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스파탐, 발암가능 물질 분류 앞둬
국내 대부분 막걸리에 아스파탐 함유

[시사저널e=한다원 기자] 인공감미료 ‘아스파탐’이 발암가능 물질로 분류될 가능성이 커졌다. 단맛을 내는 감미료로 알려진 아스파탐은 주로 막걸리에 사용된다. 막걸리 제조사들은 다음주 예정된 아스파탐 발암물질 지정 여부를 앞두고 우려를 표하고 있다.

8일 세계보건기구(WHO) 산하 국제암연구소(IARC)는 오는 14일 인공감미료 중 하나인 아스파탐을 발암가능 물질인 ‘2B’군으로 분류할 예정이다.

지난 6일 컬리 2023 푸드 페스타에서 느린마을 막걸리. 느린마을 막걸리에는 아스파탐이 함유돼 있지 않다. / 사진=한다원 기자
지난 6일 컬리 2023 푸드 페스타에 전시된 느린마을 막걸리. 느린마을 막걸리에는 아스파탐이 함유돼 있지 않다. / 사진=한다원 기자

아스파탐은 설탕의 200배가 넘는 단맛을 낸다. 반면 칼로리는 낮고 가격도 저렴해 설탕의 대안으로 사용된다. 아스파탐은 국내 식품의약품안전처가 승인한 인공감미료 22종 중 하나로, 현재 전세계 200여개국에서 승인받아 사용된다.

특히 국내 막걸리 상당수에 아스파탐이 함유돼 있다. 유통업계에 따르면 국내 막걸리 시장의 60%가량을 차지하는 서울장수, 지평주조, 국순당 등이 단맛을 일정하게 유지하기 위해 아스파탐을 막걸리에 넣고 있다.

막걸리 업계의 이야기를 종합해보면, 서울장수는 달빛유자 막걸리를 제외한 모든 제품에 아스파탐을 사용하고 있다. 지평주조는 지평생쌀막걸리, 지평생밀막걸리 등 2종, 국순당은 생막걸리, 대박 막걸리 2종에 아스파탐을 넣어 제조한다.

아스파탐은 미국식품의약국(FDA) 기준 일일 허용 섭취량이 체중 1㎏당 하루 50㎎으로 정해져 있다. 따라서 국내 막걸리 업계는 막걸리 1병당 허용량의 2~3%정도만 아스파탐을 사용한다.

다만 막걸리 업계는 “아스파탐이 극소량 포함돼 있어 문제가 없다”면서도 “(아스파탐이) 위해성 논란이 있어 다른 대체제로 선제적으로 교체할 계획”이라고 입을 모았다. 막걸리는 효모가 발포되면 단맛이 사라져 일정한 맛을 유지하기 위해 아스파탐이 필요하지만, 아스파탐에 대한 위해성 논란이 불거져 수크랄로스 등 다른 대체제로 변경한다는 의미다.

아스파탐 위해성이 불거지자 아스파탐 무첨가 막걸리에 대한 수요가 커졌다. 아스파탐 무첨가 막걸리는 쌀과 물, 누룩 같은 최소한의 재료로 만들어 재료 본연의 맛과 향을 살린 술이다. 그간 무첨가 막걸리는 상대적으로 가격이 비싸 일부 막걸리 애호가 위주로 판매됐으나 최근에는 일반 소비자들도 무첨가 막걸리에 대한 관심을 쏟는다.

현재 판매되고 있는 막걸리 중 아스파탐이 없는 막걸리는 해창막걸리 12, 붉은원숭이, 우곡생주, 하얀까마귀, 백걸리, 호랑이생막걸리, 팔팔막걸리, 느린마을 막걸리 등이다.

느린마을 막걸리 관계자는 “대부분 시판 중인 막걸리에 아스파탐이 함유돼 있다”면서 “단맛을 일정하게 유지하기 위해서는 아스파탐을 소량 사용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이어 그는 “느린마을 막걸리는 쌀 위주로 제조돼 아스파탐이 전혀 없다”면서 “느린마을은 막걸리뿐 아니라 모든 술에 아스파탐을 사용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CU도 최근 아스파탐을 제거한 막걸리 ‘백걸리’를 출시했다. 백걸리는 더본코리아와 협업한 제품이다. 해당 제품은 쌀, 물, 발효제 등 3가지 재료만 사용했고, 백종원 더본코리아 대표가 개발 과정부터 참여해 화제를 모았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이미 아스파탐이 발암물질이라고 단정된 상황이라 막걸리 매출도 줄어들고 있다”며 “일단 아스파탐이 발암물질로 분류되는지 지켜보고, 추후 업계와 함께 공동 대응에 나설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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