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동 수행과 등록 원료약 사용 미충족 품목 대상···기준가격 대비 15%나 27.75% 인하
제네릭 특성상 대형 제약사보다 중견 제약사 품목 다수···이연·삼천당제약 23개로 1위  
“업체별 인하율과 매출 차이로 실제 타격 천차만별”···점안제 인하는 해당 업체 부담

[시사저널e=이상구 의약전문기자] 다음달 초 제네릭(복제약) 948개 품목 약가가 인하된다. 그동안 생동 시험 직접 수행 등 정부의 제네릭 약가제도 개편안에 적응하지 못한 중견 또는 중소 제약사들 타격이 전망된다.   

1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보건복지부는 지난달 하순 개최된 건강보험정책심의위원회에서 주사제 등 무균제제를 대상으로 한 약제 상한금액 재평가 결과, 기준요건을 충족하지 못한 1096개 의약품 약가 인하를 보고했다. 3월 1일자로 6752개 기등재 품목 중 5656개 품목은 약가를 유지하고 나머지 품목은 인하한다는 방침이다. 단, 복지부 발표와는 달리 건강보험심사평가원 홈페이지에 공지된 약가 인하 대상 품목은 948개다. 이와 관련, 심평원은 기준 시점이 다르다고 설명했다. 심평원 관계자는 “1096개는 지난해 8월 기준 집계한 품목 수인데 그동안 약제급여목록에서 삭제된 품목을 제외하고 이번에 인하 대상으로 고시된 품목은 948개”라고 확인했다.      

이같은 복지부의 기등재 의약품 약가 인하 조치는 지난 2018년 발사르탄 성분 의약품의 불순물 검출 사태를 계기로 2020년 7월 제네릭 의약품 약가제도가 개편됨에 따른 후속조치로 풀이된다. 제도 개편 이전 등재된 제네릭에 대해 개편된 제도와 동일한 기준을 적용, 의약품 약가를 재평가한 결과다. 이미 복지부는 지난해 9월 7355개 품목 약가를 인하한 바 있어 이번 조치가 두 번째로 파악된다.  

당시 개편안 골자는 제약사의 개발 및 품질관리 노력에 따라 제네릭 등 의약품 약가 보상체계가 다르게 적용되도록 △자체 생물학적동등성 시험 등 수행 △제조방법 등 세부 내용이 식약처에 등록된 원료의약품 사용 등 기준요건 충족 여부 및 동일제제 수에 따른 약가 차등제 도입이었다. 심평원 관계자는 “이번 인하 작업에는 동일제제 수에 따른 약가 차등제 도입을 적용하지 않았고 생동 시험 직접 수행과 등록 원료약 사용 등 두가지만 요건으로 활용했다”고 설명했다. 동일제제 제품 최고가를 기준가격으로 설정한 후 한가지 요건을 충족하지 못하면 기준가격의 15%를 낮추고 2개 요건 모두 충족하지 못하면 27.75% 인하하는 방식을 적용했다는 것이다.  

그래픽=정승아 디자이너
그래픽=정승아 디자이너

핵심은 생물학적동등성 시험인데 생물학적 동등성이란 비슷한 조건 아래에서 같은 용량을 투여했을 때 각 제제 흡수 양과 속도가 유의성 있는 차이를 보이지 않는 경우를 지칭한다. 쉽게 설명하면 오리지널과 제네릭을 비교해 비슷한 약효를 나타내는지 검증하는 절차가 생동 시험이다. 종합하면 복지부는 2020년 7월 이전 약제급여목록에 등재된 제네릭 제품에 대한 생동 시험을 요청했는데 이를 준수하지 못한 제약사의 해당 품목 약가가 이번에 인하되는 것이다. 제약업계 관계자 A씨는 “정부 발표를 보면 생동 시험 미수행과 등록 원료약 미사용이 약가 인하 사유인데 우리 제약사는 생동 시험 못한 품목 약가가 인하되고 주변 업체들도 상황이 유사하다”고 전했다.   

이번 2차 제네릭 약가재평가는 대형 제약사에는 타격이 적은 반면 중견이나 중소 제약사에는 타격이 큰 것으로 분석된다. 제약업계 관계자 B씨는 “대부분 자사 의약품 관리를 매출 위주로 할 수 밖에 없다”며 “제네릭 비중이 상대적으로 낮고 자금에 여유가 있는 대형 제약사는 생동 시험을 진행, 약가 인하 품목이 적고 제네릭 비중은 높은데 고매출 소수 품목만 생동 시험한 제약사들은 이번에 인하 대상이 많은 구조”라고 설명했다.  

실제 국내 대형 제약사 중 약가 인하 품목이 비교적 많은 업체는 종근당 15개로 집계됐다. 유한양행은 5개이며 한미약품의 경우 9개 품목이다. 반면 20개 이상 품목 약가 인하는 주로 중견 제약사에서 발생했다. 이연제약과 삼천당제약이 각각 23개로 1위를 기록했다. 신풍제약과 국제약품은 각각 21개 품목이다. 한국휴텍스제약은 19개 품목 약가 인하가 예정됐다. 유니메드제약 해당 품목은 16개다. 

제약업계 관계자 C씨는 “중견 제약사의 약가 인하 품목 수가 이번에 많은 것은 사실”이라며 “하지만 숫자 과다로 일률적 평가를 해서는 안 되며 업체별로 특수한 사정이 있다”고 말했다. 제약업계 관계자 D씨는 “이번 약가 인하 대상이 된 품목은 변화된 정책에 대응이 미흡했던 경우”라며 “당초 1100개에 육박했던 인하 예정 품목 숫자를 감안했을 때 향후 여파가 우려되는데 업체별로 인하율이 다르고 매출규모도 차이가 있어 실제 타격은 천차만별로 판단된다”고 말했다.   

이에 약가 인하 후유증을 벌써부터 우려하는 모습이다. 점안제 품목이 인하 대상에 포함된 경우가 많은 것도 해당 업체들에게 부담으로 작용할 전망이다. 제약업계 관계자 E씨는 “지난해 9월 1차 재평가 당시에는 제약사 직원들까지 동원돼 인하 관련 작업을 했는데 이번에도 피할 수 없는 상황이 됐다”라며 “약가 인하를 경험했던 점안제는 현재 품목 숫자나 인하율 등 구체적 상황을 파악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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