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스코홀딩스 직원 200여명, 서울 사무소 남아 법무·재무·홍보 등 업무 지속 예정
시가총액 30대 기업 중 25곳 수도권 본사 둬···인프라·인력 유치 이점
연구·개발 인력 수도권 집중 현상···"수도권 연구센터 유치 필수적"

최정우 포스코그룹 회장이 17일 포스코센터에서 열린 제 55기  포스코홀딩스 정기주주총회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 사진=포스코
최정우 포스코그룹 회장이 17일 포스코센터에서 열린 제 55기 포스코홀딩스 정기주주총회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 사진=포스코

[시사저널e=정용석 기자] 포스코홀딩스가 본사 소재지를 서울 강남구에서 경북 포항시로 이전키로 하면서 지방에 본사를 둔 기존 대기업들도 덩달아 관심을 받고 있다. 다만 해당 기업들 역시 R&D 인력 확보 등 경영 효율성을 감안, 일부 기능은 수도권에 두고 사업을 영위하는 모습이다.

기업들의 수도권 선호 현상은 숫자로 나타난다. 20일 시사저널e 분석결과 이날 기준 시가총액 30대 기업 가운데 등기상 수도권 외 본사를 둔 기업은 포스코홀딩스를 포함해 포스코케미칼(경북 포항), 한국전력(전남 나주), 카카오(제주), 두산에너빌리티(경남 창원) 등 5곳 정도다. 

수도권을 제외한 지방에 본사를 둔 기업들 상당수는 ‘무늬만’ 지방에 본사를 두는 형태다. 등기상 본사는 지방에 있으나 실질적 본사 기능을 수행하는 ‘컨트롤타워’ 역할은 수도권 사무실에서 한다. 공기업인 한국전력을 제외하면 카카오는 대부분의 인력이 경기 성남 판교 사옥에서 일하고 있고, 두산에너빌리티 또한 사무직 인력 상당수가 경기 성남 분당 사옥에서 근무 중이다.

재계에 따르면 지방에 본사를 두고도 수도권 사무소를 유지하는 건 교통·물류의 장점을 누리기 쉽고 인력 확보에 유리하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지난해 전국경제인연합회(전경련)가 매출 1000대 기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응답 기업 152곳 중 136곳(89.4%)은 지방 이전 계획이 아예 없다고 답했다. 교통·물류 인프라 부족(23.7%), 인력 확보 어려움(21.1%)이 주요 이유로 꼽혔다.

포스코홀딩스는 소재지를 포항으로 옮기지만 모든 직원을 포항에 배치하지 않을 전망이다. 현재 서울 포스코센터에서 근무하는 포스코홀딩스 직원은 약 200여명이다. 

HD현대가 입주한 경기 성남 판교GRC. /사진=HD현대
HD현대가 입주한 경기 성남 판교GRC. /사진=HD현대

◇견고한 취업 ‘남방한계선’···본사 이전에도 "수도권 인력 배치해야"

인력배치 관련 수도권 집중 현상은 R&D 센터의 입지에서 두드러진다. 연구인력 조달의 ‘남방한계선’이 원인이다. 남방한계선이란 경기도 판교와 기흥보다 남쪽에서는 우수 연구인력을 구하기 쉽지 않다는 데서 유래 업계 은어다. 

기업들은 R&D 인력 확보를 위해 수도권에 둥지를 틀고 있다. 두산그룹은 두산에너빌리티를 포함, 두산퓨얼셀·두산모빌리티이노베이션 등의 수소 관련 연구인력을 경기 용인 첨단기술 R&D센터에 집결시킬 복안이다. 

생산시설 대부분이 지방에 있는 조선사들도 R&D 인력만큼은 수도권에 유치하고 있다. 삼성중공업은 2014년 경기도 성남시 판교에 R&D 센터를 짓고 본사까지 판교로 이전했다. 현재 삼성중공업의 연구인력 500여명이 이곳에서 근무하고 있다. HD현대는 지난해 말 판교에 7개 계열사의 R&D 인력 5000여명이 근무할 글로벌 R&D 센터(GRC)를 완공했다.

지방에 위치한 연구소를 수도권으로 ‘유턴’시킨 사례도 있다. 한화솔루션 첨단소재 부문은 2014년 말 본사와 연구소를 세종시로 이전했지만 5년 만에 서울로 돌아왔다.

서울 강남구 포스코센터 내 포스코홀딩스 안내문 모습. /사진=연합뉴스
서울 강남구 포스코센터 내 포스코홀딩스 안내문 모습. /사진=연합뉴스

◇지방으로 전 인력 배치, '지역 살리기' 효과는?

포항 시민단체들은 포스코홀딩스의 인력 전부가 넘어오는 ‘실질적 본사 이전’을 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이강덕 포항 시장을 비롯해 지역구 국회의원들까지 나섰다. 지주사 본사가 서울에 설립되면 인력 유출과 세수 감소가 발생할 것이라는 게 주요 이유다.

대부분 기업들이 수도권에 R&D 센터를 두는 가운데 포스코의 싱크탱크 역할을 하는 미래기술연구원까지 포항에 본원을 두라는 요구도 나온다. 포항 시민단체는 미래기술연구원 본원을 포항에 설치하되 수도권에 지을 분원 규모는 축소하라고 주장한다.

산업계는 수도권 근무가 필수적인 경우가 많아 지방 본사 외 인력배치는 불가피하다고 말한다. 정부는 지역 균형 발전을 추진하고 있지만, 수도권에 인력을 배치하지 않으면 기업 경쟁력을 잃을 수도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특히 기업들이 수도권에 위치한 금융기관·법무법인·회계법인 등과 긴밀한 관계를 맺고 있다는 점을 감안하면 수도권 인력 배치는 필수적이라는 설명이다.

김대종 세종대 경영학과 교수는 “우리나라 기업의 본사 70%가 서울에 있다. 포스코의 경우 여러 고객사, 관계사들과 업무적으로 소통해야할 일이 많아 전 직원이 포항으로 배치될 경우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며 “인력배치는 공정성과 효율성 잣대로 판단해야지 정치 논리로 해결할 문제가 아니다”고 제언했다.

또한 R&D 인력 확보는 기업의 미래 경쟁력 확보에 필수적인 만큼 관련 시설의 수도권 배치가 필수적이라고 말한다. 업계 관계자는 “젊은 구직자들이 수도권 근무를 선호하고 있다”며 “신규 인재 영입 뿐만 아니라 기존의 R&D 인력을 다른 기업에 뺏기지 않으려면 수도권에 연구 센터를 마련할 수 밖에 없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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