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 감사위원 선임 가처분 기각···트러스톤 "법원 결정 면죄부 아냐"
태광산업, 주식 분할·현금 배당 안건 "주주 피해 초래" VS 트러스톤 "설득력 없는 주장"
트러스톤, 회계장부열람권등사 등으로 견제 지속 방침
[시사저널e=정용석 기자] 올해 주주총회 시즌이 시작된 가운데 행동주의펀드가 적극적으로 목소리를 내고 있다. 태광산업 지분 5.88%를 보유한 트러스톤자산운용(트러스톤)측이 제시한 주식 분할, 현금 배당 확대 등 안건이 정기주주총회 안건으로 상정된 가운데 태광산업과 트러스톤 양측의 장외 전쟁도 격화하는 모양새다.
18일 태광산업에 따르면 오는 31일에 열리는 정기주주총회에서 2대 주주인 트러스톤이 제안한 주식 분할, 현금 배당, 자기주식 취득 등의 주주제안을 안건으로 수용하기로 했다.
다만 트러스톤 측이 주장했던 사외이사 조인식 전 국민연금 CIO 직무대리 선임의 건은 상정되지 않으면서 양측의 갈등이 심화하고 있다. 이 안건은 트러스톤이 제안한 안건 가운데 핵심이었다. 감사선임 안건에는 최대주주 및 특수관계인 의결권이 3%로 제한되는 룰이 적용된다. 소수 주주인 트러스톤 측이 유일하게 승산을 예측할 수 있었던 안건이다.
트러스톤은 나정인 사외이사의 임기가 3월에 만료되는 만큼 올해 주총에서 분리선출을 통한 감사위원을 추천, 태광에 대한 내부 감시를 강화하고자 했다. 다만 태광산업은 지난해 분리선출한 감사위원 1명의 임기가 남아 있어 제안을 수용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주주총회를 앞두고 양측 주장은 팽팽하다. 앞서 서울중앙지방법원은 트러스톤 측이 제기한 감사위원회 위원 선임의 건 의안상정 가처분 신청에 대해 기각 결정을 내렸지만 트러스톤 측은 “법원의 가처분 기각 결정이 면죄부는 아니다”는 입장이다.
트러스톤은 현재 태광산업 감사위원을 맡은 최원준 사외이사의 선출 과정이 불법이라고 주장한다. 태광산업은 지난 2021년 분리선출 방식으로 나 사외이사를 감사로 선임했다. 지난해에는 추가로 최 이사를 분리선출 감사위원으로 선임했다. 트러스톤은 태광산업이 올해 주총에서 주주들이 분리선출로 감사위원 선임을 요구할 수 있다고 보고 미리 분리선출을 했다고 보고 있다.
◇태광산업, 안건마다 반대 입장···트러스톤 “외부감시 이어갈 것”
태광산업은 트러스톤 측이 제안한 주식 분할, 현금 배당 확대 안건에 대해서도 부정적 견해를 내놨다. 결과적으로 주주 피해를 초래할 것이라는 지적이다.
태광산업은 주식 분할 제안에 대해서 “소수점 매매가 가능해 분할 실익이 크지 않을 것”라고 했다. 배당 확대에 대해서는 “향후 10년간 대규모 투자를 앞두고 투자자금 확보 차원의 현금성 자금이 무엇보다 중요하다”며 사실상 반대했다. 태광산업은 올해 주당 배당금으로 1750원을, 트러스톤은 1만원을 제안했다.
트러스톤 측은 이 같은 주장이 설득력이 없다고 말한다. 특히 주식 분할 제안을 소수점 매매를 이유로 실익이 적다고 주장한 데 대해선 “소수점 매매는 일부 증권사에서만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며 “소수점 거래 가능 종목도 제한적이다”고 했다.
또 배당 확대에 대한 태광산업 측 우려에 대해서는 “3년 평균 배당성향이 0.3%에 불과한 기업은 태광산업이 유일하다”며 “대규모 투자를 이유로 배당을 늘릴 수 없다고 하지만 12조원 투자에 대한 세부 계획도 3달째 내놓지 않고 있다”고 반박했다.
올해 태광산업 주총은 행동주의펀드의 패배로 끝날 가능성이 크다. 태광산업의 최대주주와 특수관계인이 보유한 지분은 54.53%로 절반이 넘는다.
다만 트러스톤은 외부감시를 통해 소수 주주의 권리를 지키겠단 방침이다. 트러스톤 측은 “회사 외부에서 정당한 주주권인 회계장부열람권등사를 통한 견제를 지속하겠다”고 했다.
양측은 최 이사의 임기가 끝나는 내년 주총에서 다시 맞붙을 전망이다. 트러스톤 측은 “현재 분리선출된 감사위원이 임기가 만료되는 내년 주주총회에서는 회사 내부에서 소수 주주의 목소리를 전달해줄 사외이사와 경영진의 독주를 막아줄 감사위원의 선임을 반드시 이뤄낼 것”이라고 밝혔다.ㅂ