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행사 유치전은 사실상 외교전···핵심기술 및 투자 여력 지닌 국내 글로벌기업 입김이 외교에 있어 결정적 변수
[시사저널e=엄민우 기자] 2030 부산엑스포(부산세계박람회) 유치를 위해 정부부터 민간까지 안간힘을 쓰는 모습입니다.
특히, 윤석열 대통령의 프랑스 방문 일정 중 국내 인사들의 행보가 눈길을 끌고 있는데요. 지금까지 보면 특히 재계 총수들이 마치 엑스포 유치전의 '1선발'로 부각되는 듯한 모습입니다. 엑스포가 재계 행사도 아닌데 왜 특히 기업인들이 전면에 나서고 있는 걸까요?
재계 및 외교통들에 따르면, 현실적으로 정리하자면 한국이 다른 국가들에게 무언가 호의를 제공할 수 있는 집단이 결국 기업들이기 때문입니다. 부산엑스포 유치전은 하나의 외교전이라고 할 수 있는데요. 외교에 있어서 가장 중요한 판단 기준은 추구하는 가치도 있겠지만, 결국 ‘어떤 호의를 줄 수 있느냐’가 가장 중요하다고 합니다.
우리나라는 자원도 없고 인구도 적어 외교적으로는 태생적으로 불리하지만, 그나마 어필할 수 있는 부분이 바로 기업들의 투자와 기술입니다. 정치인들이 가서 아무리 이야기해도 한계가 있다는 것입니다.
한 4대그룹 인사는 “이전에 평창 동계올림픽을 유치했을 때 IOC위원이었던 이건희 삼성 회장이 보이지 않게 물적, 질적으로 많은 노력을 했다”고 전했습니다.
삼성과 SK는 메모리 반도체 시장을 사실상 지배하다시피 하고 있고요. 현대차는 전기차 세대로 넘어오면서 글로벌 완성차 기업으로서 급성장하고 있습니다. LG 역시 삼성, SK와 마찬가지로 글로벌 배터리 시장에서 중요한 위치를 차지하고 있습니다.
실제로 이번에 에바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도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을 비롯해 대한상공회의소 회장인 SK 최태원 회장, 정의선 현대차 회장, 구광모 LG 회장, 김동관 한화 부회장, 조원태 대한항공 회장, 조현상 효성 부회장, 류진 풍산그룹 부회장 등을 만나 투자를 독려했다고 합니다. 각국 정부는 투자를 얼마나 이끌어오는지를 바탕으로 국민들의 평가를 받기 때문에 글로벌 기업들의 행보에 민감할 수밖에 없습니다.
기업인들이 엑스포 유치전에 매진하는 것은 이와 같은 현실적 이유 때문만은 아니라고 합니다. 기본적으로 해당 행사가 워낙 큰 국가적 이벤트가 될 수 있는 만큼 일종의 사명감을 갖고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는 평가입니다.
한 재계 인사는 “기업에 직접적, 가시적으로 이득이 되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총수들이 엑스포 유치전에 나서는 것과 관련해서만큼은 좀 좋은 평가들을 해줬으면 좋겠다”고 말했습니다.
다만 엑스포 유치와 관련해선 기업인들만 뛰고 있는 것은 아닙니다. 문화강국 답게 블랙핑크, 방탄소년단(BTS) 등 가수들도 적극적으로 홍보에 나서는 모습입니다. 특히 가수 싸이(박재상)는 이번 프랑스 방문에 동행, 인상적 PT를 해 주목받기도 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