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적자 늪' CJ CGV 5700억원 유상증자, 4500억원 현물출자
4DX·스크린X 등 특별관 확장···CJ올리브네트웍스와 협력 통해 기술력 강화
[시사저널e=이숙영 기자] CJ CGV가 1조원 자본확충에 나선다. CJ CGV는 자금 수혈을 통해 코로나19 팬데믹 기간 이어진 적자 늪에서 빠져나온 뒤 신사업에 주력한다는 방침이다.
27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CJ CGV는 최근 총 1조원 규모의 자본확충 계획을 밝혔다. CJ CGV는 5700억원 규모의 주주배정 유상증자를 진행할 계획이다. CJ주식회사는 주주배정 유상증자에 600억원가량 참여하며, 이와 별도로 제3배정 유상증자 방식으로 CJ주식회사의 자회사인 CJ올리브네트웍스 지분을 현물 출자한다. 회계법인이 평가한 현물출자 가액은 4500억원이다.
이번 자금수혈 배경에는 CJ CGV의 위기가 있다. 국내 영화관 업계 점유율 1위인 CGV는 코로나19 팬데믹에 직격탄을 맞았다. CJ CGV의 매출은 코로나 이전인 2019년 1조9423억원으로 2조원을 바라보고 있었으나, 2020년 5834억원으로 크게 추락했다. 2020년부터 적자도 이어졌다. CJ CGV는 2020년 3887억원, 2021년 2414억원, 2022년 768억원의 영업손실을 봤다. 올해 1분기에도 영업손실 141억원을 기록했다.
이러한 상황은 코로나19 엔데믹으로 전환된 뒤에도 반전되지 않아 문제가 되고 있다. 코로나 팬데믹 기간 동안 넷플릭스, 왓챠 등 OTT 플랫폼이 급성장하며 영화관의 경쟁력이 약화됐다. 영화관에 가는 대신 OTT 플랫폼으로 영화를 보는 것이 익숙해진 사람들이 엔데믹 전환 후에도 영화관에 가기 보다 OTT를 통한 영화 시청을 선택하고 있다.
영화관입장권 통합전산망(KOBIS)에 따르면 6월 27일 기준 올해 영화관 관객수는 5713만8986명으로, 코로나 이전인 2019년 1월부터 6월까지의 영화관 관객수 1억931만867명과 2배 가까이 적다. 반면 넷플릭스·티빙 등 주요 OTT 앱 설치자 수는 올해 4월 3000만명을 돌파했다. 2019년 4월(701만명) 보다 4배 이상 늘었다. 국내 OTT 서비스 이용률도 2020년 66.3%에서 2021년 69.5%, 2022년 72.0%으로 꾸준히 늘고 있다.
◆ CGV 공간 탈바꿈 실험 통할까
이러한 위기에 CJ CGV는 자금수혈 결단을 내렸다. CJ CGV는 자금수혈을 통해 재무구조를 안정화한 뒤 영화 상영 중심 사업구조를 체험형 라이프스타일 공간 사업구조로 탈바꿈한다는 계획이다. 유상증자 결정 공시에 따르면 5700억원 중 3800억원은 채무상환, 1000억원은 특별관 구축 등이 가능한 시설자금, 900억원은 신사업 운영에 사용될 운영자금으로 사용될 전망이다.
현재 CJ CGV의 자금수혈과 신사업을 책임지고 있는 이는 허민회 CJ CGV 대표다. 허민회 대표는 지난 2020년 말 부임 후 CJ CGV를 공간 사업자로 바꾸려는 시도를 꾸준히 해왔다. 상영관 일부를 클라이밍 공간으로 개조시킨 ‘피커스(PEAKERS)’가 대표적이다. 그는 2021년 7월 공간콘텐츠팀을 신설하고 직접 클라이밍짐 사업을 챙겼다.
4DX, 스크린X, 프리미엄관 등을 통해 해외 공연, 뮤지컬, 연극과 같은 다양한 콘텐츠를 제공하는 특별관 사업에도 힘써 성과를 봤다. CJ CGV의 특별관 매출 비중은 2019년 16%에서 현재 31%로 2배 가까이 증가했다.
이같은 성과에 CJ CGV는 유상증자를 통해 확보한 자금으로 특별관 사업을 더욱 확대한다는 계획이다. 기존에는 공연 실황을 상영하거나 이미 공연한 것을 영화화해 선보였다면 앞으로는 영화관 안에서 가수가 실제로 라이브 공연을 진행하는 등 영화관을 뛰어넘는 다양한 시도를 해본다는 구상이다.
CJ CGV 관계자는 “4DX·스크린X 등 특별관과 콘서트 실황, 스포츠 경기 등 대안 콘텐츠에 대한 수요는 더욱 증가하고 있다”며 “극장에서의 새로운 경험을 지속 제공하고 미래 신사업 발굴을 통한 넥스트 CGV 전략을 추진할 것”이라고 했다.
이와 함께 CJ올리브네트웍스과의 협력을 통해 기술력을 강화하고 스마트시네마 구축 사업, 비주얼이펙트(VFX) 사업, 극장운영·광고시스템 솔루션 사업 등의 신사업을 진행할 계획이다. CJ올리브네트웍스의 기술을 기반으로 한 신사업은 향후 해외 수출 가능성이 높다는 점에서 긍정적이다.
예컨대 CJ CGV는 CJ올리브네트웍스가 보유한 IT/AI기술력을 통해 극장 내 매표, 검표 등의 과정을 자동화하고 동선을 효율화하는 스마트시네마를 구축할 수 있다. 스마트시네마를 통해 영화관 운영 효율을 크게 높일 수 있는 것은 물론 이를 시스템화해 해외로 수출도 가능하다. CJ CGV 관계자는 “시스템 수출도 향후 그리는 모델”이라며 “영화업과 관련한 컨설팅 비즈니스의 가능성도 염두에 두고 있다”고 설명했다.
CJ CGV의 해외 사업장에도 기술을 적용할 수 있다. CJ CGV는 현재 중국, 베트남, 인도네시아 등에서 사업을 전개하고 있다. 코로나19 기간 동안 해외 영화산업 어려웠지만, 현재 빠르게 회복세를 보이고 있다. 특히 베트남의 경우 올 1분기 역대 최대 분기 영업이익을 달성해 코로나 이전을 넘어서는 실적을 기록하기도 했다.
CJ CGV 관계자는 “집에서 영화를 보는 것 이상의 경험을 영화관에서 제공해야 한다는 생각으로 체험형 라이프스타일 사업자로 도약을 내걸었다”며 “다양한 사업에 계속 도전하면서 고객들의 반응을 보려 한다. 궁극적으로는 영화 플러스알파를 제공하는 것이 CJ CGV의 전략 포인트”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