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온 22조원 확보·LG엔솔 첫 회사채 발행···자금 마련 분주한 배터리업계
삼성SDI, 수익성 위주의 수주 전략 따른 재무 건전성 확보···올해 차입 없이 내부 투자 단행
'치킨 게임'보다 '내실 다지기' 전략···R&D 투자로 초격차 확보 방안

[시사저널e=정용석 기자] 국내 배터리 업체들이 생산시설 확대 전쟁에 뛰어들면서 대규모 자금 조달에 나서고 있다. SK온은 22조원에 달하는 자금을 끌어왔고, LG에너지솔루션은 출범 이후 첫 회사채 발행에 나섰다. 이런 가운데 삼성SDI는 업계의 증설 경쟁에 대해선 보수적 입장을 견지하면서도 연구개발(R&D)에는 투자 자금을 집중하며 전고체 배터리 등 기술 초격차를 통한 장기전을 대비하는 모습을 보여 눈길을 끌고 있다.

SK온 미국 조지아주 생산 거점 모습. /사진=SK
SK온 미국 조지아주 생산 거점 모습. /사진=SK

27일 업계에 따르면 SK이노베이션은 전날 컨퍼런스콜에서 1조원대 규모의 유상증자 추진 배경 중 하나로 자회사 SK온의 R&D 역량 강화를 꼽았다. 유상증자로 마련한 1조1800억원 가운데 4185억원을 투자해 부천 대장지구에 그린캠퍼스를 조성한다는 계획이다. 지난해 12월 SK이노베이션이 유상증자를 통해 SK온에 2조원을 투입한 지 반년만의 추가 지원이다.

10조원 넘는 정책 자금도 확보할 예정이다. 미국 에너지부(DOE)는 지난 23일 SK온과 포드와의 북미 합작법인 ‘블루오벌SK’에 최대 92억달러(약 11조 8000억원) 규모의 정책자금 차입을 조건부 승인했다. 블루오벌SK는 DOE로부터 받은 차입금을 미국 켄터키와 테네시 공장 건설에 투입할 계획이다.

SK온은 배터리 후발주자인 만큼 낮은 수율로 문제를 겪었지만, 최근 양산능력을 입증하며 외부 투자도 활발히 받고 있다. SK온은 이번 유상증자를 통한 모회사 지원을 포함해 약 22조원이 넘는 현금을 확보할 전망이다. 지난해 12월 모회사 SK이노베이션의 유상증자로 2조원을 수혈받았고 이후 재무적 투자자(FI)를 통해 약 4조원을 조달했다. 지난달 현대차·기아로부터 추가로 2조원을 차입하며 현금 곳간을 두둑히 채웠다.

다만 재무적 부담은 가중되고 있다. 지난해 모회사 SK이노베이션의 부채비율은 189%로 적정선인 200%에 근접했다. SK온이 빌린 돈만 10조원 대에 달하는 상황이지만 추가 자금 조달 가능성도 점쳐진다. 강동진 현대차증권 연구원은 “향후 포드와 합작 투자를 위해 DOE로부터 12조원을 차입할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차입금이 지속해서 증가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LG에너지솔루션도 투자금 마련에 나섰다. 1조원에 달하는 회사채 발행을 통해 자금을 확보한다는 계획이다. 이는 창사 이래 첫 회사채 발행이다. LG에너지솔루션은 지난해 1월 기업공개(IPO)를 통해 10조원에 달하는 자금을 확보하면서 회사채 시장을 좀처럼 찾지 않았지만, 대규모 설비 투자를 통해 자금 소진이 빠르게 이뤄진 것으로 풀이된다. 

이처럼 두 회사는 대규모 생산설비투자에 막대한 자금을 투여하면서 현금 곳간을 채우기 위해 안간힘을 쓰는 모양새다. 예정된 설비투자를 안정적으로 마치기 위해 자금 확보 '총력전'이 벌어지고 있다. LG에너지솔루션과 SK온의 수주잔고는 각각 600조원, 340조원 가량으로 예상된다.

/그래픽=정승아 디자이너
/그래픽=정승아 디자이너

반면 삼성SDI의 행보는 이와 대비된다. LG에너지솔루션, SK온과 달리 현금 곳간이 두둑한 상황이기 때문이다. 삼성SDI의 1분기 현금성 자산은 2조8685억원으로 지난해 1분기 대비 6363억원가량 늘었다. 부채비율도 80.05%로 경쟁사 대비 낮은 편이다. 

‘치킨 게임’이 아닌 ‘내실 다지기’가 삼성SDI의 전략으로 보인다. 단기적으로 양산 경쟁에 뛰어들기보다는 수익성 위주의 수주 전략을 세우고 중장기적으로는 R&D에 집중 투자해 초격차를 벌린다는 전략이다.

이 같은 전략은 배터리 3사의 R&D 투자 규모에서도 드러난다. 삼성SDI의 수주잔고는 160조원대로 배터리 3사 가운데 가장 작은 규모지만 R&D 투자비용에선 가장 앞서고 있다. 올해 1분기 삼성SDI는 3088억원을 R&D에 쏟으며 경쟁사 LG에너지솔루션(2262억원), SK온(846억원)에 크게 앞섰다. 지난해에는 1조764억원을 R&D에 썼다.

초격차는 전고체 배터리 분야에서 벌어질 전망이다. 삼성SDI는 국내 전고체 배터리 분야 기술력에서 가장 앞서있다는 평가를 받는다. 삼성SDI의 전고체 배터리는 독자 조성한 고체 전해질 소재와 혁신 소재 기술로 수명을 개선한 무음극 기술이 특징이다.

시제품 생산도 배터라 3사 가운데 가장 앞선다. 삼성SDI는 지난해 3월 업계 최초로 전고체 배터리 파일럿 라인인 ‘S라인’을 착공했다. 삼성SDI 관계자는 “전고체 파일럿 라인은 올해 상반기 준공되며 하반기부터는 시제품을 생산하고 출력 효율 등을 검증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전고체 배터리 양산 시점은 오는 2027년으로 예상된다. 삼성SDI는 최근 열린 ‘인터배터리 유럽 2023’에서 전고체 배터리를 필두로 차세대 라인업을 소개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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