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HO, ‘아스파탐’ 암 유발 가능 물질 분류 예정
식음료업계, 제로슈거 시장 위축 우려
[시사저널e=이숙영 기자] 제로슈거의 핵심물질인 ‘아스파탐’이 발암 가능 물질에 포함된다는 소식에 국내 식음료업계가 긴장하고 있다. 이번 이슈로 제로슈거 유행이 위축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오고 있어서다. 지난해 기업들은 제로슈거 제품들 대거 선보였다. 그중에서도 제로슈거 인기 제품 ‘펩시 제로슈거‘와 ‘처음처럼 새로‘를 보유한 롯데칠성음료에 관심이 모인다.
3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세계보건기구(WHO)는 설탕을 대체하는 인공 감미료 아스파탐을 '암 유발 가능 물질(2B)'로 분류할 예정이다. 세계보건기구 산하 국제암연구소에 연구에 따르면 아스파탐이 암 위험을 15% 더 높이는 것으로 나타났다. 아스파탐은 설탕 대비 단맛이 200배 가량 높은 감미료로 주로 제로슈거 제품에 이용된다.
이같은 소식에 국내 식음료업계는 비상이 걸렸다. 지난해 ‘헬시플레저’ 유행을 타고 제로슈거가 큰 인기를 끌어 식음료업계에서도 다양한 제로슈거 제품을 출시했기 때문이다. 식음료기업들은 탄산음료는 물론 과자, 젤리, 소주 등 다양한 제품을 제로슈거로 선보였다.
◇'새로' 열풍 롯데칠성음료에 악재?
식음료기업 중에서도 롯데칠성음료는 바짝 긴장한 모양새다. 롯데칠성음료에게 아스파탐의 암 유발 가능 물질 분류는 여러모로 악재가 될 수 있어서다.
롯데칠성은 아스파탐 사용 음료인 '펩시 제로슈거'를 유통 중이다. 롯데칠성은 한국펩시콜라로부터 펩시콜라 원액을 공급받고 있으며, 글로벌 펩시의 레시피에 따라 아스파탐을 사용한다.
이번 논란으로 펩시 제로슈거의 인기가 꺾일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펩시 제로슈거는 지난해 제로슈거 열풍을 타고 크게 인기를 끌었다. 펩시 제로슈거 판매량이 늘어나며 롯데칠성 탄산음료 매출을 끌어올리기도 했다. 지난해 롯데칠성음료의 탄산음료 매출은 8827억원으로 전년 7462억원 대비 1000억원 이상 늘었다.
아스파탐에 대한 거부감으로 제로슈거 시장 자체가 위축되면 아스파탐을 사용하지 않는 제로슈거 소주 처음처럼 새로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처음처럼 새로는 지난해 9월 출시된 롯데칠성음료의 소주로 MZ세대에게 큰 인기를 끌며 제로슈거 대표 소주로 자리잡았다.
새로는 출시 후 한 달 만에 680만병 판매를 돌파했으며, 월 매출도 상승곡선을 그려왔다. 출시 첫달인 지난해 9월 월매출 25억원에서 출발해 11월 50억원, 12월 70억원으로 성장했고, 올해 4월 100억원, 5월 110억원을 기록했다.
이러한 인기에 힘입어 롯데칠성은 새로의 마케팅에 힘을 주고 있는 상황이다. 새로의 연매출 목표치도 기존에 설정한 1000억원에서 1300억원으로 높였다. 올해 목표 매출인 1300억원을 달성하려면 월 평균 매출액이 110억원은 되어야 한다. 코로나19 엔데믹 전환 후 주류 시장의 경쟁이 격화되는 가운데 제로슈거 유행이 시들해지면 새로의 인기도 지금같지 않을 것이란 게 업계의 시각이다.
롯데칠성은 우선 상황을 지켜보겠다는 입장이다. 롯데칠성 관계자는 "아스파탐은 기존에 40여년간 문제없이 사용해왔던 재료"라며 "아직 유해성 여부에 대해 유의미하게 나온 결과가 없다. 다만 향후 음식, 먹거리에 있어서 소비자의 안전을 보장할 수 없다면 당연히 (아스파탐을) 바꿀 것"이라고 말했다.
업계 관계자는 "아스파탐은 발암물질이 아닌 발암 가능 물질인 2B군이다. 아직 인체 임상 실험 결과가 충분하지 않은 상태"라며 "이번 이슈에 대해 소비자의 반응도 괜찮다, 아니다로 양분되는 분위기라 제로슈거 시장 미래에 대해 내다보기는 어려운 상황"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온라인 커뮤니티의 소비자 반응을 살펴보면 "지금까지 제로를 많이 먹었는데 충격적이다", "아스파탐이 들어간 제품명을 전부 공개해야 한다"는 반응과 "김치, 피클, 젓갈도 2B군 발암 가능물질이다", "웬만한 음식은 2B군이다. 별로 신경 안써도 될 것 같다"는 의견이 동시에 나오고 있다.
한편 식약처에 따르면 아스파탐 일일섭취허용량(ADI)을 초과하려면 체중 35kg 어린이 기준 제로 콜라 55캔 이상을 마셔야 한다. 60kg 성인 기준으로 막걸리 33병 이상을 마셔야 아스파탐 일일섭취허용량에 도달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