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확산 기간 동안 사정기관 제약 대상 수사 감소···작년 공정위, 광동·대웅제약 현장조사도 불발로 그쳐
경보제약, 작년 12월 이어 두 번째 압색···리베이트 혐의로 수도권 지점 수사, 완제약 사업 우려
일양약품, 코로나 치료제 효과 왜곡 발표 혐의···사측 “잘못된 정보 제공 없고 주식 매도는 하자 부재”

[시사저널e=이상구 의약전문기자] 제약업계가 검찰과 경찰의 경보제약, 일양약품 대상 압수수색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연초부터 이례적으로 같은 날 제약사를 상대로 실시한 압수수색 여파를 우려하는 것으로 풀이된다.    

8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지난 2020년 1월 국내 코로나19가 상륙, 전국적으로 확산된 후 사정기관의 제약사 대상 수사는 물밑에서 진행되며 압수수색 사례는 적었다. 코로나 확산으로 인해 제약사 대상 수사를 할 분위기가 조성되지 않았던 탓이라는 후문이다. 대면영업 감소도 원인으로 꼽힌다. 지난해에는 사정기관의 모 중견 제약사 리베이트 수사설이 확산됐지만 결국 불발됐다.

공정거래위원회가 중견기업의 관계사 부당 지원을 규제한다며 지난해 광동제약과 대웅제약을 현장조사한 적은 있다. 제약업계 관계자 A씨는 “공정위 지식산업감시과가 지난해 12월 안국약품과 비보존제약, JW중외제약 등 리베이트 적발로 과징금이 부과된 3개 사건을 ‘정책 돋보기’란 형식으로 정리해 발표한 것도 흔치 않았던 사례”라며 “비보존제약은 제공 규모가 작았고 중외제약은 법정공방이 예고된 상태였다”고 지적했다. 

이같은 상황에서 2024년이 시작되자 서울서부지방검찰청과 서울지방경찰청 금융범죄수사대가 지난 5일 두 제약사를 대상으로 압수수색을 진행했다. 경보제약의 경우 지난해 12월 압수수색이 있었지만, 일양약품 건은 장기화되며 수사 종료도 예상되는 상황이었기에 업계의 당혹스러움이 더 컸다. 

제약업계 관계자 B씨는 “기억을 정리해봐도 연초 특히 1월 첫째주부터 제약사 대상 압수수색이 같은 날 진행된 사례는 드물었다”며 “과거 통계를 보면 제약사에 관청 수사나 조사가 금요일에 나온 것도 2010년 이후 흔치 않은 사례”라고 설명했다.

제약사 직원도 사람인데 주말을 앞둔 금요일에는 긴장이 풀릴 가능성이 있어 이를 노릴 수 있다는 것이다. 반면 월요일에는 회의가 많고 분주한 상황이어서 역시 사정기관이 압수수색 요일로 선호한다는 것이 업계 설명이다. 서부지검이 지난해 첫번째로 경보제약을 압수수색한 날도 12월 18일 월요일이었다.   

이번 압수수색을 구체적으로 보면 경보제약 건은 제보일 기준으로 3년이 되가는 사건이다. 복수로 추정되는 제보자는 지난 2021년 5월 국민권익위원회에 신고했다. 신고 내용은 2013년부터 2021년까지 전국 병의원에 약값의 20%를 지급하는 방법으로 경보제약이 400억원대 리베이트를 제공했다는 것이다. 이에 권익위는 같은 해 8월 대검찰청에 사건을 이첩했고 대검은 서울서부지검 식품의약범죄조사부에 배당한 것이다.  

그래픽=정승아 디자이너
/ 그래픽=정승아 디자이너

2022년 9월 한 종합편성채널 보도로 알려진 경보제약 건은 제보자의 수사심의위원회 소집 신청 등 우여곡절을 거쳐 지난해 12월 본사에 대한 압수수색으로 본격화됐다. 제약업계 관계자 C씨는 “외부에서 보면 종편에 나온 D씨를 주요 제보자로 판단할 수 있지만 실제 리베이트 자료를 모으고 제보를 주도한 사람들은 퇴직자 2명”이라고 전했다.

이처럼 권익위로부터 이첩 받은 지 사실상 2년 이상 경과된 후 경보제약 건에 본격 수사를 진행했다는 지적에 대해 서부지검 관계자는 “(압수수색 이전) 관련자 조사 등 수사를 계속 진행해왔다”고 강조했다. 이어 지난 5일 경보제약 수도권 소재 분사무소 압수수색과 관련, 서부지검 관계자는 “현재 수사 중이므로 말하기 어렵다”며 “분사무소는 지점으로 이해하면 된다”고 말했다.   

당장 업계는 경보제약의 ‘맥시제식주’ 등 완제의약품 사업을 우려하고 있다. 진통복합주사제 맥시제식주는 지난해 3분기 누적 95억원 매출을 달성, 전체 매출의 6.1%를 점유한 주요품목이다. 제약업계 관계자 E씨는 “원료약과 달리 완제약은 의사 처방이 필수인데 리베이트 수사 사실을 의료계가 인지하면 처방에 영향을 줄 수 있다”며 “경보제약이 그동안 우여곡절 끝에 다시 완제약 사업을 추진하는 상황이어서 향후 파장이 우려된다”고 말했다.  

일양약품 건 역시 고소장 접수 시점을 감안하면 3년에 육박하는 장기 사건이다. 코로나19 치료제 효과를 왜곡 발표해 주가를 띄운 혐의로 서울경찰청 금융범죄수사대가 일양약품을 수사하는 사실은 2022년 9월 알려졌다. 당시 연구에 참여했던 고려대 의대 교수팀 보고서와 비교해 일양약품이 자사에 유리한 내용을 보도자료로 정리해 투자자에게 잘못된 정보를 제공했다는 의혹이었다. 서울청은 주가가 최고점을 찍었던 시점 일양약품 오너 일가 등 대주주 일부가 보유 주식을 판매한 정황도 주목했다.  

반면 일양약품은 잘못된 정보를 제공한 적이 없으며 주식 매도 역시 절차상 하자가 없었다는 입장을 밝힌 바 있다. 일양약품은 2021년 5월 고소장이 접수된 사안이며 고려대의 연구 결과를 다르게 보도한 사실이 없으며 대주주 및 특수관계인의 주식 대량 매도 부분도 문제가 없다고 주장했다. 

특히 지난 2021년 고소장이 접수된 사건에 대해 서울청이 2024년 초 압수수색을 진행하며 사실상 다시 수사에 나선 배경을 업계가 주목하고 있다. 제약업계 관계자 F씨는 “지난해는 일양약품 대상 수사가 거의 없던 것으로 알려져 사실상 사건이 종료된 것으로 인지한 사람들도 있었다”며 “현 시점에서 다시 경찰 수사가 나온 원인을 파악하고 있다”고 전했다.   

결국 연초부터 경보제약과 일양약품이 사정기관으로부터 압수수색을 받은 사건은 단순하게 넘길 수 없는 중요 사안이라는 지적이다. 3년에 육박한 오래된 사건이지만 현 시점에서 진행 과정과 여파를 주목해야 한다는 것이다. 

제약업계 관계자 A씨는 “하나의 사태를 단순하게 판단하지 말고 공정위 제약 조사→공정위 리베이트 사건 집계 발표→검찰과 경찰의 압수수색을 일련의 사안으로 묶어 볼 필요가 있다”며 “경보제약 건은 제보자들이 꼼꼼하게 자료를 모았고, 일양약품 건은 현재 시점에서 압색을 나왔다는 점이 석연치 않다”고 우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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