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약처 “타미린 용기에 미녹시딜정 라벨 부착”···현대약품 “라벨 잘못 품목 공급 시 보상” 약속
현대약품, 노조와 갈등·회계 처리 기준 위반 등 악재 연속···천안공장 직원들 사기 하락, 근무여건 열악
탈모약 미녹시딜정 매출 증가세 변동 여부 주목···미에로화이바·365meal 등 식품 매출도 관심
[시사저널e=이상구 의약전문기자] 탈모약 용기에 치매약 넣은 같은 공정 라인에서 두 개 의약품을 생산하다 벌어진 실수로 파악된다. 특히 지난해 말부터 진행한 노사갈등과 열악한 공장 근무환경이 간접적으로 이번 사태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분석된다. 향후 현대약품의 일부 전문의약품과 식품 매출에 여파가 전달될 지 주목된다.
식품의약품안전처는 현대약품의 치매 치료제인 ‘타미린서방정 8밀리그람’ 30정 포장용기에 고혈압 치료제 ‘현대미녹시딜정’ 라벨을 부착한 사실이 확인됐다고 3일 밝혔다. 단, 두 제제가 혼합돼 포장된 것은 아니라는 식약처 설명이다. 즉 타미린서방정 포장용기에 타미린서방정을 넣었지만 포장라벨을 붙이는 과정에서 오류가 발생한 것이다.
이날 오전까지 라벨오류로 신고된 내용은 1건(1병 30정)인 것으로 확인됐지만 식약처는 이번 현대약품 포장 오류를 엄중하게 인식, 해당 업체에 대한 면밀한 점검을 진행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현대약품도 현대미녹시딜정 자진회수 작업에 착수했다. 구체적으로 회수 대상은 제조일이 2023년 5월 15일이고 사용 기한이 오는 2026년 5월 14일까지인 제품 번호가 23018이다. 모두 1만 9991병 규모다. 해당 매출은 2억 4000만원대로 알려졌다.
현대약품은 현대미녹시딜정 회수 조치를 즉각 내렸고 소비자에게 공급되기 전 신고가 돼 피해를 막았다고 설명했다. 현대약품 관계자는 “혹시라도 소비자에게 라벨 표시가 잘못된 의약품이 공급됐을 경우에는 법적 절차에 따라 보상하겠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그동안 두 개 의약품을 동일한 공정 라인에서 생산해왔는데 타미린정 제조를 마치고 청소까지 한 후 미녹시딜정을 생산하는 과정에서 문제가 발생했다”며 “남아 있던 타미린정 용기에 미녹시딜정 포장라벨을 잘못 붙이는 사고가 난 것”이라고 덧붙였다. 타미린정과 미녹시딜정은 포장용기도 동일하다는 것이 회사측 설명이다.
공교롭게 현대약품은 지난해 말부터 경영악재가 잇따르고 있는 상황이다. 지난해 12월 임신중절 의약품 ‘미프지미소정’ 품목허가 신청을 1년 5개월 만에 취하한 데 이어 같은 해 12월부터 올 2월까지 노동조합과 갈등을 겪었다. 지난 5월 중순에는 한국거래소로부터 회계 처리 기준 위반에 따른 검찰 통보 등 조치를 받고 주식 거래가 정지되기도 했다.
특히 부분파업을 진행한 노조와 갈등은 3개월 만에 마무리됐지만 제약사의 가장 중요한 업무인 의약품 생산에 있어 문제가 우려됐고 이번에 사건이 발생한 것이다. 제약업계 관계자는 “임신중절 의약품 허가 지연과 회계처리 위반도 문제지만 노조와 협상을 진행하던 사측이 천안공장에 무리한 발령을 강행했고 결국 사기가 떨어진 직원들이 업무를 하다 문제가 발생했다”고 비판했다.
실제 지난해 12월 현대약품 노조가 천안공장을 중심으로 부분파업에 착수하자 사측은 당시 14명을 공장으로 발령 낸 바 있다. 천안공장이 생산하는 일부 의약품에 품절사태가 발생한 것이 14명 발령의 직접 사유로 알려졌지만 노조는 위축됐고 한 달 여만에 부분파업은 종료됐다.
이같은 파업의 사유는 신규 입사자 연봉과 연차 조정이었지만 천안공장이 부분파업을 주도했던 원인은 생산직 근로자 연봉에 불합리한 점이 있었고 근무조건이 열악했기 때문이었다. 일부 생산직 사원에게 호봉제가 정확하게 적용되지 않는 문제점이 지적됐던 것이다. 연봉이 낮은 직원이 오히려 더 많은 연봉을 수령하는 모순도 발생한 것으로 알려졌다. 공장의 일부 생산시설은 낙후돼 있고 이에 따른 직원들 연장근무도 진행된 것으로 파악된다.
올 2월 현대약품 사측과 노조가 갈등을 봉합하고 합의했을 당시에도 생산직을 포함한 연봉체계 개선을 위한 태스크포스 구성을 추진키로 했다. 하지만 연봉체계 태스크포스는 이날 현재 조직되지 않은 것으로 파악된다. 현대약품 관계자는 “천안공장 직원들 사기가 떨어져 있는 것은 사실”이라며 “의약품 생산여건이 열악하다”고 전했다.
이번 사태가 향후 현대약품 일부 전문약과 식품 매출에 여파를 줄 것으로 업계는 전망한다. 우선 현대미녹시딜정은 직접 여파가 예상된다. 현대미녹시딜정의 경우 당초 고혈압 치료제로 허가를 받았지만 오프라벨을 통해 탈모 치료제로 알려져 있는 의약품이다.
참고로 오프라벨이란 담당 의사 판단에 따라 허가 외 적응증에 대해 처방하는 사례를 지칭한다. 의약품 시장조사기관 아이큐비아에 따르면 현대미녹시딜정 매출 규모는 지난 2021년 25억여원에 이어 지난해 32억원에 육박했다. 올들어서는 이미 21억원대 매출을 올리는 등 성장세가 파악되는 품목이다.
제약업계 관계자는 “올 초 부분파업으로 일부 품절까지 있었는데도 상반기 현대미녹시딜정 매출이 성장한 것으로 집계된다”며 “이번 라벨 오류 사태로 여파는 있겠지만 폭이 어느 정도일지 전망은 쉽지 않다”고 토로했다.
또 다른 제약업계 관계자는 “미녹시딜 성분 탈모 치료제에 대한 관심이 적지 않은데 이것도 상반기 현대미녹시딜정 매출 증가의 한 원인”이라며 “고혈압과 비교해 훨씬 비싼 비급여 가격으로 현대미녹시딜정을 복용해왔던 탈모 환자들 선택이 궁금하다”고 말했다.
현대약품 매출에서 일정 부분을 차지하는 식품 분야도 향후 변동 여부가 주목되는 제품군이다. 제약업계 관계자는 “일정 부분 매출 감소가 예상되는 전문약은 의사 처방 과정을 거치고 기존 제품을 복용하던 환자군이 있어 체크해야 한다”며 “하지만 식품의 경우 일반 소비자가 직접 제품을 선택하기 때문에 뉴스 여파가 직접 전달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현대약품이 제조하는 대표적 식품으로는 식이성 섬유음료 ‘미에로화이바’와 식사대용식 ‘365meal’이 꼽힌다. 특히 현대약품은 지난달 ‘블랙푸드’ 신제품을 출시하는 등 사업다각화 방안으로 ‘365meal’ 제품에 공을 들였는데 이번 사태로 인한 여파가 주목되는 상황이다.
제약업계 관계자는 “이번 현대약품의 포장라벨 오류는 발생하지 말았어야 할 사건”이라며 “회사가 회계투명성을 제고한 것처럼 이번에는 전반적 생산시스템을 개편하고 다시는 이같은 일이 없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