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령 R&D 부문 신설, 신약센터와 투트랙전략···신약 임상과 허가 업무 담당
신약 파이프라인은 항암제 다수···글로벌 프로젝트 ‘BR2002’ 진행, 제네릭 3품목도 항암제
개량신약은 당뇨와 고혈압 비중 높아···업계 “신약개발 폭 넓혀야” 지적
[시사저널e=이상구 의약전문기자] 보령(구 보령제약)이 최근 R&D(연구개발) 부문장에 관련 경험이 풍부한 임종래 부사장을 영입했다. 향후 임 부사장이 어떤 전략으로 보령 신약개발을 진두지휘할 지 주목된다.
19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보령은 최근 임종래 전 종근당 제품개발본부장(전무)를 부사장으로 영입했다. 1967년생인 임종래 부사장은 서울대 약학대학을 졸업했다. 이어 동대학원과 성균관대에서 각각 약학 석사와 박사 학위를 취득했다. 임 부사장은 지난 1993년부터 31년간 종근당에서 제제연구실장과 기술연구소장, 제품개발본부장 등을 거치며 의약품 R&D 분야에서 다방면의 경험을 쌓아왔다.
특히 퍼스트제네릭과 개량신약, 합성신약, 천연물 신약 등 다양하고 경쟁력 있는 신제품을 시장에 선보이며 R&D 역량을 인정받아 왔다. 제약업계 관계자는 “그동안 임 부사장이 직간접 참여한 개발 결과로 구체적 품목 명을 언급하기는 곤란하다”면서도 “10여년 전 개발에 성공한 국산신약과 개량신약, 퍼스트제네릭 등 성과가 적지 않다”고 강조했다.
이번 임 부사장 영입에 따라 보령은 사내에 R&D 부문을 신설하고 기존 신약연구센터와 투트랙전략으로 의약품 R&D에 전력을 기울일 토대를 마련했다는 분석이다. 신약연구센터는 김봉석 센터장을 중심으로 신약에 대한 발굴과 연구계획, 연구전략을 수립하고 관리하는 역할을 수행한다. 일종의 신약개발 콘트롤타워 역할이다. 반면 보령 R&D 부문은 구체적으로 신약 임상시험과 허가 업무를 담당할 예정이다. 개량신약과 퍼스트제네릭도 담당한다. 보령 관계자는 “신약연구센터는 R&D 부문에 소속되지 않는다”라며 “양 조직은 병렬식으로 구성돼 서로 협력하며 신약개발을 진행하게 된다”고 설명했다.
보령은 그동안 오리지널 의약품 브랜드를 자사가 직접 완전하게 인수하는 LBA(Legacy Brand Acquisition) 전략에 주력해왔다. 회사가 중점을 두고 진행하는 항암제 주요 품목 ‘알림타’와 ‘젬자’가 LBA 전략 대표품목이기도 했다. 이처럼 당장 매출증대를 위한 오리지널 품목 인수도 중요하지만 보령이 중장기적으로 승부수를 던질 신약개발에 주력해야 한다는 업계 지적도 적지 않다. 지난 2010년 개발한 국산신약 ‘카나브’ 이후 신약개발에 있어 구체적 성과가 없다는 목소리가 제기되는 것이다. 제약업계 관계자는 “카나브 이후 출시된 6개 복합제 등 총 7개 카나브패밀리는 지난해 원외처방금액이 1400억원대 규모로 성장했다”라며 “하지만 제2의 카나브로 부를 수 있는 신약이 나와야만 현재 매출 증가세를 유지할 수 있게 된다”고 언급했다.
이같은 측면에서 보령은 향후 항암제 위주의 신약개발에 주력할 전망이다. 현재 신약 파이프라인도 항암제가 다수를 점유한 상황이다. 우선 눈에 띄는 신약후보물질은 ‘BR2002’다. 보령에 따르면 글로벌 시장 진출 프로젝트 ‘BR2002(물질명 BR101801)’을 통해 암세포 주요 성장과 조절인자인 PI3K 감마(γ), PI3K 델타(δ) 그리고 DNA-PK를 동시에 삼중 저해하는 비호지킨성 림프종 치료제 개발을 진행해왔다. 지난 2021년 임상 1a상을 통과한 후 현재 국내에서 임상 1b상을 진행하고 있다. 지난해 10월 미국 FDA(식품의약국)으로부터 희귀의약품 지정을 받은 바 있다. 이밖에도 보령은 항암제 신약후보물질 ‘BR2010’과 ‘BR2011’, ‘BR2018’ 등 3개의 임상 가능성을 검토하는 상황으로 파악된다.
보령이 현재 임상시험을 진행 중인 개량신약 후보군이 적지 않다. 당뇨와 고혈압 빈도가 높은 개량신약 후보군 중 진척도가 가장 높은 물질은 지난 2015년 7월 연구를 시작, 임상 3상을 진행 중인 ‘BR1007’이다. 이 물질의 적응증은 CKD(만성신부전증)다. 회사가 개발작업에 착수한 제네릭(복제약)은 ‘BR9008’과 ‘BR9011’, ‘BR9012’ 등 3개 품목이다. 모두 항암제이며 현재 임상 1상을 진행 중인 점이 공통점이다.
단, 현재 보령이 진행하는 신약개발이 항암제에 치우쳐있고 만성질환 관련 후보물질은 적다는 점은 업계가 아쉬워하는 부분이다. 제약업계 관계자는 “올해 매출 목표를 2000억원으로 결정하는 등 보령 분위기가 항암분야에 맞춰져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며 “신약개발 폭이 넓어져야 하는데 이 역할은 임 부사장이 책임지고 추진해야 할 사안”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제약업계 관계자는 “대외적으로 공개된 보령 파이프라인 중 임상시험을 진행하는 신약은 사실상 BR2002가 유일하다”며 “주력 타깃 등 R&D 정책은 내부 사정에 따라 다를 수 있지만 업계를 선도하는 상위권 업체답게 이제는 투자를 늘려야 할 때”라고 말했다.
결국 이번 보령의 임 부사장 영입은 신약개발 역량 강화작업의 일환으로 분석된다. 현재 항암제 위주 신약개발을 다양화하고 성과를 올리는 것이 향후 임 부사장 역할로 판단된다. 제약업계 관계자는 “보령은 최근 수년간 매출 성장세에 만족해선 안 된다”라며 “그동안 상대적으로 신경을 쓰지 못했던 신약개발에 주력하는 것이 필요하다는 점을 인지해야 한다”고 당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