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사태 이전 복귀+어린이 대상 유행 여파···작년 3000만원대 처방서 올해 102억원으로 성장
非독감시즌 4월과 5월 16·26억원 처방···한국로슈와 한미약품, 57·22억원 처방 집계
타미플루도 늘었지만 국내 제약사 독감약 처방 증가···독감유행 지속 전망에 매출 변동 주목
[시사저널e=이상구 의약전문기자] 올 상반기 인플루엔자(독감) 유행으로 인해 먹는 독감치료제 원외처방금액이 100억원을 넘은 것으로 파악됐다. 지난해 상반기 3000만원대 처방액에 비해 급증한 규모다. 코로나19 사태 이전으로 복귀하며 그동안 독감에 노출되지 않았던 어린이 중심 유행 탓으로 분석된다. 이같은 상황에서 한국로슈와 한미약품, 코오롱제약, 유한양행 품목 처방이 많은 것으로 집계됐다.
31일 질병관리청에 따르면 올해 29주차(7월 16~22일) 독감 의사환자분율은 외래 1000명 당 17.3명이다. 전주의 16.9명 대비 높아진 수치다. 올 26주차 16.1명에서 27주차 16.3명, 28주차 16.9명, 29주차 17.3명으로 4주 연속 증가세가 지속됐다. 참고로 독감 의사환자는 체온 38도 이상 갑작스러운 발열과 기침 또는 인후통을 보이는 사람을 지칭한다. 가장 최근 기록인 29주차 17.3명은 독감 유행기준인 4.9명의 3.5배에 이른다.
이번 독감 유행과 관련, 의료계는 최근 수년간 독감 대신 코로나가 유행한 것과 관련 있다고 밝혔다. 천은미 이대목동병원 호흡기내과 교수는 “최근 3년간 손 씻기 생활화 등 개인 위생관리 강화로 인해 독감 환자가 급감하면서 성인에 비해 상대적으로 어린이들은 독감에 대한 면역이 형성되지 않았다”라며 “이같은 상황에서 코로나가 가라앉고 독감 바이러스가 확산되면서 면역이 없던 초등학생과 중학생을 중심으로 독감이 유행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처럼 이례적으로 여름독감이 확산되는 상황에서 업계는 독감치료제 판매 상황을 주목하는 추세다. 관련업계에 따르면 독감치료제는 먹는 약인 ‘오셀타미비르’ 성분 제제와 흡입 약 ‘자나미비르’ 성분 제제, 주사제인 ‘페라미비르’ 성분 제제로 구분된다. 구체적으로 오셀타미비르 제제는 5일간 먹는다. 페라미비르 제제는 1회 정맥주사로 치료한다. 오셀타미비르는 국내에서 독감치료제로 가장 많이 사용되는 성분으로 파악된다.
이에 시사저널e가 제약사들로부터 입수한 의약품 시장조사기관 ‘유비스트’ 자료에 따르면 올 상반기 오셀타미비르 제제 처방실적은 102억원으로 집계됐다. 앞서 지난해 상반기 오셀타미비르 제제 처방액은 3000만원대로 알려졌다. 즉 코로나 사태 이전으로 복귀하며 독감 환자가 늘었고 여기에 어린이 대상 유행이 겹치며 비독감시즌에도 먹는 독감치료제 처방이 지속된 것으로 분석된다. 실제 월별로 분석하면 1월 39억원, 2월 6억원, 3월 6억원으로 집계됐다. 통상 업계가 일컫는 ‘독감시즌’이 종료된 이후인 4월 16억원 처방을 올려 예년과 다른 상황임을 입증했다, 이어 5월에는 26억원 처방을 기록했다. 6월에는 8억원으로 집계됐다.
제약업계 관계자는 “독감 발생 기간은 매년 9월부터 이듬해 3월까지이고 이중 독감 환자 수가 집중되는 기간은 11월부터 1월까지인데 올해 상황이 특수하다는 점이 처방실적으로도 확인됐다”고 말했다. 또 다른 제약업계 관계자는 “오셀타미비르 제제는 지난해 4분기 처방액이 100억원대를 기록하며 사실상 코로나 이전으로 복귀했으며 올 4월 이후는 어린이 대상 독감 유행이 지속되며 처방이 이어지는 상황”으로 정리했다.
상반기 먹는 독감치료제 처방 실적을 제약사별로 보면 한국로슈와 한미약품, 코오롱제약, 유한양행 순이다. 우선 한국로슈 ‘타미플루’는 지난해 상반기 처방액이 3000만원대로 추산되며 먹는 독감치료제 시장 대부분을 점유했다. 반면 올 상반기에는 57억원 처방을 달성한 상황이다. 제약업계 관계자는 “지난해 상반기는 전체 먹는 독감치료제 처방도 매우 적었고 그 대부분이 타미플루에 몰린 반면 올 상반기는 국내 제약사 품목 처방이 늘었고 비중도 증가한 것이 특징”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한미약품 ‘한미플루’의 경우 역시 지난해 상반기 500만원대 처방액이 올해 22억원으로 성장했다. 한미플루는 한미플루캡슐 30mg과 45mg, 75mg 등 캡슐 3가지 함량과 한미플루현탁용분말 6mg/mL 50mL로 구성돼있다. 제약업계 관계자는 “한미플루는 타미플루에 이어 2위권을 유지해왔기 때문에 먹는 독감치료제 시장의 빅2로 보면 된다”고 말했다. 이어 코오롱제약 ‘코미플루’와 유한양행 ‘유한엔플루’가 올 상반기 각각 6억원과 3억원 처방을 기록했다.
결국 오리지널인 한국로슈 타미플루 판매도 늘었지만 국내 제약사의 먹는 독감치료제 처방이 올 상반기 늘어난 것으로 분석됐다. 감염병 전문가들 예상대로 당분간 독감유행이 지속되면 국내 제약사 해당 제품 매출에 영향을 줄 전망이다. 제약업계 관계자는 “올해는 독감시즌과 비독감시즌 구분 없이 9월로 접어들 가능성이 있다”며 “독감 유행에 코로나까지 확산되고 있어 휴가 종료 후 복귀하는 제약사들이 분주할 것”으로 예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