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들어 6820억원 설정액 증가···퇴직연금 펀드 다음으로 많아
대세된 주주 행동주의에 관심↑···채권 투자 열풍도 한몫
평균 수익률은 뚜렷한 차별화 보이진 않아···성장세 지속될지 주목

[시사저널e=송준영 기자] 지난해 설정액이 대규모로 빠져나갔던 SRI(사회적책임투자) 펀드에 올 들어선 자금이 몰리고 있어 주목된다. 주주 행동주의가 연일 성과를 내고 있는 데다 ESG(Environment·환경, Social·사회, Governance·지배구조) 관련 채권 투자 수요가 증가한 것이 영향을 미친 것으로 풀이된다. 

27일 펀드평가사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지난 24일 기준 올 들어 90개의 SRI 펀드에 유입된 자금은 6820억원이다. 이는 퇴직연금(8094억원, 380개)을 제외하면 42개 테마 중에서 가장 많은 금액이다. 이로써 SRI펀드의 전체 설정액은 3조9778억원으로 4조원 회복을 앞두게 됐다.

SRI펀드는 편입 종목을 결정할 때 기업의 ESG 등 비재무적인 요소를 중점적으로 고려해 투자하는 펀드다. ESG 펀드 보다는 포괄적인 개념으로 2000년대 초 기업의 비재무적 요소를 고려한 투자가 트렌드로 자리 잡으면서 태동했다. 이후 부침을 겪은 SRI 펀드는 지난해만 하더라도 7244억원의 자금이 빠져나가는 등 규모가 축소되는 상황이었다.

SRI 펀드 설정액이 올 들어 급증한 배경에는 우선 주주 행동주의 성과 영향으로 풀이된다. 행동주의 사모펀드들과 소액주주들은 최근 지배구조 탓에 주가가 저평가받는 기업들을 대상으로 적극적인 주주 활동을 보이면서 일부 결실을 맺고 있다. 지난해 말 태광산업의 흥국생명 유상증자 참여를 무산시킨 사례와 특정 회사의 로열티 지급 계약을 해지시킨 SM엔터테인먼트가 대표적이다.

특히 최근에는 주가가 반응하고 있다는 점이 투자자들의 관심을 높이는 요인이다. SBS의 경우 주주 행동주의 사모펀드가 지분을 일부 보유했다는 소문이 확산하면서 주가가 급등한 바 있다. 이밖에 소액주주연대가 3월 주주총회를 겨냥해 주주제안을 한 광주신세계, 한국알콜, 사조산업 등의 주가가 큰 폭으로 오르는 모습을 보였다.

이와 맞물려 채권 투자의 인기가 높아진 점도 SRI 펀드 자금 유입의 경로가 됐다. 올 들어 물가 상승률 둔화에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의 금리 인상 우려가 감소하면서 시장 금리의 방향성이 바뀌기 시작했다. 고금리 투자 수요와 채권 가격 상승 기대에 회사채에 대한 투자자들의 관심이 높아졌고 ESG 등급이 우수한 기업 채권에 투자하는 채권형 펀드에도 자금이 몰린 것이다.

자료=펀드평가사 에프앤가이드. / 표=정승아 디자이너.
자료=펀드평가사 에프앤가이드. / 표=정승아 디자이너.

실제 ESG 채권형 펀드의 경우 올 들어 6611억원의 설정액이 증가했다. 국내 전체 채권형 펀드에 2조1665억원의 자금이 모인 것을 감안하면 눈에 띄는 설정액 증가세다. SRI 펀드 중에서 규모가 가장 큰 것도 ESG 채권형 펀드로도 분류되는 한국투자신탁운용의 ‘한국투자크레딧포커스ESG1’으로 올해 들어서만 4120억원의 수탁고가 증가하며 1조원대 펀드로 성장했다. 

다만 수익률은 다른 유형 대비 두드러진 성과를 내진 못했다. SRI 펀드의 올해 평균 수익률은 5.33%, ESG 주식형 펀드는 평균 8.21%로 국내 주식형 펀드 평균 수익률인 11.51% 대비 낮다. ESG 채권형 펀드의 평균 수익률은 1.8%로 국내 채권형 펀드 평균 수익률인 1.61%보다 높지만 차이는 미미한 수준이다.

개별 펀드로 살펴보면 NH아문디자산운용의 ‘NH-Amundi장기성장대표기업’, 미래에셋자산운용의 ‘TIGER MSCI KOREA ESG리더스’ ETF(상장지수증권)가 올 들어 각각 15.85%, 10.8%의 수익률로 국내 주식형 펀드 중 상위권을 유지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채권형 펀드 중에선 브이아이자산운용의 ‘브이아이ESG굿초이스’, 키움자산운용의 ‘키움ESG중장기우량채’가 각각 3.09%, 2.95%의 수익률로 상위권에 위치했다. 

SRI 펀드에 대규모 자금이 유입되면서 성장세가 지속될지도 주목된다. 한 투자업계 관계자는 “지난해만 하더라도 SRI나 ESG 전략을 활용한 투자가 시들했지만 최근 주주 행동주의가 대세로 떠오르면서 다시 관심이 높아지고 있는 추세”라면서도 “주주 행동주의가 활발한 개별 종목 대비 기대 수익률이 낮을 수 있고 펀드별로 다양한 투자 전략과 자산이 있는 만큼 투자자들의 호불호가 갈릴 수 있다”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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