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출 부진에 산업기반 강화 중요성 부각···“반도체 외 전략 산업 다변화 필요”
“현재 미진한 바이오 성장 잠재력 주목”···“기술고도화 산업 분야 경쟁력 강점”
[시사저널e=최성근 기자] 경제 버팀목인 수출이 흔들리고 있다. 호황을 누렸던 반도체가 부진에 빠지며 빈약한 산업기반이 여실히 드러났다. 반도체 패권을 강화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다양한 미래유망 산업을 키워야 한단 지적이 나온다. 바이오헬스 분야의 성장 잠재력, 기술고도화에 강점인 우리 산업 특성에 주목해야 한단 조언이다.
9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현 정부 출범 이후 산업계는 수출 부진에 허덕였다. 코로나 팬데믹 시기 우리 수출은 역대 최대 실적을 거두며 호황을 누렸으나 지난해 하반기부터 분위기가 반전됐다. 지난달까지 수출은 7개월째 감소세를 이어가고 있고 무역수지는 14개월째 적자를 기록했다.
반도체 부진이 수출 위기를 불렀다. 반도체 수출은 지난해 8월부터 9개월 연속 역성장했다. 지난달엔 전년 동월 대비 41.0%(44억달러) 감소했는데, 이는 전체 수출 감소액(82억 달러)의 절반에 달한다.
우리의 산업기반이 약화한 결과란 분석이다. 그간 반도체를 기반으로 일궈낸 수출 강국의 이면엔 다른 품목의 성장 둔화가 있었단 지적이다. 실제 2017년 3.23% 수준이었던 우리나라의 세계 수출시장 점유율은 5년 만에 2.74%로 내려앉았다.
정부는 첨단산업 육성으로 수출산업기반을 강화하겠단 방향을 잡았다. 지난 3월엔 반도체, 디스플레이, 이차전지, 미래차, 바이오, 로봇 등 6대 산업분야에 2026년까지 550조원 규모 투자를 유도한다는 방침을 제시했다.
계획의 핵심은 역시 반도체다. 경기 용인에 첨단 시스템반도체 클러스터를 조성해 기흥·화성·평택·이천 등 인근 반도체생산단지와 소부장 기업, 성남(판교)에 포진한 반도체 설계 전문업체와 연계한 세계 최대 규모의 반도체 산업 집적단지를 만들겠단 구상이다.
이를 두고 우리나라가 반도체 패권을 더욱 강화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근본적인 산업 체질 강화를 위해선 전략 산업을 다변화해 육성해야 한단 지적이 제기된다.
이달 한국무역협회가 발표한 지난해 차세대 5대 신성장 산업(반도체·차세대디스플레이·전기차·2차전지·바이오헬스)의 글로벌 수출시장 점유율 분석 자료를 보면 차세대반도체(11.0%), 차세대디스플레이(10.7%)에 비해 2차전지(8.7%), 전기차(6.6%) 점유율이 떨어진다. 특히, 바이오헬스는 1.2%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그런데 바이오헬스는 향후 우리 경제 성장 동력으로 작용할 잠재성이 매우 큰 분야로 분석된다. 전문가들은 전세계가 고령화하면서 바이오 기술을 사용한 시장 규모가 계속 성장할 것으로 예상한다. 주요 컨설팅 회사들은 바이오 산업이 연평균 8~10% 이상 커질 것으로 전망한다.
최윤희 산업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우리나라도 그동안 (바이오 분야) 기술 경쟁력을 매우 많이 확보했다. 아직 글로벌 시장에서 두드러지는 기업이 많진 않지만 제약, 바이오헬스, 바이오에너지 등 여러 기반 기술을 갖고 있어 앞으로 반도체를 넘어설 우리나라의 성장 동력분야”라고 말했다.
식품 분야도 주목해야 한단 조언이다. 대체 식품, 건강식품 쪽도 바이오 기술을 많이 쓴다. 고령화로 이미 글로벌적으로는 바이오를 기반으로 한 산업 규모가 반도체나 자동차 시장을 넘어섰단 분석이다.
우리나라는 그간 정부의 마중물 역할에 힘입어 바이오 분야에서 기술 경쟁력을 상당히 확보했다. 다만, 기술력에 더해 규모의 경쟁력도 갖출 수 있도록 제도적 뒷받침이 필요하단 조언이 제기된다.
최 위원은 “글로벌 시장에서 두각을 나타내려면 투자 경쟁력도 갖춰야 한다. 우리 바이오 분야 기업들은 아직 영세하기에 기업들이 규모를 키울 수 있는 제도적 장치가 필요하다”며 “정부가 그간 연구개발(R&D) 투자를 확대해온 것에 더해 기업 성장을 촉진할 M&A, 투자 촉진 관련 정책들이 함께 지원돼야 한다. 국내 시장 인허가 규제의 수준이 높아질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정부가 미래 전략산업 육성에 적극 나서는 가운데 장기적으로는 인재 양성이 성패를 가를 핵심으로 꼽힌다. 산업과 제대로 된 연계, 지역 불균형 문제 해소가 중요하단 조언이다. 교육부 차관을 역임한 이영 한양대 경제금융학부 교수는 “첨단학과 관련 대학들이 지역, 지자체, 산업과 연계해 준비하는게 중요하다. 수도권 집중을 막으면서도 지역에서 산업과 연계해하는 부분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첨단 산업을 육성할 때 기존의 틀을 깬 파괴적 혁신에 매달리기 보단, 기술 고도화에 기반한 경쟁력 강화를 꾀하는 것이 우리 실정에 적합하단 조언이다.
이 교수는 “아이폰, 테슬라, 구글 등 기존의 틀을 깬 것들은 주주 중심주의인 미국에서 많이 나온다. 경제규모나 여러 부분을 감안했을 때 우리가 미국처럼 되기는 쉽지 않다”며 “우리가 그간 잘해왔던 반도체, 바이오시밀러, 배터리 등은 혁신 보다는 매우 고도화된 엔지니어링이다. 많은 시행착오를 거치면서 연구한 결과물로 얻어낸 형태”라고 말했다.
임상, 정교화 등을 통해 얻어낸 결과물을 가져가는 산업 형태가 우리나라가 글로벌 패권을 쥐기 유리한 분야란 설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