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정, 깜깜이 회계·거대 노조 괴롭힘 정조준···회계 공시 노조에 세제 혜택 검토
소수노조·비조합원 보호, 업무방해 법적 규정 추진···노조반발·야당 설득 과제

[시사저널e=최성근 기자] 당정이 노동조합의 회계 투명성 강화를 위해 노조의 회계 공시 요건을 법령으로 명시하는 방안을 추진한다. 노조 내 주먹구구식 회계 감사를 막기 위해 전문성 있는 인사를 감사로 세우고 거대 노조가 소수 노조나 비조합원을 괴롭히는 행위를 막기 위한 제도적 장치도 마련한다. 이르면 이달 중 법안이 발의될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전문가들은 정부 정책이 노사 모두에게 신뢰를 줘야 성공적으로 정착할 수 있단 조언을 내놓는다.

13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정부는 최근 화물연대 파업을 계기로 노동개혁을 최우선 국정과제로 추진하는 가운데 지도부 선출을 마무리한 여당도 노동조합 내 문제점을 집중 부각하며 제도개선 움직임을 본격화하고 있다.

당정은 노조 관련 현안 중 회계 투명성과 괴롭힘 등 산업 현장 내 불법행위에 주목한다. 고용노동부는 최근 전문가들과 함께 회계 투명성 강화를 위한 제도 개선방안을 논의했다. 여당도 이날 민당정 협의회를 열고 노조법 개정안의 밑그림을 다듬었다. 김기현 국민의힘 대표는 “불투명한 노조 회계, 산업현장의 불법 폭력과 과도한 노동현장의 침해 상황은 오롯이 아무 죄도 없는 성실한 노동자들과 국민에게 돌아간다”고 지적했다.

자리에 함께한 이정식 고용부 장관은 “노조 재정이 불투명하면 횡령 등의 원인이 되고 단결력 약화에 따른 근로자 권익 보호에 어려움까지 발생할 수 있다”며 “2011년 복수노조 제도 도입 이후 불거진 노동조합 관련 노동3권 침해 행위는 여전히 법의 사각지대로 남아 있다. 산업현장에서 새롭게 발생하는 업무방해 등을 규율하기 위한 수단도 부족하다”고 언급했다. 

13일 국회 본관에서 노조 회계 투명성 강화를 위한 민당정 협의회가 열렸다. / 사진=최성근 기자
13일 국회 본관에서 노조 회계 투명성 강화를 위한 민당정 협의회가 열렸다. / 사진=최성근 기자

비공개로 진행한 토론에서는 정부의 노조법 개정 방향에 대한 고용부 설명과 토론이 이뤄졌다. 노조 회계, 재정에 관한 투명한 관리, 조합원의 자주적인 노조 활동, 노조원인 근로자의 선택권과 단결권 보장에 대한 당정 및 전문가 의견이 오간 것으로 전해졌다.

회의에 참석한 여권 관계자는 “노조 및 산하 조직은 노조 회계 공시 시스템을 활용해 규약, 조합원 수 결산서류 등을 자율적으로 공시 할 수 있도록 하고 노조 회계 공시와 세제 혜택을 연계하는 방안은 관계부처와 협의해 조속히 추진하도록 하겠다”며 “조합원 수 2분의 1 이상이 공시 시스템을 통해 공시를 노조에 요구하는 경우, 횡령 배임 등 고용노동부령으로 정하는 사항이 발생해 장관이 공시를 요구할 경우엔 공시를 의무화하는 쪽으로 의견 접근이 이뤄졌다”고 설명했다. 

회계 감사의 전문성과 독립성을 확보하기 위해 노조 규약에 회계감사원의 자격과 선출에 관한 사항들을 포함하는 방안도 논의됐다.  

이 관계자는 “회계감사원의 자격을 회계 관련 지식이나 경험 등 직업적 전문성을 가진 사람으로 하고 특히 일정 규모 이상 노조의 경우는 공인회계사 자격을 요구하도록 했다”며 “이 부분은 좀 더 토론이 있어야 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회계감사원은 총회에서 조합원이 직접 비밀 무기명 투표를 통해 선출하고 임직원 겸직은 금지해야 한다는 데 의견이 모였다.

회의에선 조합원이 자유롭게 노조 재정에 관한 장부와 서류를 열람하는 방안도 논의됐다. 회계서류 보존 기간을 현행 3년에서 5년으로 확대하고 조합원 3분의 1 이상이 요구할 경우 회계 감사를 실시하고 그 결과를 전체 조합원 또는 총회를 통해 공개하도록 하는 쪽으로 의견 접근이 이뤄졌다. 

거대 노조의 괴롭힘 방지 방안도 논의됐다. 노조가 다른 노조나 근로자에 대한 노동3권을 침해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노조가 불이익한 처분, 폭행 협박 등으로 노조 가입 및 탈퇴를 강요, 방해하거나 폭행, 협박 등으로 다른 노조나 근로자의 정당한 조합 활동이나 업무 수행을 방해하는 행위를 법률로 금지하는 쪽으로 의견 접근이 이뤄졌다. 

여권 관계자는 “부당한 금품 등을 요구하며 업무 제공을 거부하거나 폭행, 협박 등으로 사용자의 정상적인 업무를 방해하는 행위를 금지하고 사용자에 대한 협박 등으로 위법한 단체협약 체결 강요, 소속 조합원이 아닌 근로자에 대한 채용 임금 등 차별 강요도 불법 행위로 규율하고 위반 시 징역 또는 벌금 등 제재 규정을 마련토록 하겠다”고 했다.

한편, 회의에서 회계감사 부분은 우려의 목소리도 나온 것으로 전해졌다. 다른 관계자는 “노조 회계 투명성 강화, 노조가 자료 요구에 응하는 것은 당연하다. 국가 보조금은 국민의 혈세이기에 이 부분에 대해선 당연히 모두 공개해야 한다”며 “다만 회계공시는 노조에 대한 자주성 침해와 불필요한 갈등을 유발할 소지가 있어 보다 깊은 사회적 논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재정 등 노조 내부 운영에 있어 노조 내 민주주의 실현을 위해 제도적 뒷받침이 필요한 상황이란 분석과 함께 공정성, 신뢰성이 제도 성패를 가를 것이란 분석이 제기된다. 

김희성 강원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노조 내부 조직에 민주주의 원리가 적용되는 건 당연한데 현행 노조법상 민주적 운영 원칙과 내부 통제에 관한 사항은 충분하지 않다”며 “법치주의를 관철하려는 개선안 방향이 계속 유지되려면 공정성 확보가 매우 중요하다”고 말했다. 

이어 “노사 모두에게 공정한 노사 관계의 질서를 확립하기 위해 노사의 불법 부당 노동행위를 규율한다는 신뢰를 줘야 법치주의가 확립되고 정부가 지금 추진하는 노동개혁이 성공할 수 있을 것”이라고 봤다.

여당은 이르면 이달 중 노조법 개정안을 발의하겠단 방침이다. 성일종 국민의힘 정책위의장은 “노조 회계 투명성을 높이고 거대 노조의 괴롭힘 방지를 위한 노조법 개정 방향에 대한 논의 결과를 바탕으로 조속히 입법안을 발의토록 하겠다”고 말했다.

다만, 법안 논의가 속도를 내긴 쉽지 않을 것이란 관측이다.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관계자는 “민주당에서 당정 움직임을 노조 탄압으로 보고 있어 논의가 쉽지 않다”며 “노동계가 7~8월 하투를 예고하고 있는 점도 부담”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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