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번가, 6월 오픈마켓 사업부문 손익분기점 넘어서
이례적 월간 성과 공개···11번가 “매각 고려 안해”

[시사저널e=한다원 기자] 이커머스 4위에 머물러있는 11번가가 매각설이 끊이지 않았던 가운데 다시 11번가의 매각설이 수면위로 떠올랐다. 큐텐의 잇단 기업 인수로 전반적으로 이커머스 지각변동이 일고 있는 가운데 11번가는 지난달 오픈마켓 부문 흑자를 냈다. 이례적으로 11번가가 월간 성적을 공개한 것을 두고 업계에서는 11번가가 기업공개(IPO)를 앞두고 투자자 유치를 위한 사전작업에 돌입한 것 아니냐는 관측을 내놓았다.

11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최근 안정은 11번가 사장은 서울스퀘어 사옥에서 진행된 구성원 대상 타운홀 미팅에서 11번가가 지난달 오픈마켓 사업분야에서 손익분기점을 넘어섰다고 밝혔다.

11번가 실적 추이. / 자료=11번가, 표=정승아 디자이너
11번가 실적 추이. / 자료=11번가, 표=정승아 디자이너
11번가 안정은 사장이 타운홀에서 발표하고 있다. / 사진=11번가
11번가 안정은 사장이 타운홀에서 발표하고 있다. / 사진=11번가

11번가에 따르면 오픈마켓 사업은 지난 2월부터 영업실적이 개선돼 지난달 전년 대비 70억원 이상을 개선하며 흑자 전환했다. 11번가 사업구조는 크게 오픈마켓과 직매입으로 나뉜다. 오픈마켓은 11번가의 입점 판매자 상품을 중개하는 사업으로, 11번가 거래액의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다.

안 사장은 “그 어느 때보다 치열한 이커머스 경쟁환경 속에서 11번가 사업의 근간인 오픈마켓 사업의 건강한 성장은 염원의 과제였다”면서 “지난 1년간 11번가 2.0 전환을 위해 노력한 결과 오픈마켓 사업의 펀더멘털을 강화할 수 있었고, 이를 통해 상반기 마지막 달 손익분기점을 넘어서는 실적으로 나타났다”고 말했다.

11번가 관계자는 “월간 실적을 공개한 것도, 오픈마켓 부문 실적만 따로 언급한 것도 이번이 처음”이라고 언급했다.

최근 이커머스는 큐텐의 잇단 기업 인수로 지각변동이 일고 있다. 큐텐은 지난해 티몬을 시작으로 올해 인터파크커머스와 위메프를 순차적으로 인수했다. 공정거래위원회도 큐텐의 기업결합을 최종 승인했다. 이로써 이커머스 2강인 쿠팡, 네이버쇼핑을 제외한 이커머스 기업들간의 순위경쟁이 치열해졌다.

특히 11번가는 9월까지 IPO를 마무리해야하는 과제가 남겨져있다. 11번가는 앞서 2018년 H&Q파트너스와 이니어스프라이빗에쿼티를 투자자로 유치하면서 올해 9월까지 IPO를 약속했다. 당시 11번가는 IPO에 실패하면 투자금 5000억원에 연 8% 이자를 붙여 돌려주기로 했다.

국내 이커머스 시장 점유율 및 거래액 추이. / 자료=공정거래위원회, 표=김은실 디자이너
국내 이커머스 시장 점유율 및 거래액 추이. / 자료=공정거래위원회, 표=김은실 디자이너

다만 11번가는 “매각은 고려하지 않고 있다”고 고수하고 있지만, 현실적으로 IPO도 어려워진 상황이다. 투자 조건대로라면 11번가는 이미 상장예비심사 청구가 이뤄져야 했다. 그러나 아직까지 11번가는 상장예비심사 청구 소식이 들리지 않고 있어 연내 상장이 불투명해졌다. 또 11번가는 최근 3년간 적자폭이 커져, 지난달 오픈마켓 부문 흑자로 유의미한 성과를 냈음에도 상장 가능성을 낮추고 있다.

여기에 11번가의 모회사 SK스퀘어는 최근 IPO가 무산된 또 다른 자회사 SK쉴더스를 매각한 바 있다. 당시 SK스퀘어는 SK쉴더스의 몸값을 키워 매각한 바 있다. SK쉴더스는 지난해 5월 상장을 시도했다가 스웨덴 최대 기업집단인 발렌베리그룹 산하 PEF인 EQT인프라스트럭처에 2조원에 매각됐다. 이에 따라 11번가의 매각설에 무게가 실리고 있다.

박정호 SK스퀘어 부회장도 지난 2월 스페인 바르셀로나에서 열린 세계 최대 이동통신전시회 모바일월드콩그레스(MWC2023) 기자간담회에서 “재무적투자자와 약속한 시간에 엑시트를 해야 하는데 11번가도 마찬가지”라면서 “11번가도 똑같이 다른 방식의 투자자를 찾고 있다”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11번가의 IPO 조건이 구체적으로 공개되지 않았다는 점에서 상장 기한을 조율할 수 있다는 분석을 내놓았다. 즉 11번가가 상장과 매각 두 가지 가능성을 열어두고 있다는 것이다.

11번가는 현재 국내 이커머스 시장점유율 7%에 달한다. 이는 큐텐이 인수한 티몬과 위메프, 인터파크커머스를 더한 시장점유율 4.6%보다 높다. 이커머스 시장점유율은 기업가치를 평가하는 기준이 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11번가는 2018년 투자받았을 당시 기업가치가 2조7000억원이었으나, 현재 1조원 안팎으로 평가받고 있다.

이로써 일각에서는 11번가가 큐텐에 인수될 가능성이 제기됐다. 다만 시장점유율 기준으로는 11번가 점유율이 티몬과 위메프, 인터파크커머스를 더한 점유율보다도 높고, 11번가도 흑자 가능성을 내비쳐 그대로 IPO를 추진하는 작업에 힘을 싣을 가능성도 나온다.

안 사장은 최근 “앞으로 수익성에 기반한 경쟁력 강화에 집중해 오는 2025년 흑자 회사로 턴어라운드 할 것”이라고 말한 바 있다.

11번가 관계자는 “큐텐 인수, 매각 등에 대해 여러 이야기가 나오고 있지만 내부적으로 고려하지 않고 있고, 2025년 흑자 회사를 위해 노력 중”이라며 “IPO를 위해 면밀히 시기를 조율하고 있다”고 밝혔다.

저작권자 © 시사저널e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