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폴란드 경협 외연 확대···배터리업계, 폴란드 공장 신·증설 늘어날 전망
지리적 이점·저렴한 인건비·투자인센티브 장점
[시사저널e=정용석 기자] 윤석열 대통령이 폴란드 국빈급 공식 방문을 통해 통상·투자 협력 확대를 선언하면서 국내 배터리업계의 폴란드 진출이 가속화될 것으로 예상된다. LG에너지솔루션, LS전선, SK아이이테크놀로지(SKIET) 등 배터리업체들은 그간 폴란드를 유럽 거점으로 삼고 집중적으로 투자해왔는데, 이번 협력을 계기로 유럽 투자 규모가 확대될 것으로 업계에선 기대하고 있다.
14일 산업통상자원부와 폴란드 경제개발기술부에 따르면 한국과 폴란드 양국은 무역투자촉진프레임워크(TIPF) 양해각서(MOU)를 체결했다. 양국은 TIPF MOU를 바탕으로 원전, 방산, 인프라 사업과 같은 전략적인 분야로 양국 협력을 확대해나가기로 했다.
배터리 분야 협력도 강화한다. 한국배터리산업협회와 폴란드 자동차산업협회도 MOU를 맺기로 했다. 폴란드가 유럽 전기차 배터리 시장의 핵심 생산기지로 떠오르면서 향후 유럽 내 수출 활로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된다.
폴란드 경제사절단에 동행한 배터리 기업 총수들의 역할도 주목된다. 이번 경제사절단에는 구광모 LG그룹 회장, 구자은 LS그룹 회장이 동참했다. 두 총수 모두 배터리 사업을 그룹의 성장동력으로 삼은 만큼 폴란드 내 투자 규모를 늘릴 것으로 예상된다. LG에너지솔루션과 LS전선은 폴란드에 이차전지 관련 생산시설을 운영 중이다.
그간 국내 배터리업계는 폴란드를 유럽 주요 거점으로 삼고 투자를 지속해왔다. 특히 구광모 회장은 업계 최초로 폴란드를 유럽 생산거점으로 점찍었다. 지난 2018년 완공한 LG에너지솔루션의 브로츠와프 공장은 유럽 최대 배터리 생산기지다.
구광모 회장은 이번 폴란드 방문을 통해 배터리 생산시설을 확장하는 데 힘을 보탤 것으로 보인다. 구 회장은 지난해 10월에도 직접 현지 공장을 찾아 현장 점검에 나서기도 했다. 브로츠와프 공장은 올해 말 70GWh에서 90GWh까지 생산능력 확장 계획이 잡혀있다. 오는 2025년까지 100GWh로 확대할 계획이다.
LS전선은 폴란드 지에르조니우프 지역에 전기차 배터리 부품 생산법인(LSEVP)과 통신 광케이블 생산법인(LSCP)을 운영 중이다. 구자은 회장은 올해 4월에 이어 3개월 만에 다시 폴란드를 재방문하는 등 유럽 시장 공략을 위해 직접 현장을 챙기고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
이외에도 SK이노베이션 자회사 SKIET, SK넥실리스도 폴란드를 유럽 진출 거점으로 삼았다. SKIET는 폴란드 실롱스크에 연산 3.4억㎡ 규모의 분리막 공장을 운영 중이다. 2025년까지 3개 공장을 추가 증설해 생산능력를 3.4억㎡에서 15.4억㎡까지 늘릴 예정이다. SK넥실리스는 폴란드 스탈로바볼라에 9000억원을 투자해 연간 5만t 규모 동박 공장을 건설 중이다.
유럽 한가운데 자리 잡고 있다는 점은 배터리업계가 폴란드를 찾는 주된 이유다. 서유럽과 동유럽 모두 맞닿아 있어 유럽 전기차 시장 공략에 유리하다고 평가받는다. 이러한 장점 덕에 캡캠과 화롱 등 중국 배터리업체들도 폴란드에 생산시설을 세우고 있다.
LS전선 관계자는 “폴란드는 독일, 프랑스, 이탈리아를 거점으로 둔 글로벌 완성차 업체에 부품을 공급하는 데 있어 지리적 이점을 갖는다”라며 “이런 이유로 폴란드가 유럽 신흥국가로 떠오르면서 사업적으로 상당히 중요한 지역으로 자리잡았다”고 말했다.
그간 양국이 쌓아왔던 경협을 통해 구축된 인프라도 장점이다. 산업부에 따르면 폴란드에 진출한 한국 기업은 350여개가 넘는 것으로 조사됐다. LG에너지솔루션, LS전선 등 주요 대기업이 폴란드에 진출하면서 이들에게 부분품을 납품하는 국내 협력사들도 다수 진출하면서다.
폴란드에 진출한 국내 배터리업체 간 협력 관계 구축을 통해 시너지 효과를 낼 수도 있다. LS전선은 LG에너지솔루션 브로츠와프 법인에 배터리 부품을 공급하고 있다. 삼성SDI, SK온 등 배터리업체들은 인접국인 헝가리를 유럽 거점으로 삼고 있어 폴란드 내 배터리업체와 협력하기에 적합하다고 분석된다.
저렴한 인건비, 투자인센티브 제도도 사업하기 좋은 환경이라는 평가받는 요인이다. 지난 2018년 폴란드가 전국을 경제특구로 지정하면서 폴란드에 투자하는 모든 외국기업은 전국 어디서나 투자금액 조건과 질적 조건을 충족하면 최소 25%에서 최대 50% 수준의 법인세 감면 혜택을 받을 수 있게 됐다. 이외에도 중앙정부에서 지원하는 정부 현금 보조금도 중복으로 받을 수 있다는 것도 장점으로 꼽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