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월 시중은행 엔화 환전액, 전년 동기 대비 '5배' 늘어
일본, 통화 완화 '고수'···원/엔 더 하락할수도
[시사저널e=유길연 기자] 최근 원화에 대한 일본 엔화 가치가 크게 하락하면서 환전 수요도 급증하고 있다. 일본이 통화 완화 정책을 이어가고 있는 만큼, 향후 원/엔 환율이 100엔당 800원대까지 내려갈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18일 금융권에 따르면 4대 시중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의 지난달 엔화 매도액은 301억6700만엔(약 2732억원)으로 한 달 전(228억3900만엔)과 비교해 73억2800만엔(약 664억원) 늘었다. 환전을 원하는 고객에게 은행이 엔화를 내준(매도) 규모가 3000억엔을 크게 넘어섰다는 의미다. 작년 같은 달(62억8천500만엔)의 5배에 가까운 액수다.
엔화 환전액은 지난해 9월 91억8300만엔에서 10월 197억3300만엔으로 두 배가량 불어난 후 전반적으로 계속 늘어나고 있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코로나19 사태가 완화된 후 일본 여행이 급증한 결과 엔화 수요가 증가했고, 엔화 가치가 내려가면서 환차익을 기대해 환전을 하는 경우도 크게 늘었다“고 설명했다.
시중은행의 엔화 예금 규모도 크게 늘었다. 4대 은행의 이달 15일 기준 엔화 예금 잔액은 8109억7400만엔으로 지난달 말(6978억5900만엔) 대비 16%(1131억1400만엔·약 1조243억원) 급증했다.
물론 대부분의 예금 잔액은 개인이 아닌 기업의 몫이기에 예금 잔액이 크게 늘어난 원인은 무역 결제 수요 등 다양하다. 하지만 엔저 효과를 빼고서는 설명하기 어렵다는 것이 은행권의 대체적인 해석이다.
최근 엔화 가치가 계속 하락하면서 엔화 환전을 원하는 소비자들은 더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16일 오후 3시 30분 기준 원/엔 재정환율은 100엔당 903.82원으로, 2015년 6월 26일(905.40원) 이후 약 8년 만에 가장 낮은 수준까지 내려갔다.
엔화는 달러·유로 등에 대해서도 모두 약세다. 지난 15일 도쿄 외환시장에서 장중 엔화는 1유로당 152엔을 넘어서 2008년 9월 이후 최고 기록을 세웠다. 엔/달러 환율도 1달러당 141엔대에 올라 작년 11월 이후 7개월 만에 가장 높았다.
미국과 유럽은 통화 긴축을 이어가고 있지만 일본은 완화 정책을 유지하고 있기 때문이다.
일본 중앙은행인 일본은행(BOJ)는 지난 16일 대규모 금융완화 정책을 유지하기로 결정했다. 지난 4월 우에다 가즈오 일본은행 총재가 새로 취임하면서 정책 변화 가능성에 관심이 모였지만 기존 정책 고수를 결정한 것이다. 시장에선 이 같은 추세를 이어간다면 원/엔 환율이 100엔당 800원대까지 내려갈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한 은행권 관계자는 “현재 엔화가 약세라고 해서 투자비중을 크게 늘리면 위험할 수 있기에 투자 목적으로 환전을 하는 것은 신중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