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 올해 외부자금 수혈 6兆···배터리에 3분의 1 투입
LG, 북미서 배터리 공장 증설 박차
두산, 원전 생태계 붕괴에 친환경 에너지 시장 ‘눈독’
[시사저널e=유호승 기자] 주요 기업이 투자유치나 유상증자 등을 통해 외부에서 수혈한 자금을 토대로 신사업 진행에 속도를 내고 있다. 지속성장을 위한 사업 포트폴리오를 재편을 위해, 글로벌 경기침체 및 고금리 상황에서도 현금을 모으는 모습이다.
SK와 LG, 두산 등이 대표적이다. SK는 ▲첨단소재 ▲바이오 ▲그린 ▲디지털 등을 4대 핵심사업으로 정하고, 2025년까지 그룹 시가총액을 140조원으로 만들겠다는 각오다. 이를 위해 올해 비주력사업을 정리하거나 신사업 투자를 위해 외부에서 자금을 끌어오는데 집중했다.
SK는 자금 여력이 풍부한 국내외 사모펀드(PEF) 운용사를 적극적으로 공략했다. 올해 SK 계열사 중 투자 유치를 완료했거나 진행 중인 곳은 총 6곳이다. SK온과 SK E&S, SK쉴더스, SK팜테코, SK피유코어, 나노엔텍 등이다. 이들 기업이 끌어 모은 현금은 약 6조원이다.
유치 자금 중 가장 많은 금액이 투입되는 분야는 배터리다. 3분의 1인 2조원이 SK이노베이션의 배터리 자회사 SK온에 투입된다. SK온은 이 현금으로 글로벌 생산거점의 수율 안정화와 신·증설에 활용할 방침이다.
SK 관계자는 “배터리 사업의 지속적인 성장과 글로벌 경쟁에서 살아남기 위해 투자 재원 확보를 위한 재무적 투자자 유치를 추진해 차질 없이 진행해왔다”며 “확보한 투자금을 발판 삼아 북미 공장 건설에 더욱 속도를 내 미국 인플레이션 감축법(IRA) 대응을 위해 추가 공장 건설도 검토하고 있다”고 전했다.
LG그룹 역시 SK처럼 핵심 육성사업으로 배터리를 점찍고 자금확보에 주력하고 있다. 배터리 사업을 영위하는 LG에너지솔루션은 최근 창사 후 첫 회사채 발행에 나섰는데 수용예측에만 약 4조원이 몰렸고, 공모 결과 최종적으로 1조원의 자금을 조달 받게 됐다. 이 재원은 합작법인 투자 자금에 쓰일 전망이다.
LG에너지솔루션은 현재 북미권에서 활발한 공장 증설에 나서고 있다. 미국 오하이오 LG에너지솔루션 혼다 합작공장, 캐나다 온타리오 스텔란티스 합작공장, 제너럴모터스(GM)와의 합작법인 얼티엄셀즈의 2·3공장 등이다. SK온처럼 IRA에 대응하기 위해 현지 생산량을 늘리기 위해서다.
두산의 중점 사업은 에너지다. 플랜트 전문 기업인 두산에너빌리티는 1조원이 넘는 현금성 자산을 확보해 소형모듈원자로(SMR)와 가스터빈, 수소, 풍력발전 등의 사업에 자금을 투입할 계획이다.
이 자금은 에너빌리티가 보유한 두산밥캣 지분 4.99%(500만주)를 블록딜(시간 외 대량매매) 형식 등으로 매각해 확보했다.
두산 관계자는 “탈원전 기조에 관련 생태계가 붕괴되면서 새 먹거리를 확보해야 기업이 생존 가능한 상황에 직면했다”며 “밥캣 주식 매각으로 확보한 자금 등은 대형 원전보다 설비가 쉽고 안전하며 친환경적인 SMR과 가스터빈 연구개발에 활용할 예정”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