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생건, 스타트업과 타투 프린터 아이디어 도용 논란 휘말려
이정애 사장 취임 후 첫 전략···양사 입장 팽팽, 결과에 주목

[시사저널e=한다원 기자] LG생활건강이 잇따라 아이디어 도용 논란에 휘말렸다. 올해만 LG생건은 토니모리 화장품 표기 분쟁에서 패소했고, 뷰티업계 최초로 모바일 월드 콩그레스(MWC)에 참가해 눈길을 끌었던 타투 프린터도 모방 논란 중심에 섰다. 올해부터 LG생건 수장에 앉은 이정애 대표는 대외적인 불안요소로 실적이 악화되고 있는 것에 주가 하락, 최근 휩싸인 논란으로 기업 이미지 추락에 어깨가 무거워지고 있다.

3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그간 상표권, 아이디어 도용 논란이 있었던 LG생건이 올해만 두 번째 논란 중심에 섰다.

LG생활건강(위)과 프링커코리아(아래)의 타투 프린터 제품. / 사진=LG생활건강, 프링커코리아
LG생활건강(위)과 프링커코리아(아래)의 타투 프린터 제품. / 사진=LG생활건강, 프링커코리아

우선 LG생건은 토니모리가 지난 2019년 2월 출시한 ‘닥터오킴스 수그라테놀 리커버 크림’ 용기에 제품 성분을 막대그래프로 표기한 것을 두고 자사 브랜드 ‘빌리프’ 화장품 요기와 비슷하다며 소송을 제기했다. 1심에서 재판부는 LG생건의 주장을 받아들여 토니모리가 LG생건에 3000만원을 배상하라고 판결했다.

그러나 2심 재판부는 원심을 뒤집어 LG생건의 청구를 전부 기각했다. 빌리프 제품 포장(막대그래프)이 국내에 널리 인식됐다고 보기 어렵고, 소비자들이 두 제품을 혼동할 가능성이 적다고 봤기 때문이다.

최근에는 LG생건이 새롭게 출시한 타투 프린터가 스타트업의 제품을 모방했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이는 LG생건이 뷰티업계 최초 스페인에서 열리는 MWC2023에서 전시했던 제품이다. 스타트업 프링커코리아는 LG생건이 최근 출시한 타투 프린터 ‘임프린투’가 자사 제품을 베꼈다는 관측을 내놓았다. 임프린투는 블루투스로 연결된 스마트폰 앱에서 타투 도안이나 사진을 올리면 피부나 옷에 타투를 그려주는 휴대용 프린터다.

프링커코리아에 따르면 LG생건은 지난 2019년 협업 계약을 맺었고, 최근 자신들의 휴대용 피부 타투 프린터 아이디어와 개념을 베껴 유사한 제품을 독자적으로 출시하려 한다고 주장했다. 프링커코리아는 LG생건이 2019년 1월 협업 가능 여부를 문의했고, 구체적인 부문까지 구두로 전달했으며 같은해 6월 양사는 비밀유지계약(NDA)을 맺었다고 밝혔다. 그러나 LG생건은 계약 이후 모든 연락을 끊었고, 이후 프링커코리아와 유사한 제품을 만들었다는 의혹을 제기했다.

윤태식 프링커코리아 대표는 “LG생건 제품 출시가 진행되면 즉각 국내, 해외 지적재산권 침해에 대해 법적 절차를 진행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다만 LG생건은 2019년 1월 프링커코리아와 실무자 차원에서 접촉했고, 당시 프링커코리아로부터 외부 배포용 홍보자료인 제품정보, 브로슈어, 리플렛, FAQ 및 타투 프린터 제품 가격표 등 파일 5개를 제공받았다. 프링커코리아는 기술정보 제공과 협력을 위해서는 NDA가 필요하다고 했으나 당시 NDA 체결이나 기타 추가 논의는 진행되지 않았고, 이후 특별한 진행이 없다가 같은해 5월 이종인 프링커코리아 대표가 LG생건에 NDA를 문의해 6월 양사간의 NDA가 체결됐다고 설명했다.

LG생활건강 실적 추이 및 이정애 사장. / 표=정승아 디자이너
LG생활건강 실적 추이 및 이정애 사장. / 표=정승아 디자이너

LG생건 관계자는 “결과적으로 LG생건은 2019년 프링커코리아와 업무 협력을 위해 외부 배포용 홍보자료를 받고 NDA를 체결했으나 NDA 체결 이후에는 상호 교류가 없었고 기술자료 등도 제공받은 적이 없다”면서 “타투 프린터기에 대한 LG생건의 개발과 연구는 자체적으로 다각도로 이뤄졌다”고 강조했다. 이어 LG생건 관계자는 “지난해 세계적인 잉크 카트리지 회사인 HP와 협업해 미니 타투 프린터 임프린투를 개발하게 됐다”고 덧붙였다.

이같은 LG생건을 둘러싼 아이디어 도용 논란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앞서 LG생건은 2010년 웅진코웨이에서 생산하는 화장품 브랜드 리엔케이가 LG생건의 한방샴푸 리엔의 상표권을 침해했다며 상표권침해금지 청구소송을 낸 바 있다. 또 2016년에는 LG생건의 비욘드가 2년여 전부터 가수 지코의 회사 제품 홍보를 위해 지코의 이름을 무단 도용했다는 관측이 제기됐다. 지코는 해당 제품을 사용한 적이 없었다.

특히 LG생건의 임프린투는 이정애 사장이 새수장을 맞은 후 처음 선보이는 새로운 시도다. LG생건은 뷰티업계 최초로 MWC에 참가하기도 했다. 일단 이번 논란에 대해 중소벤처기업부는 기술침해 관련 피해상황을 확인하고 해당 스타트업에 실태조사를 위한 조사관을 파견한 상태다.

다만 잇따른 LG생건 도용 논란에 이 사장의 어깨가 무거워지고 있다. 그간 LG생건은 일명 ‘차석용 매직’이라는 별명으로 실적 성장이 이어졌지만 주력 국가였던 중국 화장품 시장 지형 변화, 대내외 악재 등으로 지난해 매출 7조1858억원, 영업이익 7111억원을 거두는데 그쳤다. 주가도 한때 1주당 100만원이 넘었지만 이날 기준 67만6000원에 거래가 마쳤다.

오린아 이베스트증권 연구원은 “올해 3월 이후 중국 리오프닝 및 소비 부양에 대한 기대감이 커지고 있고, 2분기부터는 소비, 오프라인 부문 회복이 본격화 할 것으로 전망된다”며 “화장품 업체들의 실적이 하반기로 갈수록 개선될 것으로 예상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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