키로 했고, GS리테일은 갯벌인 새만금 일대에 물건을 옮기기 위해 특수 장비를 동원하고 수억원의 냉동 컨테이너 비용을 들였다. 

하지만 새만금 잼버리 논란으로 기업들은 행사 기간 보도자료 배포도 자유롭게 하지 못했다. 이에 더해 야영장 철수가 결정되며 결국 국내 기업들은 기대했던 홍보 효과 등 이점은 하나도 취하지 못한 채 못하고 기업 이미지에만 타격을 입었다. 

기존 후원사들의 잼버리 후원 지속 여부는 불투명한 상황이다. 오는 8일 개최하려 했던 하림의 '빅 디너' 행사 진행 여부도 미정이다. 아워홈, 하림 등은 이날 야영지 조기 철수가 결정된 만큼 아직 내부적으로 어떻게 할지 정해진 것이 없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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