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유소 활용해 전기차 충전소 인프라 구축 나선 정유업계
충전 속도·적은 전기대 보급 대수가 수익성 발목···"전기차 200만대까지 늘어야"

서울 송파 GS칼텍스 주유소. / 사진=GS
서울 송파 GS칼텍스 주유소. / 사진=GS

[시사저널e=정용석 기자] 전기차 시대 전환이 이뤄지며 석유제품 수요 감소로 주유소 폐업이 늘고 있는 가운데 정유사들이 막대한 자본을 투입하며 전기차 충전사업에 진출하고 있다. 시장선점을 위한 정유업계 내 경쟁이 치열하지만 당장 수익성 보장하기에는 힘들다는 분석이 나온다. 

◇정유업계, 주유소를 전기차 충전소로···충전사업 본격화

2일 HD현대오일뱅크 관계자는 “올해 11월부터 수도권 지역 충전소 40개소 설치를 시작으로 전기차 충전사업을 시행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HD현대오일뱅크는 주유소 네트워크를 활용,  전기차 충전소와 주유소의 결합 형태로 충전 서비스를 제공한다는 방침이다. 

해당 충전소에는 그룹 계열사인 HD현대일렉트릭의 자회사 HD현대플라스포가 개발 중인 초급속 충전기가 탑재된다. 전기차 충전기는 충전속도에 따라 초급속과 급속, 완속으로 구분되는데, HD현대오일뱅크는 200킬로와트(kW)급 초급속 충전 네트워크를 구축한다는 방침이다. 

탈탄소 요구와 더불어 전기차 전환 속도가 빨라지며 정유사들도 비석유 부문 사업을 강화하고 있다. 최근 정유업계는 주유소 네트워크를 활용, 전기차 초급속 충전사업 진출에 적극적인 모습이다. 

SK에너지는 지난해 2월 주유소에서 전기를 생산하고 이를 전기차 충전에 사용하는 비즈니스 모델을 내놨다. 서울 금천구에 위치한 SK에너지의 ‘에너지 슈퍼스테이션’은 태양광과 연료전지를 활용해 전기를 만들고 있다. 향후 전기사업법 등 규제가 완화되면 전기차 충전사업을 시작할 예정이다.

/그래픽=정승아 다지아너
/그래픽=정승아 다지아너

◇미래 업황은 밝지만 아직은···

정유업계가 전기차 충전소에 눈독을 들이는 건 업황이 밝아서다. 전기차 보급이 크게 확대되면서 충전 수요도 덩달아 증가할 것으로 예측된다. 독일 컨설팅사 롤랜드 버거에 따르면 글로벌 전기차 충전 시장 규모는 올해 550억달러(약 71조원)에서 2030년 3250억달러(약 424조원)로 성장할 것으로 전망된다. 

유리한 여건도 갖췄다. 정유사들은 전국 교통 요지에 구축된 주유소를 활용할 수 있다. 접근성이 뛰어난 주요소 부지를 활용해 다른 업계보다 빠르게 충전소를 구축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가정과 상업시설에는 완속 충전기에 대한 수요가 강하지만, 빠른 충전속도를 보장하는 초급속 충전시장은 정유업계가 차지할 것으로 예측된다. 

다만 수익성은 미지수다. 전기차 충전시장은 커지고 있지만 아직은 충전기 성능이 주유소 기반의 전기차 충전소가 수익을 낼 수 있는 조건에는 못 미친다는 게 업계의 설명이다.

한국주유소협회 관계자는 “초급속 충전기를 주유소에 설치한다 해도 전기차 한 대를 완충하는데 20~30여 분이 걸린다”며 “충전속도 향상 등 여건이 갖춰져야 수익성이 보장될 수 있다”고 했다. 충전기술이 발전하기 전까진 주유소 부지가 전기차 충전소로 전환되기 어렵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전기차 보급 대수도 아직은 부족하다. 충전 수요도 그만큼 적다. 김필수 대림대 자동차학과 교수는 “작년 말 기준 전기차 등록 대수는 40만대 정도로 충전사업이 수익성을 갖추기에는 수요가 부족하다”면서 “전기차 등록 대수가 200만대를 넘기는 수준은 돼야 기업들의 수익성이 확보될 수 있을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단기간 내 수익성 확보를 위한 정유사들의 사업 아이디어는 다양하다. 주유소 부지를 전기차 충전소로 전환하면서 동시에 물류와 생활 서비스를 제공하는 방안도 나왔다. GS칼텍스는 주유소 네트워크를 활용해 소형 물류허브 역할도 함께하는 ‘픽업 센터’를 구축 중이다. 또한 주유소를 도심항공교통(UAM) 수직 이착륙장으로 활용하는 방안도 고려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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