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세청 상대 상속세부과처분취소 소송 첫 변론기일
LG家 측 ‘매매사례가액에 기반한 평가’에 의문 제기
과세당국 “판례, 객관적 거래가격 있다면 그 가격으로 평가”
[시사저널e=주재한 기자] 13일 시작된 구광모 LG그룹의 상속세 소송에서 구 회장이 상속받은 비상장회사인 LG CNS의 가치평가 방법의 적정성을 놓고 공방이 벌어졌다.
구 회장 측은 국세청 재산평가심의위원회(평심위) 평가의 절차적 정당성 문제와 상증세법상 ‘매매사례가액에 기반한 평가’의 부적정성을 주장했다. 반면 과세당국은 왜곡 가능성이 없는 거래가격으로 주식 가치를 평가했으며 이는 판례에 부합한 것이라고 반박했다.
서울행정법원 행정5부(재판장 김순열 부장판사)는 이날 오후 3시10분 구 회장과 어머니 김영식 여사, 두 여동생 구연경 LG복지재단 대표, 구연수씨 등이 용산세무서장을 상대로 제기한 상속세부과처분 취소 소송 첫 변론기일을 진행했다.
이들은 고 구본무 전 회장으로부터 상속받은 비상장주식 LG CNS(지분 1.12%)의 가치평가를 방법과 시가의 적정성을 문제 삼아 이 소송을 냈다. 상증세법에 따르면 비상장회사 주식가치 평가는 ▲매매사례가액에 기반한 평가 ▲유사상장법인의 주식가액을 이용한 평가 ▲보충적평가방법 등 3가지가 존재한다.
구 회장 측 대리인은 “매매사례가액에 기반한 평가에서는 일정한 거래 규모를 요구한다”며 “거래 규모 요건을 충족하지 못한 사례에서 평심위가 심의를 할 수 있는 절차가 규정되어 있지 않다. 규정이 누락된 상황에서 평심위 평가를 정당화하기 어렵다는 게 일차적 주장이다”고 말했다.
이어 “두 번째로 매매사례가액의 비교가능성 내지는 시가의 적정성 문제로 귀결된다”며 “피고 측이 제시하는 소액주주간의 거래와 이 사건 주식의 시가는 서로 비교가능성이 없다는 게 저희 입장이다”고 말했다.
반면 용산세무서 측 대리인은 “(비상장주식이라도) 가격의 조작이나 왜곡의 가능성 없이 일반에서 정상적으로 거래가 됐다면 정당한 거래가격으로 충분히 볼 수 있다”며 “LG CNS는 우량 비상장회사로 거래가 상당하다. 납세자들이 세금을 납부한 사례도 있다”고 말했다.
이어 “일부 우량한 회사는 매일 신문에 비상장주식의 거래 가격이 보도된다. LG CNS 주식은 과거부터 매일 일간지를 통해서 가격이 보도됐다. 누군가 가격을 왜곡할 가능성은 상대적으로 낮다”며 “이 사건 거래 가격이 현저히 낮다거나 높고 의심할 수 있는 사례는 없었다”고 덧붙였다.
이에 구 회장 측은 “비상장주식 거래 사이트에서 이야기되는 가격은 매도매수 호가의 중간값을 이야기하는 것으로 실제 거래가격과는 다르다”고 반박했다. 용산세무서 측은 “객관적으로 거래된 가격이 있다면 그 가격으로 주식 가치를 평가해야 한다는 게 판례의 태도”라고 재반박 했다.
재판부는 용산세무서 측에 보충적평가방법이 아닌 거래중개사이트의 비상장주식 거래가격을 바탕으로 ‘매매사례가액에 기반한 평가’를 적용해 과세한 사례가 있는지, 있다면 여러 사례를 찾아 제출해 달라고 요청했다. 구 회장 측에는 최근 용산세무서 측 서면에 대한 구체적 반박의견을 제출해 달라고 요구했다.
다음 기일은 9월21일 열린다.
이 사건 원고 소가(원고가 재판을 이겨 얻고자 하는 금액)는 10억원이다. 구광모 회장을 포함한 구씨 일가 전체 상속세(약 9900억원)에 비해 크지 않다.
이번 소송과 별개로 김영식 여사와 구연경 대표, 구연수씨가 지난 2월 구광모 회장을 상대로 제기한 상속회복청구소송은 오는 18일 서울서부지법에서 진행된다.
네 사람이 상속분 조정을 다투면서도 과세당국이 부과한 상속세는 함께 영향을 받는다는 점에서 이번 세금소송을 함께 진행하는 것으로 풀이된다.
한편 정보기술 서비스 회사인 LG CNS는 지난해 5월 주관사를 선정해 기업공개(IPO) 시기를 저울질 중이다. 지난해 연결 기준으로 4조9697억원의 매출을 올려 3854억원의 영업이익을 냈다. 증권가 예상 공모가는 5조~7조원대에 이른다. 상속세 과세 당시 기업가치는 이보다는 낮은 수준이며, 구 회장의 상속 지분 가치는 수백억원대로 추정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