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평구·서대문구 등 서울 외곽지역 청약경쟁률도 연초 대비 치솟아
건설비용 상승으로 분양가 높아질 가능성 커지자 청약시장 운집
[시사저널e=노경은 기자] 서울 청약시장이 달아오르고 있다. 올해 분양이 예고된 다량의 강남 물량은 한 곳도 풀리지 않았지만 서울 외곽지역에서조차 이미 평균경쟁률 100대 1을 엿보는 사업장이 늘어날 정도로 시장이 회복세를 보이는 것이다. 업계에서는 건설비용 상승으로 분양가가 높아질 가능성이 커지자 내집마련 수요층들이 청약시장에 운집하는 것으로 해석하고 있다.
13일 한국부동산원 청약홈에 따르면 이달 초 서울 서대문구에서 분양한 DMC 가재울 아이파크는 평균경쟁률 89.8대 1을 기록하면서 업계를 놀라게 했다. 이에 앞서 지난달 은평구에서 공급된 새절역 두산위브 트레지움도 78.9대 1로 이미 시장 예상을 넘어 선방했다는 평을 받았다. 두 사업장은 입지적으로 서울에서 상대적으로 외곽에 치우쳐있다는 공통점이 있다. 게다가 근래 시세와 비교했을 때 결코 높은 차익을 기대할 수 있을 정도로 분양가가 저렴한 것도 아니다. DMC 가재울 아이파크 전용면적 59㎡의 분양가는 층이나 타입에 따라 7억 7000만~8억 8000만원인데, 옵션 비용을 염두에 두면 이달 초 인근에 위치한 DMC파크뷰자이 동일면적 매매가가 9억원이었던 것과 큰 차이가 없다. 그럼에도 너도나도 청약통장을 던지는 것이다.
이 같은 분위기는 올해 초만 하더라도 누구도 전혀 예상할 수 없었다. 올해 3월 서울 청약시장의 대어로 불리는 둔촌주공 재건축이 미계약 물량을 소진하기 위한 '줍줍'을 진행할 때만 하더라도 완판이 가능할지를 염려하는 분위기가 지배적이었던 점만 봐도 알 수 있다. 그러나 불과 3개월 만에 분위기가 뒤집힌 것이다. 부동산 조사업체 부동산인포에 따르면 올해 들어 5월까지 서울 분양 경쟁률이 49대 1을 기록하며 전국 14개 시·도 가운데 가장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전국의 평균경쟁률 평균 6.82대 1 보다 약 7배 가량 높은 것이다.
업계에서는 그 배경으로 규제완화를 꼽는다. 지난 1월 3일 정부는 부동산 대책을 통해 서울의 강남3구와 용산구를 제외하고 나머지 지역들을 규제지역에서 모두 해제했다. 이에 따라 1월 5일부터 서울에서 분양하는 아파트들은 전매제한이 1년으로 완화됐고 가점제 만으로 입주자를 모집했던 전용면적 85㎡ 이하 물량은 가점제 40%와 추첨제 60%로 입주자를 모집하는 게 가능해졌다. 그동안 가점이 낮아 청약에 어려움을 겪던 예비청약자들도 추첨제를 통해 당첨 기회를 얻게 된 것이다.
거주지와 무주택자 요건 등이 해제되며 무순위 청약이 이른바 전국구 가능으로 진행된 점도 청약시장 열기를 더하는 데 한 몫 했다. 지난해 하반기에는 수차례 줍줍을 해도 털 수 없었던 매물이 금새 소진된 것이다. 한 부동산업계 관계자는 “청약 및 전매제한 등 규제가 완화되면서 지방 거주자들도 서울로 수요가 몰린 탓”이라고 말했다.
올해는 청약시장에서 그간 쉽사리 볼 수 없었던 서초구·강남구 등 청약 물량이 대거 풀릴 예정이다. 또 천지개벽이 예고된 동대문구 청량리나 이문동 등의 재개발 물량도 선보인다. 아직 주인공은 등판조차 안 했는데 이미 서울 사업장은 분양만 하면 흥행에 성공하자, 정작 강남권 물량이 나왔을 땐 시장이 과열 조짐을 보일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올해 예고된 강남권 물량은 서초구 내 방배5구역, 방배6구역, 신반포15차(래미안원펜타스), 한신4지구(메이플자이)와 강남구 청담삼익 재건축(청담 르엘) 등이 있다. 강남구에서 나오는 민간 분양은 2020년 7월 이후 약 3년 만이다.
특히 청약열기 뿐 아니라 분양가 상향 현상은 이미 서울 전역을 넘어 수도권으로 확산하고 있다. 광명, 용인 등에서 국민평형으로 불리는 전용 84㎡가 약 10억원대 분양가에 공급됐음에도 높은 경쟁률을 보이며 수요층이 몰렸기 때문이다.
이달 들어서는 서울에서 분양 예정인 사업장이 더 많아 청약 시장 주목도가 더 높아질 것으로 보인다. 이달 이미 분양한 사업장인 DMC가재울 아이파크를 제외하고 청량리롯데캐슬하이루체, 구의역롯데캐슬이스트폴, 힐스테이트e편한 문정 등이 공급 준비에 한창이다.
한 건설업계 관계자는 “서울은 하반기에도 규모가 있는 브랜드 아파트들이 대거 분양에 나설 것으로 예고된 만큼 분양시장은 달아오른 분위기를 이어갈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고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