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지부, 간담회 통해 일반약 가격 인상 자제 당부···상반기 일부 일반약 10-20% 가격 올라
간담회 후 동화약품 ‘후시딘’ 가격 인상 알려져···동화 “인상 여부 심사숙고” 밝혀
업계 일각 “후속 조치 가능성”···제약업계 “쉽게 결정 못할 사안, 일부 제약사 눈치 봐”
[시사저널e=이상구 의약전문기자] 정부가 제약사들에게 일반의약품 가격 인상 자제를 권유하고 있다. 하지만 일반약을 제조하는 제약사들은 원부자재 가격 인상 등 요인을 안고 있어 어쩔 수 없이 약가를 올릴 수밖에 없다고 호소하고 있다.
26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보건복지부는 제약사들에게 일반약 가격 인상 자제를 당부하고 있다. 실제 이달 중순 박민수 복지부 제2차관이 관련 기관 및 단체들과 개최한 간담회에서 일반약 가격 인상을 논의하고 가격 인상이 국민에게 큰 부담이 되지 않도록 업체의 자체적 노력을 요청한 바 있다.
정부가 이처럼 일반약 가격 인상을 심각하게 판단하는 것은 일부 제약사들이 올 상반기 약가 인상을 단행했기 때문이다. 대부분 10%에서 20% 가량 가격을 올린 것으로 파악된다. 제약업계 관계자는 “복지부는 ‘자제’ 표현을 사용하며 국민 부담 최소화 차원에서 제약사 노력을 당부하고 있다”며 “보건의료 정책을 집행하는 담당 부처 요청을 압박으로 받아들이는 업체도 있는 분위기”라고 전했다.
실제 복지부의 가격 인상 자제 권유에 제약사들은 부담을 느끼고 있다고 토로하면서 어쩔 수 없는 선택이라는 점을 강조한다. 제약업계 관계자는 “전문의약품 약가를 인하하고 일반약 가격 인상을 가능한 자제시키는 것이 정부 역할인 것은 인정한다”면서도 “하지만 원부자재 가격이 급속하게 상승하고 특히 원료의약품 수급이 불안한 상태에서 인건비와 운송비 증가, 물가상승률을 감안해야 하는 것이 일반약 제조사들의 공통 상황”이라고 강조했다.
또 다른 제약업계 관계자는 “최근 수년 동안 일반약 가격 인상 요인이 많았지만 제약사들은 정부 표현대로 자제하면서 상황 호전을 기대해왔다”라며 “그동안 버텼던 제약사들이 상황 악화로 올해 들어 일반약 가격을 올린 것”이라고 설명했다. 업계에 따르면 올 1월 한독 케토톱을 시작으로 한국존슨앤존슨 타이레놀500mg 8정, 일동제약 아로나민 골드, 아로나민 실버 프리미엄, 동아제약 가그린, 대웅제약 베아제10T, 닥터베이제10T, 현대약품 버물리, 동국제약 판시딜, 치센, 동화약품 잇치, 노스카나겔 등이 가격을 인상한 것으로 파악됐다.
공교롭게 동화약품의 경우 박민수 차관 간담회 이후 상처치료제 ‘후시딘’ 가격을 인상할 방침이 알려져 주목 받은 바 있다. 이와 관련, 동화약품 관계자는 “오는 10월로 계획한 후시딘 가격 인상에 대해 심사숙고 중”이라고 확인했다. 제약업계 관계자는 “동화약품이 올 들어 몇몇 일반약 가격을 올렸거나 검토하는 것은 맞지만 이로 인해 수익성에서 특별히 나아지는 부분이 없는 것으로 알고 있다”며 “최근 수년간 가격 인상을 자제했기 때문”이라고 전했다.
제약업계는 최근 일반약 가격 인상이 구조적 문제이기 때문에 당분간 이같은 흐름이 이어질 것으로 예상하면서도 업계 일각은 혹시 모를 정부 조치 가능성을 주목하고 있다. 제약업계 관계자는 “박 차관 간담회가 개최된 지 보름 가량 경과됐다”며 “정부 차원 후속 조치 가능성을 완전하게 배제할 수 없다”고 말했다.
하지만 반대 전망도 적지 않다. 이미 자제 권유를 발표한 복지부의 추가 조치가 쉽지 않다는 지적이다. 또 다른 제약업계 관계자는 “복지부도 이제는 제약사들이 고육지책으로 일반약 가격을 올린 상황을 분석했다”며 “일반약 가격은 제약사 뿐만 아니라 약사들과도 연결된 사안이어서 쉽게 결정할 사안은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결국 일반약 가격 인상 자제를 권유하는 정부와 인상 요인이 누적된 상황이라는 제약업계 입장이 평행선을 달리고 있다. 자체적으로 가격 인상을 검토해왔던 제약사들이 올 하반기 어떤 정책을 펼칠지도 관심사다. 제약업계 관계자는 “여러 정황으로 일반약 가격에 관심을 갖는 정부를 이해하지만 다른 품목과 일반약은 다른 사례”라면서 “내부적으로만 가격 인상을 검토했던 일부 제약사가 정부 방침에 맞서는 모습이 부담스러워 눈치 보는 상황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