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링커’ 개발한 프링커코리아, LG생활건강이 아이디어 도용 주장
LG생건 ‘임프린투’ 2분기부터 출시 예정···법적 대응도 고려 중
[시사저널e=한다원 기자] 최근 LG생활건강이 프링커코리아의 타투 프린터 ‘프링커’ 기술을 도용했다는 논란이 일고 있다. 피부에 일시적으로 타투를 새길 수 있다는 기기를 개발한 프링커코리아는 LG생활건강이 독자 개발했다는 ‘임프린투’ 아이디어가 프링커를 통해 출시됐다는 주장을 펴고 있다. 일명 대기업이 스타트업의 아이디어를 갈취했다는 의혹이 불거지는 상황이다.
프링커코리아는 2015년 12월 삼성전자의 사내 벤처 육성 프로그램 C-Lab 출신의 이종인, 윤태식, 이규석 3명의 공동창업자가 설립한 스타트업이다. 하드웨어, 소프트웨어, 잉크소재 개발을 모두 자체적으로 진행하는 역량을 갖춘 기술기반 스타트업이다.
7일 기자는 서울 도곡동에 위치한 프링커코리아 사옥에서 윤태식 대표를 만났다. 프링커는 피부에 화장품 잉크를 바로 프린팅할 수 있는 템포러리 타투 프린터다. 프링커코리아는 국내에 없는 새로운 콘셉트의 제품을 개발했고, 2016년 삼성전자와 서비스 납품 계약을 통해 브라질 리우 올림픽 삼성전자 홍보관에서 관람객 대상으로 서비스를 진행하며 프링커를 첫 선보였다.
다음은 윤 대표와의 일문일답.
Q. 프링커코리아가 프링커를 개발하게된 배경은
A. 2010년 삼성전자 사내 프로젝트로 프링커 개발이 시작됐다. 당시 아이폰이 출시되면서 삼성전자에서는 ‘카피켓(모방자)’에 대한 분위기가 형성됐다. 삼성전자는 당시 ‘완전한 신사업’을 발굴해보자는 이야기아 나왔다. 수 백자기 아이디어가 오가는 상황에서 타투 프린터가 논의됐다. 다만 삼성전자 경영진은 자사의 업태와 타투 프린터는 맞지 않다는 의견과 화장품을 소싱하는 부분에 대한 어려움을 느껴 아이디어가 부결됐다. 이에 2015년 스핀오프 형태로 스타트업을 꾸려 프링커를 개발하게 됐다.
Q. 타투 프린터 개념이 없어 개발하기 쉽지 않았을텐데
A. 기존에 없던 제품을 만들어야 하다보니 참고할 만한 것도 없었다. 저희가 내부적으로 여러 가지 모양을 만들며 여러 시도 끝에 나오게 된 것이 프링커 프로였다. 현재 프링커 프로는 단종됐다. 타투 프린터다보니 잉크 프린터를 소형화시켜 피부 위에 프린팅하는 기술을 구현하는 것도 쉽지 않았다. 특히 잉크는 화장품 소재로 만들어야하는 어려움이 있었고, 외부에서는 만들 수 있는 곳이 거의 없어 수년간 자체적으로 개발해 제작까지 성공했다.
Q, LG생건은 프링커코리아와 사용하는 잉크가 다르다던데
A. 잉크는 크게 두 가지다. 하나는 염료고 또 하나는 안료다. 염료는 쉽게 말하면 봉숭아 물들이듯 식용 색소를 의미한다. 물에 잘 녹기 때문에 만들기 쉬운 반면, 안료는 피부로 침투하지 않는 차원에서 프린팅되는 잉크다. 처음에 저희도 염료 잉크를 사용하려했으나 여름, 물놀이 등을 고려하다보니 안료로 개발하는 것이 낫다는 판단이 들었다. LG생건은 비건잉크를 사용한다는데 어떤 잉크를 의미하는지 알고싶다.
현재 LG생건은 프링커코리아와 타투를 그린 뒤 안정적으로 유지하기 위해 필요한 프라이머와 픽서에서도 차이를 보인다고 강조한다. LG생건의 임프린투는 기존 화장품에 적용하는 제형인 파우더(프라이머)와 밤(픽서) 타입인 반면, 프링커코리아의 프라이머는 스프레이 타입 리퀴드(액체) 제형으로 양사의 제품은 근본적으로 다르다고 주장한다.
Q. LG생건은 프링커코리아와 기술부터 다르다고 강조한다
A. 프라이머와 픽서 제형이 다르다는 것인데, LG생건이 업로드한 임프린투에 대한 비디오 가이드까지 프링커코리아와 비슷하다. 순서부터 편집하는 구성까지 거의 동일하다. 물론 프링커코리아가 영상을 올린 시점이 LG생건보다 훨씬 앞선다. LG생건은 밤과 파우더 등 제형이 바뀌었다고 다르다고 주장하는 듯한데, 프링커코리아가 특허를 갖고있다보니 이에 대한 규제를 피해라겨는 것으로밖에 안보인다.
Q. 프링커 개발까지 투자된 비용도 만만치 않을 듯한데
A. 프링커 하드웨어부터 잉크까지 자체 개발하다보니 비용이 많이 들었다. 개발 시설부터 연구실까지 필요했다. 처음에는 화장품 공장에 위탁 생산을 맡겼는데 화장품의 경우 여러 물질을 배합하면 되지만, 타투 잉크는 화학쪽에 가깝다. 화장품 공장에서도 만들기 어려워해 투자 유치한 금액으로 자체적으로 공장까지 설립한 상태다.
Q. 임프린투가 2분기부터 출시될 예정인데, 대응 방안은?
A. LG생건이 MWC2023에 임프린투를 선보인 것으로는 특허권 소송 단계로 넘어가기 어렵다. 특허에 대한 분쟁을 하려면 제품이 출시돼야 한다. 그래서 프링커코리아도 행정적인 조치만 취하고 있다. 현재는 ‘공정거래법부정경쟁방지법 저촉 소명요청’ 등 제도적 도움을 요청하거나 중소기업벤처부나 공정거래위원회, 특허청 쪽으로 고발, 제보를 진행하고 있다.
앞서 LG생건은 지난 2019년 1월 프링커코리아로부터 프링커 제품 정보, 브로슈어, 리플렛, FAQ 및 타투 프린터 제품 가격표 등을 제공받았다. 프링커코리아는 당시 비밀유지계약(NDA)가 필요하다고 주장했고, 같은해 6월 양사간의 NDA가 체결됐다.
Q. 임프린투가 출시되면 양사간 NDA 체결이 법적 효력을 갖을 수 있나
A. NDA 체결이 제일 관건이 될 듯하다. 당시 양사간 NDA 체결 때도 LG생건은 계약서, 양식 등을 직접 요구 및 준비했고, 계약 목적도 ‘프링커코리아 제품 공급과 협업’이라고 적었다. 당시 LG생건 디자인팀에서 프링커코리아를 찾아왔는데 NDA를 체결한 후 마음이 바뀌었는지 특허청에 콘셉트가 바뀐 ‘피부미용 문신기’가 등록됐고, 이듬해 ‘타투 프린터’라는 이름의 특허 출원이 확인됐다. 특히 타투 프린터 특허 출원에는 당시 담당자로 거론된 성함이 적시됐다.
Q. LG생건은 참고 목적으로 온라인을 통해 프링커 1개를 구매했다는데
A. 저희 쪽에서 확인된 구매 이력만 5건이 넘고, 서버 이력으로도 임직원 이메일 계정이 여럿 발견됐다. 배송 주소도 LG생활건가응로 적혀있는 건도 있다. 저희가 이 부분을 증거로 대니 LG생건은 연락이 단절됐고 대신 법률 대리인 김앤장 측에서 허위사실 유포 및 명예훼손 소송 진행 관련 내용 증명이 왔다.
Q. 중기부가 실태조사를 위한 조사견을 파견했는데 진행사항은
A. 중기부가 롯데헬스케어 등 사례가 생기면서 기술보호울타리라는 포털을 만들어 원트랩으로 진행할 수 있는 제도를 정비하고 있다. 프링커코리아도 기술보호울타리에 고발을 진행했고, 기술 조사관과 변호사, 변리사가 해당 케이스에 대해 확인했다. 그런데 저희가 확인해보니 공정거래법이 개정되면서 항목이 추가됐는데 아직까지 판례가 하나도 없었다. 법은 개정됐는데 한 번도 적용된 적이 없었던 것이다. 피해를 입은 스타트업이 어떤 피해를 입었는지 피해 규모를 돈으로 환산해서 입증해야하고, 가해자가 왜 피해자에게 어떤 방식으로 피해를 입혔는지 입증해야 하고, 가해자가 피해를 입혔다는 물질적인 증거를 찾아서 제출해야 한다. 모든 증거가 가해자 쪽에 있어 쉽지 않은 상황이다.
Q. 마지막으로 덧붙일 말은
A. LG생건이 협업 가능 여부를 문의해온 2019년부터 지금까지 단 한번도 ”타투 프린트 만들지 말라“고 한 적이 없다. 대기업까지 뛰어들면 시장 파이가 커질 수 있어 오히려 선의의 경쟁을 환영한다. LG생건은 임프린투가 독자적 개발이라고 하는데 기술 실현을 위해 지금까지 LG전자, HP, 망고슬래브 등 업체와 협업했다고 직접 밝혔다. 최초 2019년 NDA 계약 체결시부터 프링커코리아는 협업이나 공동개발 등에 호의적이었는데 NDA 시점부터 LG생건이 일방적으로 소통을 단절하면서 모방 프로젝트를 진행해왔다. 심지어는 LG생활건강이 명시한 모든 협력 파트너사에서 프링커코리아로 직접 연락을 하거나, 모방 프로젝트에 대한 우려를 수차례 표현한 것으로 전달 받았는데, LG생활건강에서만 부인을 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