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8월 국내 영화관 관객수 전년 동기 대비 감소···엔데믹 효과 미비
비싼 영화 티켓 가격에 명절에도 OTT플랫폼 찾아

[시사저널e=이숙영 기자] “연휴에 디즈니플러스로 ‘무빙’ 정주행 하려고요. 영화관은 비싸기도 하고 볼 영화도 딱히 없어서···”

서울에 거주 중인 29세 직장인 A씨는 올 추석 연휴 계획을 밝히며 이같이 말했다. 추석이 코앞으로 다가온 가운데 극장가가 추석 명절 특수를 누릴 수 있을지 관심이 모인다. 일각에서는 높은 영화 티켓 가격, OTT플랫폼 발달 등으로 영화관 인기가 예전같지 않아 명절 특수를 누리기 어려울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25일 업계에 따르면 국내 주요 멀티플렉스 3사는 추석 대목 맞이 준비에 나섰다. CJ CGV·롯데시네마·메가박스 등 3사는 올 추석 각각 ‘씨지비마트’ ‘추석에 롯시 어텀’ ‘냥사원 마음대로 추석선물세트’ 이벤트를 진행한다. 3사의 이벤트는 모두 추석 기간 영화 티켓 가격을 할인하는 것에 초점을 맞췄다. 온라인에서 할인 쿠폰을 발급해 영화 티켓 가격을 할인하는 식이다.  

영화업계에서 명절은 대목으로 꼽힌다. 연휴를 맞아 영화관에 방문하는 가족 단위 관객이 늘어나기 때문이다. 비용을 많이 들인 기대작들이 일부러 명절 시기에 맞춰 영화를 개봉하는 일도 잦다. 앞서 올해 설에는 이러한 명절 특수를 봤다. 지난 1월 22일 설 당일에는 전국에서 62만명의 관객이 영화관을 찾았다. 이는 지난해 설보다는 2배 이상, 2021년 설날보다는 3배 이상 많다.

월별 영화관 총관객수 추이. / 그래픽=정승아 디자이너, 자료=영화관입장권통합전산망

하지만 이번 추석에는 이러한 수혜를 보기 힘들 것으로 관측된다. 올해 5월부터 월별 영화관 관객수가 코로나가 한창이던 지난해보다도 적은 상황이 이어지고 있다. 올해 초 실내마스크 해제 등의 영향으로 반짝 영화관을 찾았던 관객들이 다시 OTT플랫폼으로 돌아가는 듯한 모양새다. 

영화관입장권 통합전산망 통계에 따르면 올해 1~4월까지 월별 영화관 총관객수는 지난해보다 많았지만, 지난 5월을 기점으로 줄었다. 올해 1~4월 영화관 총관객수는 약 3211만명으로 전년 동기 1489만명에 비해 2배 이상 높았다. 이는 설 연휴와 상반기 실내마스크 의무 해제 등의 영향을 받은 것으로 분석된다. 

하지만 5월부터는 영화관 관객수의 회복이 정체되기 시작했다. 올해 영화관 관객수는 5월 1174만명, 6월 1452만명, 7월 1428만명, 8월 1456만명을 기록, 모두 전년 대비 감소한 수치를 보였다. 올해 5~8월 관객수의 합은 약 5511만명으로 지난해 5~8월 관객수의 합(6128만명)보다 617만명가량 적다. 

이러한 추세로 볼 때 추석 때에도 영화관 관객수가 급증할 것으로 기대하긴 힘든 상황이다. 특히 지난 24일까지 집계된 9월 총관객수는 약 454만명으로 지난해 9월 986만명에 2분의 1수준에 불과하다. 지난해 추석 연휴 기간(9월 9~12일) 영화관 관객수가 373만명이었는데, 올 추석 동일한 수의 관객이 영화관을 찾더라도 지난해 9월 관객수에 미치지 못한다.    

극장가 침체가 이어지는 주요 원인은 비싼 영화 티켓 가격과 OTT 플랫폼에 비해 풍부하지 못한 콘텐츠 등이다. 직장인 A씨는 “영화 한 번 볼 돈으로 OTT 구독하는 게 더 합리적이다. 1만5000원이면 디즈니플러스, 웨이브, 넷플릭스 다 볼 수 있다”며 “이번 명절엔 가족들하고 무빙을 정주행할 것”이라고 말했다.

현재 영화 티켓 가격은 2D 기준 평일 1만4000원, 주말 1만5000원이다. 2019년까지만 해도 평일 1만원, 주말 1만1000원이던 영화 티켓 가격이 수년새 35%이상 오른 것이다. 이에 영화표값이 비싸다는 소비자 불만이 이어지고 있지만, 영화관은 티켓 가격을 내릴 수 없는 상황이다. 

업계 관계자는 "코로나 기간 동안 배우 개런티 증가, 스태프 처우 개선, 물가 인상 등의 요인으로 전반적인 제작비가 늘었다"며 "티켓 가격 만큼 영화관에서 이득을 가져가는 것이 아니라 제작사 등과 나눠가지는 구조"라고 설명했다. 

극장을 찾는 고객이 줄며 영화관에서 개봉하는 작품의 수도 줄었다. 명절 특수를 노려 개봉하던 신작들도 찾기 어려워졌다. 이번 추석 연휴 영화관에서 개봉하는 영화는 배우 강동원이 출연하는 ‘천박사와 퇴마 연구소: 설경의 비밀‘, 배우 하정우·임시완이 출연하는 ‘1947 보스톤’, 송강호 출연하는 ‘거미집’ 등 3개다.   

반면 넷플릭스·디즈니플러스 등 OTT플랫폼에서는 다양한 콘텐츠를 선보인다. 넷플릭스는 추석을 맞아 회당 40억원의 제작비를 들인 ‘도적: 칼의 소리’와 tvN ‘더 지니어스’ 시리즈 PD로 유명한 정종연PD의 신작 ‘데블스 플랜’을 선보인다. 최근 무빙으로 흥행한 디즈니+는 추석 연휴 기간 영화 ‘신세계’ 제작진이 참여한 범죄 액션 드라마 ‘최악의 악‘을 개봉한다. 웨이브는 ‘악인취재기‘, 티빙은 ‘라이어니스: 특수 작전팀‘ 등을 준비했다.  

업계 관계자는 "올해 7월말에서 8월초 사이 여름 시장을 겨냥하며 나온 작품들이 아쉬운 성적을 거두며 영화관 관객수가 떨어진 것으로 보인다"며 "다만 이번 추석은 대체공휴일 지정으로 연휴가 길어진만큼 관객수가 늘어날 것이란 기대를 여전히 가지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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