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 공장 위치해 인프라 형성된 지역 유리

SK하이닉스 이천 본사. /사진=연합뉴스

[시사저널e=이호길 기자] SK하이닉스가 미국에 첨단 패키징 제조 시설을 설립하기 위해 부지를 물색 중인 가운데 텍사스, 애리조나, 뉴욕주 등 다른 반도체 기업 공장이 위치한 장소가 후보지로 거론된다. SK하이닉스는 미국에 보유하고 있는 생산 시설이 없는 만큼 현지에 기존 공장이 들어서 반도체 인프라가 형성된 지역을 택할 것이란 분석이다.

15일 반도체업계에 따르면 SK하이닉스는 미국에 건설할 패키징 공장 부지를 선정하는 단계다. 회사 임원들이 올초부터 미국을 찾아 복수의 후보지를 둘러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 행정부가 반도체지원법의 보조금 신청 조건으로 수율과 연도별 생산량 등의 민감한 자료를 요구해 투자를 철회해야 한단 주장도 나왔지만, SK하이닉스는 패키징 공장 건설을 계획대로 추진한단 입장이다.

앞서 박정호 SK하이닉스 부회장은 지난 3월 정기 주주총회에서 취재진과 만나 “리뷰(검토)가 거의 주별로 끝나간다. 계획대로 진행할 것”이라며 “고대역폭메모리(HBM) 등에서 패키징 기술이 중요해지고, HBM을 요구하는 기업들이 미국에 있다 보니 (공장 부지를) 미국으로 선정하게 됐다”고 밝힌 바 있다.

반도체업계에서 SK하이닉스의 미국 패키징 공장 후보지로 꼽는 지역은 텍사스, 애리조나, 뉴욕주를 비롯해 뉴멕시코와 오리건주 등이다. 모두 반도체 기업의 공장이 가동 중이거나 신규 라인이 지어지고 있단 공통점이 있다. 텍사스에는 삼성전자가, 애리조나에는 TSMC가, 뉴욕에는 마이크론이, 뉴멕시코와 오리건주에는 인텔이 반도체 라인을 각각 보유하고 있거나 신규 공장을 건설 중이다.

삼성전자가 미국 텍사스주 테일러에 건설 중인 파운드리 공장 부지. /사진=삼성전자

유력 후보지 중 1곳인 텍사스주 오스틴에는 삼성전자 파운드리 라인이 있고, 테일러에도 제2공장 구축이 한창이다. 삼성전자가 현지에서 반도체를 생산 중인 만큼 국내외 협력사들이 밀집돼 있단 게 장점이다.

텍사스가 주(州)·시(市) 정부 차원에서 기업 유치에 적극적인 점도 고려 대상이 될 것으로 보인다. 텍사스주와 테일러시는 지난 2021년 삼성전자가 파운드리 신공장을 건설하는 조건으로 재산세 감면, 보조금 지급 등의 지원책을 약속했다. 전체 인센티브 규모는 10억달러(약 1조2800억원) 수준인 것으로 전해졌다.

반도체업계 관계자는 “텍사스는 삼성전자 공장이 있어 생태계 조성이 잘 돼 있고, 한국 사람도 많은 지역”이라며 “주 차원에서 높은 수준의 세제 혜택을 준비 중인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애리조나와 뉴욕주도 후보지로 거론된다. 애리조나는 TSMC와 인텔이 반도체 생산 라인을 건설 중으로 반도체 인프라가 잘 갖춰져 있고, 뉴욕은 주 정부가 반도체 공장 유치에 공을 들이고 있다. 뉴욕주 클레이시에 반도체 공장을 건설하는 마이크론은 주 정부로부터 55억달러(7조500억원) 규모의 세액 공제 혜택을 받을 예정이다.

또 다른 업계 관계자는 “공장 건설 과정과 완공 이후 인력 수급 등을 감안할 때 반도체 기반이 이미 마련된 지역을 부지로 선정할 것으로 보인다”며 “인텔의 첨단 패키징 공장이 있는 뉴멕시코주도 후보 지역이 될 수 있지만, 인재 유출을 우려해 선택하지 않을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조 바이든(왼쪽 스크린) 미국 대통령이 지난해 7월 워싱턴DC 백악관을 방문한 최태원(오른쪽) SK그룹 회장과 화상 면담을 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SK하이닉스의 미국 패키징 제조 시설 건립 계획은 지난해 7월 최태원 SK그룹 회장과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의 화상 면담에서 공개됐다. 최 회장은 이 자리에서 미국에 220억달러(28조2200억원)를 투자하겠다고 발표했는데, 이중 150억달러(19조2400억원)가 반도체 분야에 활용될 예정이다.

SK하이닉스 관계자는 “미국 패키징 공장 부지로 어떤 곳이 적합한지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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