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은 가계대출 DSR 분석···차주(대출자) 1997만명 중 DSR 70% 이상인 대출자 299만명
175만명 소득보다 원리금 상환액이 더 많아
한은 “금융권 전반 가계대출 연체율 올라···비은행권 연체율 상승 우려”

정부가 단계적 대출 규제 완화에 나섰지만 DSR 규제는 유지하기로 했다. 고금리로 인해 가계부채 건전성이 흔들 수 있어서다. / 그래픽=시사저널e DB
올해 1분기 말 전체 가계대출 차주(대출자) 수는 모두 1997만명 가운데 299만명은 최저생계비를 제외한 소득을 원리금 상환하는 데 써야 한다는 분석 결과가 나왔다. / 그래픽=시사저널e DB

[시사저널e=정용석 기자] 금리 상승 등으로 이자 부담이 급증하면서 빚을 갚느라 최소한의 생계를 이어가기도 힘든 국민이 약 300만명에 달한다는 분석 결과가 나왔다. 이들 가운데 175만명은 소득보다 원리금 상환액이 더 많은 것으로 추정된다. 대출 상환 부담에 따라 소비 여력이 없는 가계가 증가하면서 실물 경기 회복이 지연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한국은행이 2일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소속 양경숙 더불어민주당 의원에게 제출한 ‘가계대출 현황’ 자료를 보면, 올해 1분기 말 전체 가계대출 차주(대출자) 수는 모두 1997만명, 전체 대출 잔액은 1845조3000억원에 이른다. 한은이 자체 가계부채 데이터베이스(약 100만 대출자 패널 데이터)를 바탕으로 분석한 결과다. 

코로나19 방역 조치 해제로 부진했던 소비가 회복세를 보이지만 여전히 가계대출 규모는 줄어들지 않고 있다. 한은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4분기와 비교해 올해 1분기 대출자 수와 대출 잔액은 각 4만명, 15조5000억원 줄었지만, 감소율은 0.2%, 0.8%로 미미했다. 1인당 평균 대출 잔액도 3개월 사이 9392만원에서 9334만 원으로 소폭 감소했다.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은 40%대를 유지했다. 올해 1분기 대출자 1997만명의 평균 DSR은 40.3%로, 2018년 4분기(40.4%) 이후 4년 만인 지난해 4분기(40.6%)에 40%대로 올라선 뒤 내려오지 않고 있다. 

DSR은 대출자의 연 소득 대비 연 원리금 상환액의 비율이다. 이 수치가 40%이면 연 소득의 40%를 빚 갚는 데 쓰고 있다고 해석된다. 

생활비를 제외하고 모든 소득을 빚 갚는 데 써야 하는 대출자는 300만명가량인 것으로 분석됐다. DSR 70% 이상인 대출자가 전체의 15.2%인 299만명으로 집계됐는데, 통상 DSR이 70% 수준이면 최저생계비를 제외한 소득을 원리금 상환하는 데 써야 하는 것으로 간주된다. 

DSR이 100% 이상인 가계대출자는 전체의 8.9%(175만명)에 달했다. DSR이 100%면 모든 소득을 원리금 상환에 써야 한다. 대출자 175만명은 허리띠를 졸라매도 빚 갚기가 어려운 상태인 것이다.

가계대출 부담이 커진 건 부동산·주식 등 자산투자와 생활고 등으로 가계대출이 크게 늘어난 영향으로 분석된다. 또 지난 2021년 하반기부터 올해 초까지 금리 상승이 이어지면서 원리금 상환 부담이 커지면서 생계가 곤란한 대출자 증가에 큰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이처럼 빚 갚는 데 어려움을 겪는 대출자가 많으면 연체율이 상승할 가능성이 크다. 가계대출 연체율은 올해 3월 말 기준 은행과 비은행 금융기관에서 각 0.30%, 1.71%에 이르렀다. 은행권 연체율은 3년 6개월 만에, 비은행권 연체율은 2년 6개월 만에 가장 높은 수준을 기록했다. 

특히 은행보다 취약차주가 많은 비은행권의 연체율 상승이 우려된다. 한은은 보고서에서 “지난해 하반기 이후 가계대출 연체율이 금융권 전반에서 오르고 있다”며 “2020년 이후 취급된 대출의 연체율 상승 압력은 비은행금융기관에서 크게 나타날 것”이라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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