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한화·금호, 포트폴리오 다변화에 흑자 유지해 귀속 법인세 발생
롯데케미칼 창사 후 최대 적자에 단기차입금 1년새 3배 증가···신용등급 ‘안정→부정적’
[시사저널e=유호승 기자] 롯데케미칼의 지난해 법인세 납부비용이 ‘0원’인 것으로 나타났다. 글로벌 경기침체에 석유화학제품 판매가 저조해 적자를 기록, 귀속 법인세가 마이너스를 기록하면서 ‘납부액 0원’이라는 불명예를 안은 것이다. 여기에 올해 역시 불안한 실적이 계속될 것으로 예상되면서 현금흐름마저 경색되는 모양새다.
14일 롯데케미칼에 따르면 최근 3년간 경영활동을 하며 나타난 귀속 법인세는 ▲2020년 2655억원 ▲2021년 2526억원 ▲2022년 -999억원이다.
코로나19 상황에서도 이익을 달성해 2020~2021년에는 2000억원대 중반의 법인세가 산출됐지만, 지난해에는 적자를 기록해 마이너스(-)가 나타났다. 귀속 법인세가 마이너스를 기록하면 법인세 납부액은 0원이 된다. 영업손실 7627억원을 기록해 적자전환한 영향이다.
반면 경쟁사인 LG화학과 한화솔루션, 금호석유화학 등의 지난해 귀속 법인세는 각각 8876억원, 4700억원, 1722억원 등이다. 롯데케미칼과 달리 포트폴리오 다변화와 시장상황 대비에 만전을 기울여 적자는 기록하지 않았다. 국내 석유화학 빅4 중 롯데케미칼만 법인세를 내지 못하는 셈이다.
롯데케미칼의 적자 흐름은 올해 1분기에도 계속될 전망이다. 한국투자증권은 롯데케미칼이 1분기 영업손실로 1610억원을 기록할 것으로 봤다. 규모는 다소 줄었지만 대표 사업인 에틸렌의 부진에 흑자전환까지 조금 더 시간이 걸릴 것이란 분석이다.
안갯속 실적에 현금흐름도 좋지 않은 상황이다. 롯데케미칼의 지난해 잉여현금흐름(FCF) 역시 실적처럼 마이너스로 전환됐다. 2018년 이후 4년 만이다. 코로나19 상황에서도 플러스(+)를 유지했지만 글로벌 경기침체 및 제품 판매부진에 마이너스를 기록하게 됐다.
잉여현금흐름은 기업의 실제 자금사정이 얼마나 양호한지를 나타내는 지표다. 롯데케미칼의 2021년 잉여현금흐름은 7643억원이었지만, 지난해에는 -2조5970억원이다. 법인세 0원 납부라는 불명예에 더해 영업현금흐름까지 마이너스인 상황이다.
롯데케미칼은 지속성장을 위한 자금 확보를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다. 이를 위해 단기차입금을 크게 늘렸다. 지난해 말 연결 기준 총차입금은 6조3247억원인데, 이 중 1년 안에 만기 도래하는 단기차입금은 절반 수준인 3조435억원이다. 전년 대비 3배가량 늘어난 수치다.
단기차입금은 큰 이자 부담을 감수하더라도, 기업의 급한 불을 끄기 위해 활용하는 부채다. 일반적으로 단기차입금이 갑자기 늘어나면 자금상황에 어려움이 나타나며, 기업신용평가에도 영향을 미친다.
한국기업평가와 한국신용평가, 나이스신용평가 등 국내 신용평가사는 앞서 롯데케미칼의 등급전망을 안정적에서 부정적으로 변경했다. 신용등급 ‘AA+’로 유지하지만 등급 전망을 바꾼 것이다. 업황 부진이 계속되면서 이익 창출력이 약화되고 있어, 신규 사업인수 및 설비투자 부담으로 재무안정성 회복에 시간이 걸릴 것이란 이유에서다.
롯데케미칼 관계자는 “일진머티리얼즈 인수와 시황악화 등으로 적자가 발생하면서 단기적으로 차입금이 늘어났다”며 “차입금 규모는 많지만 부채 비율은 50%대 중반으로 높지 않은 수준이다. 자금 상황은 시황회복에 따른 흑자전환을 통해 차츰 안정될 것으로 예상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