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항공 합병 후 구조조정 우려 속 신규 채용은 부담
조종사 노조, 임금 협상 결렬로 쟁의권 확보···산은 2.5% 인상안 고수
대한항공과 합병 전 산은 관리 하에 있어 노사 갈등 해결 쉽지 않아

[시사저널e=박성수 기자] 아시아나항공이 대한항공과의 인수합병이 장기화되면서 인력 문제가 심각해지고 있다. 아시아나는 최근 국적 항공사들이 해외 여행 회복에 따라 인력을 늘리고 있는 가운데 신규 채용을 하지 않아 정체된 상태다.

여기에 임금 인상 문제로 노동조합과의 갈등이 커지면서 최악의 경우 파업까지 이어질 가능성이 높아졌다.

30일 업계에 따르면 올해 1분기 말 기준 아시아나 전체 임직원 수는 8248명으로, 코로나19 이전인 2019년 1분기(9039명)에 비해 8.7% 감소했다. 다른 국적 항공사들도 2019년과 비교하면 인력이 줄었지만, 아시아나는 신규 채용도 하지 않아 향후 인력 운영에 어려움을 겪을 전망이다.

앞서 대한항공, 제주항공, 진에어, 티웨이항공, 이스타항공 등은 대규모 인력 채용에 나서면서 포스트코로나를 준비했다. 작년 말부터 전세계적으로 코로나19 방역조치가 완화되면서 항공사들은 해외 여행객 회복세에 따라 전 분야에 걸쳐 코로나 기간 동안 줄었던 인원을 충원했다.

반면 아시아나는 해외 여행이 활발해지고 있는 현 시점에도 신규 채용을 하지 않고 있다. 인력 충원이 더뎌지면서 여객 회복도 늦어지고 있는 상황이다.

/ 그래픽=정승아 디자이너
/ 그래픽=정승아 디자이너

국토교통부 항공정보 시스템 ‘에어포탈’에 따르면 올해 1~4월 아시아나 전체 여객수(출발+도착)는 572만여명으로 제주항공(557만여명)과 불과 15만여명 수준밖에 차이가 나지 않았다. 코로나 이전인 2019년 1~4월의 경우 아시아나는 866만여명, 제주항공은 592만여명으로 양 사간 차이는 270만여명 수준이었다.

아시아나는 국제선 회복세에 따라 추가 채용에 나서겠다는 방침이나, 일각에선 대한항공과의 합병을 앞두고 있어 채용을 하지 못하는 것 아니냐는 의견도 있다.

앞서 대한항공과 아시아나 합병이 결정되고 난 후 가장 우려됐던 부분이 인력 구조조정이다. 같은 업종끼리의 합병인 만큼 중복되는 인원이 많아 인력 조정이 진행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왔다.

이에 대해 대한항공 측은 “인위적인 인력 조정은 없다”고 못박았지만, 아시아나 입장에선 구조조정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에서 합병 전에 인력을 늘리는 데 부담이 클 수 밖에 없다.

아시아나항공 조종사 노조 120여명이 17일 여의도 산업은행 앞에서 임금 인상을 위한 투쟁 집회를 열었다. / 사진=박성수 기자
아시아나항공 조종사 노조 120여명이 지난 17일 여의도 산업은행 앞에서 임금 인상을 위한 투쟁 집회를 열었다. / 사진=박성수 기자

합병 장기화로 노사 갈등도 커지고 있다. 아시아나 조종사 노조는 최근 사측과 임금협상이 진행했으나 최종적으로 결렬됐다. 이에 조종사 노조는 조합원을 대상으로 쟁의행위 찬반 투표를 진행했으며 92.39%의 찬성표를 얻어 가결됐다.

노조는 회사가 코로나19 기간 동안 직원들의 고통 분담으로 역대급 실적을 달성했음에도 불구하고, 사실상 임금을 동결했다고 반발했다.

임금 협상 결렬은 산업은행 반대 때문이다.

노조는 2019~2021년은 임금 동결, 2022년엔 12.5% 인상안을 제시했으나, 산은 등 채권단은 4년간 총 2.5% 인상으로 선을 그었다. 업계에선 아시아나가 대한항공과 합병하기 전 산은 등 채권단 관리를 받고 있어 임금 인상이 쉽지 않다고 보고 있다.

최도성 노조위원장은 “조합원들의 희생으로 1조2000억대의 영업이익을 이루었으나, 돌아온건 4년간 연 0.625%라는 초라한 결과 뿐”이라며 “이번 투표 결과는 코로나19 동안 임금삭감을 감내하며 회사를 살리겠다고 비행안전과 승객의 안전에 전념한 조합원들의 분노를 단적으로 보여주고 있다”고 말했다.

/ 그래픽=정승아 디자이너
/ 그래픽=정승아 디자이너

이에 노조 내부에서도 대한항공과의 합병을 빠르게 추진하자는 목소리도 커진 것으로 알려졌다. 당초 아시아나 내부에선 대한항공과의 합병 시 구조조정 문제를 이유로 반대하는 목소리가 많았으나, 임금이 사실상 동결되자 차라리 대한항공에 합병되는 것이 낫다고 보는 사람들이 늘어난 것이다.

노조 관계자는 “최소 물가 상승률 수준이라도 임금 인상이 이뤄지길 바랬으나, 이마저 실패하면서 불만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며 “차라리 서자 취급을 받더라도 대한항공과 합병 후 정상적인 임금을 받는 것이 낫다고 본다”고 전했다.

한편 노조는 이번에 쟁의행위가 가결되면서 합법적으로 파업할 수 있는 쟁의권을 확보했다. 노조는 지난 28일 쟁의대책위원회를 구성한데 이어 내달 7일 발대식을 열어 쟁의행위에 돌입한다. 노조 측은 “사측이 산은을 핑계로 임금협상에 지금처럼 불성실하게 임한다면 마지막으로 파업까지 고려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노조가 파업에 돌입할 경우 2005년 이후 18년 만이다. 다만 항공산업의 경우 필수공익사업으로 지정돼 파업이 제한적이라, 노조는 이에 대한 기준 개정도 함께 병행할 계획이다. 필수공익사업 규정상 노조가 파업을 하더라도 국제선은 80%, 국내선 50% 이상 노선에 인력을 투입해야 한다.

노조 관계자는 “항공산업이 필수공익산업으로 지정될 당시에는 국내 항공사가 사실상 대한항공과 아시아나 밖에 없어 문제가 될 수 있었지만, 지금은 LCC 포함 항공사가 10개가 넘기 때문에 필수공익사업에서 빠져도 소비자 피해가 크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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