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커머스 시장 재편···몸집 커진 큐텐 등장, 11번가 5위로 밀려
다시 불거진 11번가 매각설···박정호 SK스퀘어 부회장도 매각 암시

[시사저널e=한다원 기자] 쿠팡과 네이버가 이커머스 선두로 굳혀지고, SSG닷컴과 큐텐이 기업 인수로 이커머스 순위가 뒤바뀌고 있다. 이커머스 기업 간의 시장점유율 늘리기 싸움이 지속되는 가운데 만년 4위였던 11번가가 설 곳을 잃게 됐다. 특히 11번가는 연내 기업공개(IPO) 레이스를 마쳐야한다는 숙제를 갖고 있는 상황에서 오히려 적자폭이 커져 또다시 11번가의 매각설이 제기되고 있다.

11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최근 이커머스 순위가 뒤바뀌고 있다. 최근 쿠팡이 로켓배송으로 두 개 분기 흑자를 달성하고 익일배송을 더한 네이버가 선두권을 굳혔고, SSG닷컴과 큐텐이 몸집을 키우면서 이커머스 시장이 재편되는 분위기다.

국내 이커머스 시장 점유율 및 11번가 실적 추이. / 표=김은실 디자이너
국내 이커머스 시장 점유율 및 11번가 실적 추이. / 표=김은실 디자이너

이커머스 기업 간의 합종연횡으로 시장이 변화하는 과정에서 이커머스 시장점유율도 바뀌고 있다. 현재 이커머스 시장점유율은 쿠팡(25%), 네이버(17%), SSG닷컴+지마켓(12%) 등으로 빅3를 형성하고 있다. 여기에 큐텐이 원더홀딩스가 보유한 위메프 지분 전량을 인수하면서 단순 계산으로 점유율 10%가량을 확보해 4위에 안착하게 됐다.

다시 이커머스 시장이 재편되자 만년 4위던 11번가의 자리가 위태로워졌다. 일단 11번가는 2018년 국민연금, 사모펀드 운용사 H&Q코리아 등으로 구성된 나일홀딩스 컨소시엄으로부터 5000억원을 투자받으며 5년 내 상장을 약속했다. 상장 심사 승인, 상장까지 4~6개월이 걸린다는 점을 감안하면 이달 안에는 상장예비심사청구서를 내고 오는 9월까지 상장을 마쳐야한다.

그러나 올해도 IPO 시장 침체가 지속되는 분위기라 11번가가 어떤 결단을 내릴지 주목된다. 증시, 금융시장 침체로 컬리, 오아시스 등 주요 이커머스들은 상장을 연기했고, 올해 상장을 목표했던 SSG닷컴도 지난해 투자자들과 상장 연기에 합의했다.

일단 11번가는 “상장 계획을 그대로 진행하겠다”는 입장이다. 다만 투자은행업계에 따르면 SK스퀘어는 11번가를 활용한 자금조달 방식을 두고 고심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11번가를 기존 방안대로 상장하는 방식 또는 투자자를 찾아 지분 매각하는 방안을 동시 검토하고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특히 SK스퀘어는 최근 SK쉴더스 지분 28.8%를 스웨덴 발렌베리그룹 계열의 글로벌 투자사 EQT파트너스에 매각하기로 했다. EQT파트너스가 SK쉴더스 대주주 지분까지 사들이면서 지분 68%까지 확보해 최대주주에 오르고, SK스퀘어는 2대주주로 내려왔다. 11번가는 SK쉴더스와 원스토어 다음 순번으로 IPO 일정이 예정돼 있었으나 이미 SK쉴더스와 원스토어의 상장이 막혀 11번가가 예정대로 IPO를 마무리할 수 있을지 미지수다.

박정호 SK스퀘어 부회장이 지난달 30일 서울 중구 SKT 타워에서 열린 제2기 정기 주주총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 사진=연합뉴스
박정호 SK스퀘어 부회장이 지난달 30일 서울 중구 SKT 타워에서 열린 제2기 정기 주주총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 사진=연합뉴스

여기에 박정호 SK스퀘어 부회장은 MWC에서 11번가의 매각 가능성을 암시했다. 그간 11번가 매각설을 부인하던 것과 정반대 행보다. 박 부회장은 “재무적투자자(FI)와 약속한 시간에 엑시트를 해야 하는데 11번가도 마찬가지”라면서 “11번가도 SK쉴더스처럼 다른 방식의 투자자를 찾고 있다”고 밝혔다. 여기서 박 부회장이 언급한 ‘다른 방식’은 어떤 방향을 의미하는지는 알려지지 않았으나, 최근 SK쉴더스 사례로 봤을 때 경영권 매각을 통해 FI의 엑시트를 돕는 방향일 수 있다는 데 힘이 실리고 있다.

11번가의 성장성에도 물음표가 붙고 있다. 11번가는 지난해 영업손실만 1515억원을 냈다. 이는 전년 영업손실(694억원)보다 적자 규모가 2배 이상 커진 격이다. 11번가는 2018년 SK스퀘어 자회사로 합류한 이후 2019년을 제외하면 줄곧 적자를 냈다. SK스퀘어 입장에서도 11번가를 계속 갖고있는 것이 부담일 수밖에 없다.

적자폭이 커진 것에 대해 11번가는 “지난해부터 애플, 구글 전문관을 오픈했고 올해는 신선식품 산지직배송 신선밥상, 명품전문관 우아럭스에 이어 중고전문 리퍼블리로 버티컬 서비스를 넓히며 투자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통상 버티컬 서비스 확장은 인지도가 낮은 기업들이 고객을 끌어모으기 위한 브랜드 유치 전략으로 사용된다.

일각에서는 이커머스 사업 특성상 단기적으로 수익 개선이 어렵다는 점에서 11번가를 매각하는 것이 낫다는 관측을 내놓고 있다. 또 쿠팡, 네이버 등이 이커머스 선두권을 차지하고 일부 기업들이 합종연횡에 나서는 상황이라 11번가가 사업을 지속 성장시키기 어려울 수 있다는 지적이다.

다만 큐텐이 최근 티몬·위메프·인터파크커머스까지 인수 마무리했지만 11번가는 이들 대비 기업 규모가 커 인수하는 기업 입장에서 부담스러울 수 있다. 그러나 11번가 관계자는 “매각은 전혀 고려되지 않고 있다”고 선을 그었다.

이커머스 관계자는 “최근 점유율 확대를 위한 이커머스 기업들의 몸집 키우기가 지속되고 있지만 기업마다 어떤 방향으로 시너지를 낼지에 대해서는 언급되지 않았다”면서 “합종연횡이 득이될지 실이될지는 일단 지켜봐야한다”고 말했다. 이어 “11번가가 계속해서 매각설이 제기되고 있는 만큼, 실적 개선할 방안 마련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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