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권초 6% 넘던 CPI 지난달 3%대 진입···“정책 방향 전환 검토할만한 수준”
“체감 물가 부담, 여전히 관리 필요”···“성장 수단, 금리 아닌 혁신 주목해야”

윤석열 정부가 출범 1주년을 맞았다. 민간 주도, 시장 중심을 핵심 경제 키워드로 제시한 정부는 소득주도성장으로 대표되는 직전 정부와는 180도 다른 정책 노선을 걸어왔다. 시사저널e는 물가, 산업, 부동산 등 주요 경제 분야의 정부 정책 방향을 3회에 걸쳐 돌아보는 기사를 준비했다. -편집자 주-

[시사저널e=최성근 기자] 현 정부 출범 초기 최대 현안이었던 물가가 시간이 흐르면서 하향 안정화하고 있다. 다만, 긴축 정책에 따라 커진 경기 둔화 우려는 정부에 새로운 숙제를 던지고 있다. 현재 인플레이션 수준을 감안할 때 정책 기조를 물가 안정에서 경기 부양으로 옮길 시점이 됐단 진단이다. 다만, 인플레이션 리스크는 여전하기에 간과해선 안되고 경기부양 수단을 금리나 통화정책이 아닌 규제개혁 등 경제 체질 강화로 가져가야 한단 조언이 제기된다. 

8일 관련업계 등에 따르면 지난해 소비자물가상승률(전년 동월 대비)은 연초 3%대에서 뚜렷한 상승세를 보이며 윤석열 정권이 출범한 5월 5.4%를 기록하더니 7월엔 6.3%로 국제통화기금(IMF) 외환위기 때인 1998년 11월(6.8%) 이후 최고치를 찍었다. 이에 정부는 물가 안정을 경제정책의 최우선 순위로 두고 금리 인상 등 통화 긴축에 적극 나섰다. 

지난해 하반기 5%를 유지하던 소비자물가상승률은 올해 들어 점차 하향 안정화하는 모양새다. 올 1월 5.2%, 2월 4.8%, 3월 4.2%로 떨어지더니 지난달엔 3.7%를 기록했다. 미국 등 주요국들이 여전히 5%대 고물가가 지속되는 점을 감안할 때 정부가 인플레이션 관리에 비교적 선방했단 분석이다. 이에 물가에 초점을 뒀던 정부 정책 방향이 경기 활성화 쪽으로 전환할지 주목된다. 

이미 우크라이나 전쟁 등 글로벌 경기 악화와 내수 부진으로 국내 경기는 빨간불이 켜졌다. IMF와 한국은행 등 국내외 주요기관들은 일제히 올해 우리 경제성장률을 1%대 초중반으로 하향 조정하고 있다. 송영관 한국개발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한국은행이 지난달 기준금리 동결 결정을 한 점을 감안하면 이미 경기부양 방향으로 가기 시작했다고 보인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현재 인플레이션 수준이 위험한 고비는 넘었다고 진단한다. 다만, 안심할 수준인지를 놓고는 의견이 엇갈린다. 조동근 명지대 경제학과 명예교수는 “소비자물가상승률이 3%대이면 물가 안정에서 경기부양 쪽으로 정책 방향을 전환하는 걸 검토할만한 수준”이라며 “우리가 용인하는 물가상승률이 2%라고 보면 이보다 1% 정도 높은 수준”이라고 말했다. 송 위원은 “1990년대 이후 물가가 2~3%대로 쭉 유지해온 부분을 감안하면 소비자물가상승률 3%는 사실 높다고 볼 순 없다. 다만, 변동성이 큰 에너지가격과 식품가격을 뺀 코어 인플레이션을 주목해서 봐야 한다”고 말했다.

반면, 물가도 안정세로 접어들었다고 보기 오르고 공공요금 인상 요인도 여전해 경기부양 카드를 섣불리 내놓긴 부담스러운 상황이란 지적도 나온다. 이정희 중앙대 경제학부 교수는 “생활 물가, 소비자들이 직접 피부에 와닿는 물가는 지금도 여전히 높다. 설탕값, 외식비 등 가장 와닿는 물가가 들먹일 수 있는 부분이 있다”며 “물가는 또 해외 원자재 부분과도 연동돼 있는데 지금 다시 석유값이 오르고 있다. 여전히 불안하고 불확실성이 커서 물가가 안정됐다고 얘기할 순 없기에 관리를 손 놓을 순 없다”고 말했다.

/ 그래픽=김은실 디자이너
/ 그래픽=김은실 디자이너

현재 물가상승률을 감안했을 때 정책 방점을 경기부양으로 옮기는 건 적절하지만, 통화량 증가, 금리 인하, 재정 지출 등을 성장 수단으로 삼는건 바람직하지 않단 조언이 나온다. 미국이 급격하게 금리를 올려 통화량을 줄였으나 바로 물가가 안정되진 않았단 점을 주목해야 한단 지적이다. 

조 교수는 “물가안정 수단을 통화정책, 금리로 가져가는 게 위험하단 점을 감안하면 경기 부양 쪽으로 가는게 맞다”며 “정책 방점을 옮기더라도 한미간 기준금리 차를 감안했을 때 당장 금리를 내릴 수 있는 상황이 아니다. 금리 외에 경기 부양을 위해 할 수 있는 방안을 찾아야 한다”고 말했다. 

한미 금리 차를 봤을 때 현실적으로 금리 인하가 한계가 있단 점을 감안하면 정부가 정책적으로 손질할 부분을 찾아 성장 동력을 마련해야 한단 진단이다.

조 교수는 “정책 불확실성을 줄이고 불필요한 규제를 풀어야 한다. 전기료 등 정부가 통제하는 공공요금도 다시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며 “당장 우려가 있더라도 가격을 통제해 인플레이션을 억지로 낮춰 물가가 안정됐다고 말할 순 없다. 노사관계도 기업이 돌아갈 수 있도록 정상화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기업이 부채 등 여러 어려움을 겪고 있는 가운데 정부가 내놓을 카드가 주목된다. 이 교수는 “지금 한계기업들이 많아지고 있고, 이들기업이 무너지면 타격이 클 수 있다”며 “기업 부채 문제도 있다. 정부가 중소 자영업자 부채를 계속 연장시켜주고 있는데 연체 문제가 나타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이 교수는 “성장 단계가 아닌 어려운 상황에서는 기업들도 체질을 바꿔야 한다. 기존 고비용 구조에서 (위기 상황에) 잘 적응하기 위한 비용관리를 기업들이 스스로 해야 할 것”이라며 “정부는 금융비용 등 기업이 무너지는 것을 최대한 막을 고민을 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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