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OE·비전옥스, SID서 차세대 OLED 제품·기술 공개
“비전옥스 기술 상용화되면 OLED 산업에 지각 변동”
[시사저널e=이호길 기자] 중국이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분야에서 한국을 빠르게 추격하면서 3~4년 수준으로 평가됐던 양국 기술 격차가 거의 좁혀졌단 분석이 나왔다. 중국 비전옥스가 개발한 신기술은 파인메탈마스크(FMM)를 활용하지 않는 공법으로 성능 개선이 가능하단 평가다. 이 때문에 삼성디스플레이와 LG디스플레이 등 국내 업체들은 제품의 가격 대비 성능(가성비)을 확보해 경쟁력을 높일 필요성이 제기됐다.
디스플레이업계는 1일 강남구 삼정호텔에서 열린 ‘2023 SID 리뷰 심포지엄’에서 주요 기술 동향을 공유하고 국내 기업이 나아가야 할 방향을 제시했다. 디스플레이산업협회가 개최한 이날 행사는 최근 세계정보디스플레이학회(SID)의 ‘디스플레이 위크 2023’에서 소개된 최신 기술을 분석하고, 기술 경쟁력 우위 유지 방안을 논의하기 위해 마련됐다. 디스플레이 위크는 SID가 매년 개최하는 세계 최대 규모의 디스플레이 전문 행사다.
중국은 물량 공세로 글로벌 액정표시장치(LCD) 시장을 움켜쥔 데 이어 OLED에서도 기술 개발을 가속화하는 추세다. 차세대 디스플레이로 꼽히는 롤러블 제품 경쟁력도 높은 수준이란 평가다.
김용석 디스플레이 혁신공정 플랫폼 구축 사업단장은 “삼성디스플레이가 이번 SID에서 화면 세로 길이가 최대 245밀리미터(mm)인 롤러블 패널을 발표했는데, BOE가 공개한 롤러블 제품 직경은 272mm로 삼성보다 크다. 폼팩터 측면에서 비슷한 시점에 롤러블 제품이 개발된 것”이라며 “수율이나 양산 기술, 신뢰성 등이 똑같은 수준이라고 생각하진 않지만, 기술 격차가 이전 3~4년 정도에서 이제는 거의 턱밑까지 쫓아왔다는 걸 알 수 있다”고 말했다.
비전옥스는 SID 디스플레이 위크에서 ‘비전옥스 인텔리전트 픽셀화(ViP)’ 기술이 적용된 제품을 선보였다. ViP는 유기물을 기판에 증착할 때 활용하는 마스크인 FMM을 포토리소그래피 기반 픽셀 패터닝으로 대체하는 공법으로 개구율(화소에서 빛이 나올 수 있는 부분의 비율) 증가와 공정 시간 단축이 가능하다.
비전옥스뿐만 아니라 일본 JDI도 ‘e립(eLEAP)’이란 명칭으로 이 공정을 개발했다. 국내 업체들도 FMM을 사용하지 않는 기술을 연구 중이지만, 아직 내놓지는 않았다.
김 단장은 “비전옥스가 SID 현장에서 제품을 전시했는데, 수명은 기존보다 6배 길고 밝기는 4배 정도 밝은 것으로 나타났다. JDI e립은 수명과 밝기가 각각 3배와 2배 늘었는데, 비전옥스가 더 우수하다”며 “내년 양산을 목표로 장비를 발주하고 있다고 들었다. 다만 수율이 안 나올 수 있다는 문제는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우리나라 OLED 산업이 FMM을 기반으로 기술적인 장벽을 구축했고, 이를 토대로 화소 구조 등의 특허를 갖고 있단 점에서 이 기술이 중요하다”며 “이 기술이 상용화되면 장벽이 없어지면서 우리나라 OLED 산업에 지각 변동을 일으킬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중국과 기술 격차가 좁혀졌단 점에서 향후 가격 경쟁력 강화가 필요하단 관측이 나온다. 애플이 아이패드와 맥북 등 IT 기기에 OLED 적용을 예고해 디스플레이 시장을 주도할 것이란 전망이 나오고 있어 가성비 확보가 더 중요하단 분석이다.
김 단장은 “BOE가 애플 저가 모델에 들어가는 저온폴리실리콘(LTPS) 패널은 삼성디스플레이를 역전했다. 가격 정책 때문에 나타난 현상인데, 독점적인 수요자가 존재하는 상황에서는 제품 자체의 기술 경쟁력이 힘을 쓰지 못할 수 있다”며 “애플이 자의적으로 디스플레이 경쟁 구도를 조절할 수 있어 상당히 조심해야 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