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동제약과 경보제약 건은 리베이트 추정···업계, 경동과 제넨셀 건 마무리 전망
서부지검, 경보제약 건 작년 9월 이전부터 조사 밝혀···과거 리베이트 업체 공통점은 경영진 문제
[시사저널e=이상구 의약전문기자] 제약업계 일각에서 향후 리베이트 조사와 세무조사 가능성을 관측하는 가운데 그동안 관련 조사를 진행했던 서울서부지방검찰청 동향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실제 서부지검이 지난해 9월 이후 제약사와 바이오 업체 대상 압수수색을 두 차례 시행했고 현재 진행하는 3건 조사 중 2건의 마무리 가능성이 관측돼 향후 움직임이 주목된다는 것이다.
7일 제약업계에 따르면 최근 코로나19 확산이 가라앉고 조만간 일상체제 복귀가 예상됨에 따라 제약사 대상 리베이트 조사와 세무조사 가능성이 일각에서 점쳐진다. 아직은 윤석열 정권 초반부라는 점도 사정당국 조사가 거론되는 원인으로 꼽힌다. 우선 경기 침체 등 여파로 올 1월 국세가 1년 전에 비해 7조원 가량 덜 걷힌 점 등이 국세청 세무조사 본격 재개 가능성을 관측하는 근거로 분석된다.
제약업계 관계자는 “통상 코로나라는 대형 이슈가 있는 상황에서 사정당국이 기업 대상 조사를 자제하는 것은 상식이고 당연하다”며 “지난해 코로나가 가라앉기 시작하자 심층, 기획 세무조사를 담당하는 서울지방국세청 조사4국이 일동제약과 명인제약을 조사한 것을 이같은 흐름 속에서 파악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참고로 이날 현재 올 들어 제약사 대상 세무조사가 알려진 사례는 없는 상태다.
현실적으로 정부가 제보자에게 지급하는 공익신고 보상금 때문에 제약사 내부 인력의 리베이트 제보가 이어지고 있다는 업계 분석도 있다. 업계에 따르면 당국 조사 결과, 일정 수준 이상 리베이트가 확인되면 제보자에게 보상금이 지급된다. 제약업계 관계자는 “국민권익위원회가 제약사 리베이트 공익신고자에게 지급한 보상금은 최근 수년간 일부 감소했다”라며 “하지만 이같은 감소 추세는 권익위에 한정된 것이고 사정당국에 리베이트 제보는 지속되는 것으로 파악된다”고 지적했다. 제약사 리베이트 사건 중 가장 최근인 지난해 11월 발표된 경동제약 건과 관련, 공정거래위원회는 제보를 토대로 조사를 개시했다고 확인한 바 있다.
현재 제약업계가 주시하는 사정당국으로는 서부지검 식품의약범죄조사부가 우선적으로 꼽힌다. 지난해 9월 이후 식품의약범죄조사부가 제약사와 바이오업체 2곳을 압색한 것도 근거로 분석된다. 당초 지난 2011년 서울중앙지방검찰청에 구성된 정부 합동 ‘의약품 리베이트 전담수사반’을 모태로 했던 이 조직은 2014년 서부지검에 식품의약조사부라는 정규직제로 개편됐다. 이어 2020년 초 식품의약범죄형사부로 다시 개편됐다. 현재는 식품의약범죄조사부란 명칭을 사용하고 있다.
이처럼 명칭과 직제, 역할은 일부 변경이 있었지만 한국노바티스와 동화약품, 안국약품 등 제약사 리베이트 사건을 진두지휘한 경험을 갖고 있다. 이같은 경력 외에 서부지검 식품의약범죄조사부가 주목 받는 원인은 현재 조사를 진행 중인 3건 중 2건이 상대적으로 규모가 작고 마무리 단계로 관측된다는 점도 감안한 것으로 풀이된다. 제약업계 관계자는 “3건 중 2건은 업체 매출규모가 작고 이중 1건은 리베이트 조사도 아닌 것으로 파악된다”며 “만약 3건 모두 대형 사건이라면 다른 당국이 나설 가능성도 있지만 현재는 그런 상황이 아닌 것으로 분석된다”고 말했다.
서부지검이 현재 식품의약범죄조사부가 조사를 진행한다고 확인한 사건은 경동제약과 제넨셀, 경보제약 등 3건이다. 우선 경동제약 건은 식품의약범죄조사부가 지난해 9월 본사를 압색하는 과정에서 외부에 알려졌다. 조사 대상은 경동제약 지방지점의 리베이트 제공과 관련 있는 것으로 알려졌으며 서부지검은 종료되지 않은 상태라고 밝혔다. 지난해 9월 이전 착수된 이번 사건은 조만간 종료가 예상된다는 것이 업계 관측이다. 경동제약 내부 사정에 밝은 제약업계 관계자는 “본사 임원이 지속적으로 서부지검에 자료를 제출하며 대응해왔는데 현재로선 고비를 넘긴 것으로 알고 있다”고 주장했다.
지난 1월 12일 서부지검 식품의약범죄조사부가 식품의약품안전처 본부 등 9곳에 대한 압수수색을 진행하자 제약업계와 바이오업계에는 무성한 풍문이 확산됐다. 하지만 이날 현재 확인된 내용은 의약품 임상시험 승인 문제 관련이고 압색을 받은 업체는 제넨셀이며 이 업체 비상근이사이며 대학교수인 A씨 제자가 관련됐다는 점 등 극소수다. 제넨셀은 회사나 임직원과 무관하며 압색 후 검찰 조사를 받은 사실이 없다고 밝혔다. 서부지검도 현재 조사를 진행 중이란 점만 확인한 상태다. 제약업계 관계자는 “검찰 조사 착수의 속 사정은 자세히 알 수 없지만 향후 사건이 신속하게 마무리될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관측된다”고 말했다.
이같은 2건과 달리 경보제약 건은 지난해 9월 한 종합편성채널 보도로 인해 일반인들에게 잘 알려진 사안이다. 9년 여 기간 동안 경보제약이 제공한 리베이트 금액은 400억원대이며 연루된 병의원도 수백 곳에 달한다는 것이 제보자 B씨 주장이다. 제약업계 관계자는 “핵심 제보자는 당시 경보제약에 다니던 B씨가 아니라 이미 퇴직한 직원들”이라며 “제보자들이 제출한 자료가 워낙 방대하기 때문에 시간이 소요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보도 당시 식품의약범죄조사부가 경보제약 대상 조사를 개시하지 않은 상태로 알려졌지만 이는 사실이 아니라고 서부지검은 밝혔다. 서부지검 관계자는 “당시 조사가 시작되지 않았다는 일부 보도는 오보성이 있으며 착오였다”라며 “당시에도 조사하고 있었고 현재도 하고 있다”고 말했다.
제약업계는 그동안 리베이트 조사를 받았거나 확인돼 발표됐던 제약사 공통점이 향후에도 적용될 것이라고 지적한다. 즉 과거 사례 공통점을 갖고 있는 업체에 내부 제보자가 발생할 수 있다는 의미다. 대표적 공통점으로는 경영진이 직원들로부터 신뢰를 받지 못하거나 독단적으로 인사를 하는 등 경영에 문제점을 노출한 사례가 거론된다. 제약업계 관계자는 “경영진이 직원들을 덕으로 대우하지 않는다고 알려진 C제약사에 최근 수년간 제보가 잇따르는 것을 우연으로 볼 수 없다”며 “창업자 인맥을 무리하게 교체한 D제약사도 서부지검 조사로 큰 타격을 받았다”고 정리했다. 또 다른 제약업계 관계자는 “리베이트 보상금도 중요하지만 내부 제보 원인에는 경영진 행태에 대한 실망도 포함된다”라며 “직원들이 무조건 보상금만 보고 제보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라고 말했다.
결국 과거에는 특정 시점이 되면 사정당국이 제약사 대상 리베이트 조사를 진행한 사례가 있었던 것으로 파악된다. 이같은 관행이 올해도 되풀이될 지 주목된다. 제약업계 관계자는 “중요한 것은 리베이트가 대폭 줄었다는 점이고 과거에 비해 달라진 것은 제약사들이 직접 영업하지 않고 CSO(영업대행사)에 위탁했다는 점”이라며 “제약사들이 과거처럼 수백억원대 규모의 리베이트 조사를 받는 경우는 거의 없을 것으로 믿는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