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1분기 흑자는 기록했지만···정유 4사 영업이익 60~80%↓
4월 넷째주 정제마진 2.4달러, 공장 가동할수록 ‘손해’ 지속

에쓰오일 울산 생산라인 모습. /사진=에쓰오일
에쓰오일 울산 생산라인 모습. / 사진=에쓰오일

[시사저널e=유호승 기자] 정유업계가 정제마진 추락에 맥을 못 추고 있다. 지난해에는 횡재세로 초과이윤을 환수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올 정도로 큰 이익을 기록했지만, 올해는 글로벌 경기침체 및 둔화와 정제마진 급락에 상황이 급변했다. 사상 최대 실적을 뒤로 하고 올해 1분기에 이어 2분기에도 저조한 실적 성적표를 받을 것으로 전망된다.

업계에서는 정유업계의 실적 지표인 싱가포르 정제마진의 손익분기점이 4~5달러 선이라고 본다. 올해 1월 평균 정제마진은 10.3달러, 2월과 3월에는 각각 7.2달러, 7.5달러였다. 정제마진이 손익분기점보다 높은 수준을 보이며 제품 생산량 감소에도 SK이노베이션과 에쓰오일, GS칼텍스, HD현대오일뱅크 등은 1분기에 흑자를 유지할 수 있었다.

대표적으로 SK이노베이션 석유 사업부문의 경우 올해 1분기에 영업이익 2748억원을 기록했다. 전년 동기 대비 81.7% 줄어든 실적이지만, 손익분기점보다 높은 정제마진에 적자를 기록하지는 않았다.

다른 정유사도 상황은 비슷하다. 에쓰오일과 현대오일뱅크의 1분기 영업이익도 전년 동기 대비 각각 61.3%, 63.2% 감소했다. GS칼텍스는 아직 1분기 실적을 공시하지 않았지만, 경쟁사와 비슷한 수준으로 영업이익이 감소했을 것으로 시장은 예측하고 있다.

단, 2분기의 시작인 올해 4월 들어 정제마진이 본격적으로 하락하면서 국내 정유 4사가 적자전환할 가능이 크다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그래픽=김은실 디자이너
/ 그래픽=김은실 디자이너

4월 평균 정제마진은 3.9달러이며, 같은달 넷째주에는 2.4달러까지 떨어지기도 했다. 역대 최고치였던 지난해 6월 넷째주(29.5달러)와 비교하면 불과 10개월 만에 91.9%(27.1달러) 하락한 셈이다.

업계 관계자는 “지난해에는 원유 가격의 급등과 함께 정제마진도 역대 최대치를 기록할 만큼 올라 큰 수익을 올릴 수 있었다”며 “하지만 현재는 정제마진이 2달러 선까지 떨어져 공장 가동 자체가 손해인 상황이 계속되는 중”이라고 말했다.

증권가는 OPEC 등의 원유 감산조치에 따라 오르는 국제유가와 달리 정제마진이 하락하는 것이 정유사의 실적하락 원인으로 꼽는다. 일반적으로 국제유가가 오르면 정제마진도 함께 상승하는데, 현재는 그렇지 않은 모습이다.

윤용식 한화투자증권 연구원은 “정제마진이 오르려면 석유제품 수요가 증가해야 한다”며 “그러나 글로벌 경기침체 장기화에 감산한 원유 공급량보다 줄어드는 제품 수요가 더 큰 상황이 계속되면서 정제마진의 하락세가 이어지고 있다”고 분석했다.

정유업계는 올해 하반기에 접어들어야 정제마진 반등을 통한 실적회복이 가능할 것으로 본다. 중국의 각종 산업 지표가 조금씩 상승세를 보이는 동시에 유럽·아시아 등에서 석유제품 재고가 줄면서 국내 정유사 수입 물량이 각국에서 늘어날 것이란 관측에서다.

다른 업계 관계자는 “미국이 금리를 추가 인상함에 따라 인플레이션 안정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며 “각국 중앙은행의 강력했던 긴축 정책도 조금씩 약해지면서 석유제품 수요가 하반기 들어 살아날 것으로 예상한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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