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개혁연대, 현정은 현대그룹 회장 등 경영진 상법 위반·배임 등 고발
대검, 지난해 초 불기소처분 종결···대법원은 주주대표소송 일부 인용
경개연 측 “불기소 처분 결정 근거 파기···檢 제대로 검토 안 해”
대법 손해배상책임 한도 제한한 점 등 고려할 때 현 회장 책임 어려운 대목도 有

현정은 현대그룹 회장. / 사진=연합뉴스
현정은 현대그룹 회장. / 사진=연합뉴스

[시사저널e=주재한 기자] 대검찰청이 현정은 현대그룹 회장 등 현대엘리베이터 경영진 7명을 상법 및 배임 등 혐의로 고발한 시민단체의 재항고를 기각한 것으로 뒤늦게 확인됐다.

이런 가운데 시민단체는 30일 대법원이 현대엘리베이터의 ‘파생금융상품계약’ 논란으로 진행된 주주대표소송에서 현 회장 등 경영진의 감시의무 위반을 확정했다며 부실수사라고 비판하고 나섰다.

31일 업계에 따르면, 대검은 시민단체 경제개혁연대(경개연)가 현 회장 등 7명을 상법 위반(신용공여금지)과 배임, 공정거래법위반 등 혐의로 고발한 재항고를 지난해 3월 기각했다.

2013년 경개연의 고발 이후 약 9년 만에 내려진 결론이다. 앞서 서울중앙지검은 경계연의 고발 5년 만인 2018년 9월 첫 불기소 처분을 내리고 서울고검은 2021년 3월 항고를 기각했다.

경개연은 검찰이 불기소 처분의 근거중 하나로 삼은 주주대표소송 결과가 2심에서 뒤집히고 전날 대법원에서 현 회장 등의 감시의무위반이 확정됐다고 지적한다. 주주대표소송 항소심(서울고등법원)이 현대상선에 대한 지배권 방어는 현대엘리베이터의 이익보다 현 회장의 이익에 더 부합하는 것으로 인정해 이사들의 손해배상 책임을 인정했다는 것이다.

경개연 관계자는 “원 처분청의 불기소처분 결정의 근거가 되었던 주주대표소송 1심이 2019년 9월 서울고등법원에서 파기되었음에도 불구하고 항고사건을 맡은 서울고검은 이를 제대로 검토하거나 반영하지 않은 것으로 추측된다”며 “이 사건 파생상품거래는 현대엘리베이터가 현대상선에 대한 최대주주의 지위를 잃은 2006년 4월 직후부터 본격적으로 이루어졌으며, 매년 엄청난 규모의 손실과 평가손해 기록으로 회사 경영의 부실을 초래할 우려가 매우 컸기 때문에 정상적인 경영활동으로 보기에는 무리가 있다”고 주장했다.

이어 “서울고검은 현대엘리베이터 경영진의 결정은 경영판단 재량을 넘어 회사에 손해를 가할 의사가 있다고 보기 어렵다는 여주지청의 논거를 거의 그대로 차용했는데, 주주대표소송 항소심은 현대상선에 대한 경영권 보유 이익은 실체가 불분명하거나 모호하고, 엄밀히 보아 현대엘리베이터나 일반주주가 아닌 현대그룹 내지 지배주주인 현정은 회장에게 이익이 되는 것으로 볼 여지가 충분하다고 보았다”며 “파생상품 거래의 경우 현대엘리베이터의 경영상 목적이 아닌, 현정은 회장의 현대상선에 대한 경영권 방어 또는 현대그룹 지배주주의 지위 유지를 위해 추진됐다고 보는 것이 보다 타당한 것으로 볼 수 있다”고 밝혔다.

다만 전날 대법원이 파생금융상품계약 과정에서의 불충분한 검토로 손해배상책임의 한도를 제한하고, 계약 그 자체는 ‘경영상판단의 재량범위를 벗어나 현저히 불합리한 결정이라고 보기 어렵다’고 한 점 등을 고려할 때 현 회장 등에게 형사책임을 묻기에 어려운 대목도 있어 보인다.

대검 관계자는 일반론을 전제로 “형사사건의 경우 명확하게 증거로서 입증되어야 하고 민사사건의 결론이 그대로 형사사건에 적용되지 않는 경우도 있다”며 “고검과 대검을 거쳐 종결된 사안을 검찰이 자체적으로 다시 들여다보기는 어렵다”고 설명했다. 이번 대법원 판결 이후 추가 고발이 접수될 경우에 대한 질문에는 “다시 살펴볼 수는 있겠다”고 말했다.

한편 민경현 전 현대증권 노동조합위원장이 현 회장 등 현대엘리베이터 경영진을 같은 사실관계로 배임 등 혐의로 경찰에 고발한 사건은 조만간 결론지어질 것으로 보인다. 민 전 위원장은 10년 간 이 사건을 추적해 총 세 차례 고발을 제기했다. 경찰은 2022년 4월 주주대표소송에 대한 대법원 판단을 지켜보겠다며 사건을 ‘수사중지’한 상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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