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형 SUV 이어 픽업트럭도 경쟁 모델 늘어···기아도 43년 만에 픽업트럭 출시 예정
티볼리, 경쟁모델 출시로 점유율 60%대에서 10%대로 하락
쌍용차, 토레스·KR10·렉스턴·렉스턴 스포츠 등 전동화 전환 박차
[시사저널e=박성수 기자] 쌍용자동차가 주력 시장이었던 소형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에 이어 픽업트럭 시장까지 위협받고 있다. 쌍용차는 국내 자동차 업계에서 틈새시장을 공략하며 선구자 역할을 해왔으나, 최근 다른 브랜드들이 경쟁모델을 내놓으면서 점유율 다툼에서 밀리고 있다.
과거 쌍용차는 티볼리를 출시하며 국내 소형 SUV 시장을 열었으나 이후 현대자동차, 기아, 한국GM, 르노코리아자동차 등에서 경쟁 모델을 대거 내놓으면서 판매가 감소했다.
여기에 최근 픽업트럭 시장의 경우도 한국GM 콜로라도를 시작으로 포드, 지프, GMC 등에서 잇따라 픽업트럭을 내놓고 있다. 특히 기아가 국산 픽업트럭 출시를 준비하고 있어 향후 점유율 하락이 우려된다.
6일 업계에 따르면 기아 노사는 최근 열린 고용안정위원회를 열고 내년 화성 공장에서 신형 픽업트럭을 생산하기로 했다. 기아가 새 픽업트럭을 내놓는 것은 1981년 브리사 픽업 단종 이후 43년 만이다.
아직 기아 픽업트럭에 대한 구체적인 정보는 없으나 모하비를 기초로 해서 설계했으며, 국내와 미국 등 해외시장에서 판매할 계획이다. 기아 픽업트럭이 출시될 경우 쌍용차 렉스턴 스포츠 자리가 위협받을 전망이다.
렉스턴 스포츠는 지난 2018년 출시 이후 작년 말까지 국내외에서 20만대를 판매하며 쌍용차 효자 모델로 급부상했다. 국내에선 불모지로 여겼던 픽업트럭 시장을 사실상 처음으로 개척한 모델로, 가격대비성능(가성비)이 뛰어나 저렴한 아웃도어용 차량을 찾는 소비자들로부터 인기를 끌었다.
이후 한국GM 콜로라도, 지프 글래디에이터, 포드 레인저 등 수입 픽업트럭이 늘어났지만, 가성비를 앞세워 꾸준한 성장세를 기록했다. 작년 렉스턴 스포츠 내수 판매량은 2만5905대로 전년과 비슷한 수준을 유지하며 쌍용차 전체 판매(6만8666대)의 37%를 차지했다.
다만 그동안 출시한 수입 픽업트럭의 경우 렉스턴 스포츠보다 적게는 1500만원, 많게는 6500만원 이상 비싸 영향이 크지 않았으나, 기아 픽업트럭의 경우 상대적으로 가격대가 낮을 것으로 예상돼 직접적인 경쟁 모델이 될 것으로 보인다.
이에 대해 쌍용차 관계자는 “렉스턴 스포츠는 높은 실용성과 가성비, 넉넉한 적재공간을 바탕으로 오랫동안 국내 소비자들에게 사랑을 받아온 모델”이라며 “계속해서 새로운 모델 출시를 준비하고 있으며, 추후 전기차 모델도 내놓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쌍용차의 수난은 렉스턴 스포츠 뿐만이 아니다. 앞서 설명한대로 쌍용차는 국내 소형 SUV 시장을 사실상 처음 열었으나 이후 경쟁 브랜드로부터 포탄 세례를 받았다.
티볼리는 출시 첫해 4만5000여대를 팔며 국내 소형 SUV 시장을 새로 개척했다. 티볼리 출시 이후 소형 SUV 시장은 3배 이상 커졌으며, 시장 잠재력이 확인되자 다른 브랜드들도 신형 모델을 내놓으며 시장에 참전했다.
현대차 코나·베뉴, 기아 니로·셀토스, 한국GM 트레일블레이저, 르노코리아 XM3 등 경쟁 모델들이 줄지어 나왔다. 경쟁모델 출시로 티볼리 점유율은 이전 대비 크게 감소했다.
한국자동차산업협회에 따르면 2015년 티볼리 판매량은 4만5021대로 소형 SUV 내 점유율은 61%에 달했다. 하지만 이후 경쟁 모델이 출시 될 때마다 점유율이 감소했다. 2016년 니로가, 2017년 코나가 연이어 나오면서 2017년 티볼리 점유율은 47%로 떨어졌으며 2019년 셀토스 등장 이후 24%까지 내려갔다. 이어 2020년에 트레일블레이저와 XM3까지 나오면서 10%대 점유율로 하락했다.
이에 쌍용차는 향후 신차 라인업을 확대해나가며 새 먹거리를 찾겠다는 전략이다.
지난해 출시한 신차 토레스의 경우 올해에도 강세가 이어지고 있는 상태다. 지난해 토레스는 사전계약 첫날 1만2000여대를 돌파하며 쌍용차 역사를 새로 썼다. 사전계약 첫날 1만대를 넘기는 것은 현대차·기아에서나 볼 수 있던 기록이다. 토레스는 이후에도 계속해서 인기를 얻으며 누적 판매 3만대를 넘어섰으며, 현재 주문대기물량(백오더)도 2만대 이상인 것으로 알려졌다.
올해 쌍용차는 하반기 토레스 전기차를 내놓으며 전기차 시장에 새로 진출하겠다는 각오다.
또 코란도 디자인을 계승한 ‘KR10(프로젝트명)’ 전기차를 내놓고 추후 내연기관 모델도 출시할 계획이다. 이어 렉스턴과 렉스턴 스포츠 도 전기차를 출시하며 본격적인 전동화 전환에 나설 방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