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년간 2400억원대 처방액 작년 급증, 코로나 여파···급여재평가 변수 가능성 전망
한미약품 제외 중견·중소 제약사, 최대 200억원대 매출···해당 제약사, 대응 부분 함구
[시사저널e=이상구 의약전문기자] 최근 급여재평가 진행에 따라 제약업계 이슈로 부상한 ‘히알루론산’ 점안제의 지난해 원외처방금액이 2800억원대로 집계돼 전년대비 급증한 것으로 나타났다. 또 처방액이 많은 품목을 보유한 제약사는 태준제약과 휴온스메디텍, 대우제약, 한미약품, 국제약품 등으로 파악돼 재평가에 대처하는 이들 제약사 움직임이 주목된다.
23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이 지난달 올해 급여재평가 대상 제약사에게 요청한 자료가 접수됐다. 올해 재평가 대상 성분은 6개다. 이중 연간 청구액 규모가 2300억원대인 히알루론산 점안제가 핵심으로 분석된다. 하지만 히알루론산 점안제 시장의 주요 업체와 품목 처방액 동향 등은 다른 의약품에 비해 상대적으로 덜 알려진 상태다. 제약업계 관계자는 “연간 청구액 규모가 엇비슷한 다른 약제는 관련 내용이 외부에 알려졌는데 히알루론산 점안제 시장의 경우 대외적으로 알려진 부분이 적은 편”이라고 전했다.
이에 시사저널e가 제약사들로부터 입수한 의약품 시장조사기관 ‘유비스트’ 통계에 따르면 지난해 히알루론산 점안제 원외처방액은 2815억원으로 파악된다. 이같은 처방액 규모는 지난 2019년 2454억원, 2020년 2482억원, 2021년 2466억원에 비해 급증한 수치다. 즉 최근 3년간 2400억원대 규모였던 히알루론산 점안제 처방 시장이 지난해는 2800억원대로 성장한 것이다. 제약업계 관계자는 “지난 2020년 1월 국내에 코로나19가 상륙한 후 그 여파가 누적되면서 사람들이 실내에서 보내는 시간이 늘어난 것이 안구건조증 환자 증가에 영향을 줬고 결과적으로 히알루론산 점안제 처방도 늘어난 것으로 분석된다”고 말했다.
이같은 증가 추세가 조만간 본격 진행될 급여재평가에 미칠 영향도 주목된다. 우선 처방액 증대로 해당 제약사 결집이 가능할 것이란 예상도 제기된다. 제약업계 관계자는 “당초 히알루론산 점안제는 51개 제약사가 427개 품목을 생산한다고 알려졌는데 상당수 업체가 중견이나 중소 규모이고 점안제 매출 비중이 높은 편”이라며 “더 많아진 매출로 인해 향후 업체들이 급여재평가에 공동 대응할 가능성이 높아질 것”으로 예상했다.
반면 증가한 처방액 규모가 제약사들에 불리할 것이란 분석도 있다. 보건복지부가 정책 판단 기준으로 삼는 건강보험 재정에서 히알루론산 점안제 비중이 커졌기 때문에 더욱 신중하게 접근할 것이란 지적이다. 제약업계 관계자는 “히알루론산이 재평가 대상으로 잠정 결정된 것은 지난해 상반기인데 이후 처방액이 늘어난 대목은 의미 부여가 가능하다”며 “복지부와 심평원이 지난해 실적 원인과 여파 등을 분석하는 작업을 이미 진행했을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유비스트 통계에 따르면 지난해 히알루론산 점안제 중 처방액이 가장 많은 품목은 227억원 규모의 태준제약 ‘뉴히알루니’다. 217억원 처방을 올린 휴온스메디텍 ‘리블리스’와 201억원 규모의 대우제약 ‘히알산’이 뒤를 이었다. 이어 178억원의 한미약품 ‘히알루 미니’, 169억원의 국제약품 ‘큐알론’ 처방액이 많은 것으로 집계됐다.
눈길을 끄는 점은 히알루론산 점안제 시장의 1위 품목 경쟁이다. 기존 강자였던 뉴히알루니 실적이 최근 수년간 주춤했던 반면 리블리스는 성장 추세로 판단된다. 실제 뉴히알루니는 지난 2019년 272억원과 2020년 279억원 처방액을 올렸지만 2021년 215억원으로 하락했다. 리블리스의 경우 2019년 199억원, 2020년 187억원에 이어 2021년 201억원 처방액을 기록하며 200억원대를 돌파했다. 특히 2019년 상반기에는 리블리스가 83억원을 올려 82억원의 뉴히알유니를 근소한 차이로 따돌리며 1위를 기록한 적도 있었다.
지난해 200억원대에 진입한 대우제약 히알산도 주목 받는 품목이다. 지난 2019년 103억원 처방액이 3년 만에 두 배 가량 증가한 셈이다. 업계에 따르면 안과 전문의 출신 대표이사가 경영하는 대우제약은 안과 시장에 특화한 제품과 영업전략으로 성과를 올리고 있다. 단, 지난해 복지부의 급여재평가 추진 발표 후 김앤장법률사무소와 회동하며 적극적으로 공동대응에 나섰던 히알루론산 점안제 생산 업체들은 대정부 대응 부분에 있어 언급을 유보하고 있다. 이미 약가인하 정책으로 복지부와 한 차례 갈등을 겪었던 점안제 제조 업체들은 신중하고 조용하게 급여재평가에 대응하는 것으로 판단된다.
제약업계 관계자는 “급여재평가 결과로 인해 기존 히알루론산 점안제 시장 구도가 재편되거나 큰 변화를 겪을 가능성이 있다”며 “대부분 중견 제약사나 중소 제약사들이 어떤 대응책을 내놓을지 주목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