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입사원 대상 연봉과 연차 축소 수용···주요품목 생산 공백 등 경영 타격 우려로 결정
현대약품 사측 “조만간 답변 주겠다”···타결 시 이상준 대표 경영권 행사에 힘 실릴 듯
[시사저널e=이상구 의약전문기자] 지난해 11월 이후 사측과 노동쟁의를 진행했던 현대약품 노동조합이 협상 타결을 적극 추진하고 있다. 사측 요구를 수용하는 대신 원활한 호봉제 운영과 일비 인상을 요청한 것이다. 이에 현재로선 조만간 현대약품 노사 협상 타결 가능성이 높다는 관측이다.
15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현대약품 사측 대표와 노조는 이날 오후 협상을 갖고 쟁점을 협의했다. 당초 쟁점은 사측이 대졸 기준 신입사원에 적용하려던 연봉 4800만원에서 4500만원으로 하향 조정과 연차 20일에서 15일 축소였다. 이에 이날 노조는 사측 제시안을 수용했다. 대신 원활한 호봉제 운영과 일비 인상을 요청했다. 현대약품 노조 관계자는 “일부 직원의 경우 호봉이 정체되는 사례가 있어 원활한 호봉제 운영을 사측에 요청했다”라며 “회사는 이른 시일 내 답변을 주겠다는 입장을 밝혔다”고 전했다.
이처럼 현대약품 노조가 회사 요구를 수용함에 따라 조만간 협상이 완전 타결될 가능성이 높아졌다는 관측이다. 제약업계 관계자는 “현대약품 노조가 양보함에 따라 사측도 성의를 보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동안 현대약품 노조는 사측 요구안이 신입사원에 적용되면 순차적으로 기존 직원들에게 적용될 것을 우려하며 반발해왔다. 지난해 11월 하순 이후 노조 결의대회 개최 등 준법투쟁을 진행한 데 이어 같은 해 12월 12일부터는 천안공장에서 부분파업을 강행했다.
이같은 쟁의를 진행한 현대약품 노조가 이날 사측 요구 수용을 선언한 원인은 회사 경영에 타격이 우려된다는 점 때문이다. 지난해 12월 중순부터 진행한 부분파업을 올 1월 13일 중단한 이유도 동일하다. 현대약품 노조 관계자는 “회사 주요품목 중 부분파업으로 인한 생산 공백이 적지 않았다”라고 설명했다. 실제 현대약품 천안공장이 생산하는 호흡기질환 치료제와 경구용 탈모 치료제, 정신건강의학과 약물 등은 제조물량이 감소하며 공급에 일부 차질을 빚은 것으로 파악된다.
파업 과정에서 발생한 노조원 심리적 위축도 한 요인으로 분석된다. 현대약품 사측은 노조가 천안공장에서 부분파업을 진행할 당시 14명을 공장으로 발령, 이들은 파업 중단 후 현재도 근무하고 있다. 제약업계 관계자는 “사측은 무노동무임금 원칙을 적용, 부분파업을 한 직원들 임금을 삭감했다”며 “투입된 14명 인력과 감소한 임금 등에 조합원들이 흔들렸고 파업 동력을 잃은 것도 수용 원인”이라고 분석했다.
이같은 노조의 사측 요구 수용은 결과적으로 현대약품 오너의 경영권 행사에 힘을 실어줄 것으로 전망된다. 현대약품 노조는 지난 2018년 대표이사 취임 후 2022년 1월 단독대표에 올랐던 오너 3세 이상준 대표 행태에 불만을 제기해왔다. 이같은 분위기에서 신입사원 대상 연봉 삭감과 연차 축소를 계기로 파업을 진행한 것이다. 현대약품은 노조 파업 외에도 임신중절 의약품 ‘미프지미소정’ 품목허가 신청을 지난해 12월 취하하는 등 최근 악재를 경험했지만 일단 한숨을 돌리게 됐다. 현대약품은 준비 절차를 거쳐 미프지미소정 품목허가를 다시 신청하겠다는 계획이다.
일각에서는 환자 생명에 직접 영향을 주는 의약품 제조업 특성상 제약사 노조 파업 행위가 현실적으로 쉽지 않다는 지적을 제기한다. 제약업계 관계자는 “예컨대 감기약 등 환자가 필요로 하는 의약품 생산이 중단되거나 품절사태가 발생하면 비판이 노조에 집중될 가능성이 높아 제약사 노조 운신폭이 극히 제한된 현실”이라고 토로했다. 반면 제약사 직원 복지와 급여 개선 등을 위해 노조 활동을 보장하는 방안이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제기된다. 제약업계 관계자는 “현대약품 직원들의 최근 3년 간 급여 인상률이 매우 낮은 것으로 파악된다”며 “신입사원 기준 다른 업종에 비해 높은 연봉체계가 연차가 올라갈수록 완만하게 높아지는 제약사가 적지 않다”고 지적했다.
결국 현대약품 노조가 사측 요구를 수용함으로써 향후 협상이 타결되고 회사 경영 안정성도 단계적으로 회복될 가능성이 높아졌다. 제약업계 관계자는 “현대약품 노조 결정을 충분히 이해한다”면서 “하지만 근본적 문제점은 해결되지 않은 상태”라고 주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