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진시의회, 포스코홀딩스 본사 이전 '벤치마킹' "현대제철 본사도 당진으로"
김선호 당진시의원 "연구개발시설부터 인력까지 모두 이전해야"
업계·전문가, "수도권 아니면 인력 확보 어려워···경쟁력 악화 우려"
[시사저널e=정용석 기자] 포스코 그룹 지주사인 포스코홀딩스 본사가 서울에서 포항으로 이전한 데 이어 충남 당진시의회가 현대제철의 본사 이전을 촉구하고 나섰다. 포항과 당진시 모두 본사 주소지 이전 뿐만 아니라 연구시설·인력 이동 등 '실질적 본사 이전'을 주장하고 있다. 이에 기업의 경영적 판단을 고려하지 않은 “과도한 경영 개입”이라며 비판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당진시 “제철소 위치로 본사 옮겨라”
23일 당진시의회에 따르면 김선호 의원은 지난 3월 제101회 임시회 제1차 본회의에서 “현대제철의 본사를 인천에서 당진으로 이전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김 의원은 ‘범 당진시 현대제철 본사 당진 이전 추진위원회’를 구성해 본격적인 유치 활동을 이어나가자고 제안했다.
당진시의회의 “현대제철 본사를 달라”는 요구는 본격화하고 있다. 포스코홀딩스의 포항 본사 이전이 이들의 행보에 불을 댕겼다. 최근 당진시의회는 ‘벤치마킹’을 이유로 포항시의회와 포항신항, 영일만항을 찾기도 했다.
당진시의 본사 이전 요구는 꾸준히 제기돼 왔다. 지난 2014년에도 당신시의회는 현대제철 본사 당진 이전을 추진했다. 제철소 운영에 따른 ‘환경과 건강권을 희생한 대가’를 본사 이전으로 보답하라는 게 이들의 주장이다.
◇“싹 다 옮겨라” 지자체 무리한 요구에 갈등도
포스코홀딩스의 본사 이전 사례를 비춰보면 현대제철이 당진시의 요구를 받아주기는 쉽지 않을 전망이다. 앞서 포스코홀딩스는 포항시와 시민단체 요구에 본사와 미래기술연구원 소재지의 포항 이전에 합의했지만 아직도 잡음이 나오고 있다.
‘최정우 퇴출! 포스코지주사·미래기술연구원 포항이전범시민대책위원회(범대위)’는 포스코홀딩스가 미래기술연구원 분원을 수도권에 신설한다는 이유로 내달 초 최정우 포스코 회장 퇴진 운동을 이어갈 계획이다. 연구인력이 포항 중심이 아닌 수도권에 편중될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범대위 관계자는 “6월 초까지 포스코 측이 미래기술연구원 분원 계획을 취소하지 않으면 대규모 상경 시위를 벌일 계획”이라며 “포항에 투자 규모를 늘리고 본사 건물을 따로 건설하는 등 실질적인 본사 이전을 추진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당진시의회 또한 연구시설 및 인력 이동까지 포함한 ‘실질적 본사 이전’을 요구하고 있어 현대제철과 이견이 좁혀지기는 어려워 보인다. 김 의원은 <시사저널e>와 통화에서 “현대제철은 주소지만 이전하는 게 아닌 본사 인력과 판교의 연구시설까지 이전해 당진 중심의 운영체계를 갖춰야 한다”면서 “제철소 운영에 따라 환경오염 등 피해가 심하다. 현대제철에서 지역사회와 상생하는 방안을 제시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지역 이기주의’ 앞 경쟁력 약화 우려
유독 철강업계에 지자체의 ‘감 내놔라, 팥 내놔라’ 식의 경영 간섭이 보이는 이유는 철강 산업이 지역 기반 산업인 영향이 크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철강업계 관계자는 “일관제철소는 철광석, 석탄 등 원료를 대부분 수입에 의존하고 제품 수출의 비중이 크다”며 “원료 조달과 수출활로 확보를 이유로 제철소는 바닷가에 위치하게 된다”고 했다. 철강 산업의 특성상 제철소는 해안가에 위치하는 게 유리하고 대단위 설비가 많아 한 번 자리 잡으면 옮기기도 힘들다는 게 업계의 설명이다. 달리 말하면 지자체 입김이 많이 작용할 가능성이 큰 산업 구조로 해석된다.
지자체의 본사와 연구소 이전 요구가 “과도한 경영 간섭”이라는 업계의 목소리와 함께 무리한 지방 이전이 기업 경쟁력에 불리한 여건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생산시설인 제철소는 특성상 해안가에 위치하는게 유리해 기존 지역을 기반으로 확대할 수 있지만 연구·기획·법무 등 조직은 우수 인재 유치를 위해 인프라가 갖춰진 수도권에 소재하는 것이 적합하다는 게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황용식 세종대 경영학부 교수는 “연구개발(R&D)과 현장이 한 공간에서 연계성을 확보하는 게 중요하긴 하나 현실적으로 봤을 때 연구인력은 수도권 근무를 선호하는 경향이 크다”며 “과감하게 R&D 영역은 수도권으로 분리 운영을 하는 게 도움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