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대재해 1건 없이 복구 작업 완료···140만명 투입, 주변 우려 이겨내고 침수 이전으로 회귀
[시사저널e=유호승 기자] 포스코 포항제철소에는 지난해 9월 6일 시간당 101mm, 4시간 강수량 기준 354.5mm의 폭우가 내렸다. 태풍 힌남노가 짧은 시간에 뿌린 비의 양이다.
기상청은 4시간 기준 205.9mm만 내려도 500년 만에 내리는 비의 양이라고 평가하는데, 포항에는 약 2배 수준의 비가 쏟아진 셈이다.
이 폭우로 포항제철소 인근의 냉천이 범람해 여의도 면적의 약 1.2배에 달하는 약 620만톤(t)의 흙탕물이 제철소로 유입됐다.
변전소가 손상돼 제철소에 정전이 발생했고 열연과 후판, 선재, 냉연, 전기강판, 스테인레스강(STS) 등의 생산라인이 침수됐다. 제품 창고에도 물이 흘러들어 제품 재고 132만톤 중 96만2000톤의 제품이 잠겼다.
일각에선 이 피해로 포항제철소의 문을 닫아야 한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피해규모가 워낙 커서 복구하는 것보다 다른 곳에 제철소를 짓는 것이 더 빠를 것이란 판단에서다. 국내뿐만 아니라, 글로벌 철강기업 역시 같은 입장이었다.
그러나 포스코는 전사 역량을 총결집해 침수 피해를 135일 만에 극복했다. ‘빠르게 보다는 안전하게’라는 문구가 담긴 플랜카드를 제철소 곳곳에 게시하고, 2주일 마다 제철소 전 직원이 모여 이 구호를 외치며 침수 피해 복구에 나섰다. 이를 통해 단 1건의 중대재해 없이 힌남노 피해를 복구시켰다.
태풍 피해가 복구돼 다시 활기를 찾게된 포항제철소를 지난 23일 방문했다. 침수 피해가 나타난지 78일째였던 지난해 11월 23일 찾았던 제철소의 모습은 온데 간데 없었다. 당시에는 피해 복구 작업이 한창이어서 제철소 곳곳에 흙탕물과 유실물, 물때 등을 쉽게 볼 수 있었다.
하지만 포스코그룹 임직원과 민·관·군을 포함한 140만여명의 노력과 기술력으로 포항제철소는 침수 이전의 모습을 되찾았다. ‘상전벽해(桑田碧海)’나 마찬가지였다.
천시열 포스코 공정품질담당 부소장은 “사내 및 사외 전문가들의 합동 진단으로 최적의 프로세스를 마련해 복구 작업에 나섰다”며 “135일간의 성공적인 복구 작업으로 17개 공장, 118개 공정이 올해 1월 20일에 정상 가동했다. 모든 생산라인이 침수 전 수준으로 회복돼 안정적인 조업이 진행 중이다”고 말했다.
이어 “포항제철소는 이번 침수 피해 복구를 하나의 기적이라고 생각한다”며 “135일의 시련은 135일의 기적이나 마찬가지였다”고 덧붙였다.
침수로 가장 피해가 컸던 2열연공장도 예전처럼 제품 생산이 가능해졌다. 2열연공장은 포항제철소가 연간 생산하는 1480만톤의 제품 중 3분의 1 수준인 500만톤을 생산하는데, 태풍 힌남노로 100일 동안 조업이 중단된 바 있다.
이현철 2열연공장 파트장은 “오늘(3월 23일)로 2열연공장이 복구된지 99일이 지났다”며 “복구를 마치고 시운전할 당시 압연 작업이 성공할 수 있도록 밤새 정비하고 테스트를 했다. 다음날 아침 압연이 무사히 끝나고 제품이 거치까지 완료되자 공장에 있던 모든 이들이 만세를 부르고 기뻐했던 모습이 눈에 선하다”고 강조했다.
포스코는 ‘불가항력’인 자연재해를 겪으며 임직원의 결속력은 더욱 단단해지고 굳건해졌다고 자평한다.
특히 기성 세대 임직원과 젊은 MZ 세대가 함께 작업을 진행하며 ‘전우애’가 생겼다고 강조했다. 이번 피해 복구를 계기로 포항제철소는 또 하나의 단단한 ‘반석’으로 거듭난 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