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자체서 잘못된 PM 규제 정책 속출···정확한 근거보다 부정적 여론에 기대
업계와 협력해 다양한 실험 시행하고 시민들의 교통 편익 제고할 수 있어야

[시사저널e=김필수 대림대 미래재동차학부 교수] 최근 ‘퍼스널 모빌리티(Personal Mobility, 이하 PM)’ 이용이 증가함에 따라 이용자 안전사고에 대한 우려가 높아지고 있다. 실제로 사고 건수는 늘어나고 있다. 행정안전부 자료에 따르면 2017년부터 2021년까지 5년 동안 개인형 이동장치 관련 사고는 15배 가까이 증가했다. PM에 대한 부정적 인식 또한 확대돼, PM 이용자를 ‘킥라니’로 표현하며 조롱하기도 한다. 지방자치단체들은 조례 제정을 통해 안전 정책을 내세우고 있다.

PM은 실제로 위험한 이동수단일까? 데이터를 통해 봤을 땐 오히려 다른 이동수단에 비해 안전하다는 결론이 나온다. 교통사고분석시스템 TAAS 자료에 따르면 PM의 중상률은 28.5%로, 자전거의 중상률 33.9%보다 낮다. 유사 이동수단인 원동기장치자전거와 이륜자동차의 중상률은 약 32%에 이른다. 통계대로라면 자전거의 중상률이 가장 높다. 치사율 역시 유사 이동수단 가운데 PM이 가장 낮게 나타난다.

시민의 이동성을 제고하는 동시에 안전을 담보하기 위해선 목표 수립이 중요하다. 구체적인 근거를 바탕으로 한 판단이 선결돼야 한다. 하지만 지자체들의 PM 정책은 데이터보다는 부정적인 여론을 근거로 삼고 있다. 근시안적인 시각으로 보여주기식 행정에 집중하고 있다. 새롭게 등장한 이동수단에 대한 이해와 새로운 이동양식에 맞는 새로운 정책 틀을 짜려는 고민은 찾아볼 수 없다. 오히려 목표가 무엇인지 파악조차 어려운 황당한 정책들이 시민과 PM 업계를 혼란에 빠뜨리고 있다.

대구시는 전형적인 보여주기식 행정을 하고 있다. 대구시는 최근 PM 안전모 보관함을 자체적으로 개발해, 관내 운영 중인 공유 PM에 부착하는 방안을 의무화한다고 밝혔다. 안전모 보관함을 부착하지 않은 PM은 전량 수거한다는 방침이다.

문제는 대구에서 개발한 안전모 보관함이 운행 실증조차 거치지 않았다는 것이다. 공유 PM 운영사는 강제 수거를 피하기 위해 검증되지 않은 보관함을 비용을 들여 구매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현재 안전모 착용 의무화 같은 무리한 정책이 시행되고 있는데, 안전모 보관함 부착 의무화라는 또 다른 탁상행정 조치가 더해지려고 한다.

시민의 안전을 위해 안전모 착용이 중요하다고 판단된다면 업계 자체적으로 안전모를 비치하고 보관함 부착을 유도해야 한다. 하나의 선택지로서 자체 개발한 보관함을 제시하는 것이 상식적이다. 아울러 강제 수거 기준이 안전모가 아니라 보관함이라는 것도 모순적이다. 정책의 목표가 시민의 안전인지 보관함 판매 촉진인지 알 수 없을 정도다.

2022년 서울시 행정감사에서 도시교통실장이 안전모 착용 의무 정책에 대해 실효성이 없다고 밝혔다. 안전모를 비치해도 대부분은 파손·분실됐으며, 착용률은 3%에 그쳤다. 과거 자전거 안전모 착용 의무화도 실패로 돌아갔다. 이러한 경험적 근거를 토대로 분석해 입안했다면, 보관함을 부착하지 않은 업체의 PM을 강제 수거하는 페널티 방식 대신 부착한 업체에 혜택을 주는 인센티브 방식이 구상됐을 것이다. 현실적인 관점에서 안전모 착용은 성인에겐 권고사항으로, 청소년에겐 의무사항으로 적용되는 것이 바람직하다.

서울시에선 설득력 떨어지는 정책으로 인해 PM이 사설 견인업체의 돈줄로 여겨지고 있다. 서울시는 견인구역에 세워져 있는 PM을 견인업체가 즉시 견인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공무원의 단속 없이도 민간인이 행정처분을 집행할 수 있다는 것이다. 신고 접수된 건에 한정한다고 하지만, 견인업체들은 스스로가 신고 후 견인할 수 있다. 정상 주차돼 있는 PM을 견인구역으로 옮겨 신고하는 불법행위도 나타난다. 민간기업의 돈벌이에 서울시가 이용당하고 있는 꼴이다.

현재 안전모 의무화 정책으로 인해 현재 부작용이 속출하고 있고, 서울시는 관련 데이터를 확보하고 있으면서도 나몰라라 하고 있다. 견인업체가 행정권을 휘두를 수 있게 만든 모순적인 정책이다. 서울시는 이러한 문제들을 확실히 개선해야 한다. 서울시 각종 정책 자문을 하고 있는 필자는 큰 아쉬움이 남는다.

지자체의 해괴한 정책들로 인한 피해는 결국 시민들에게 돌아간다. 경기도 구리시는 지자체의 강력한 조치로 길거리에 있는 모든 PM을 수거하면서 공유 PM의 운영을 막았다. 결국 구리시에선 공유 PM을 찾아볼 수 없게 됐다. 하지만 구리시의 교통 안전 지수는 여전히 평균에 미치지 못한다. 시민 편익을 저해하면서 무엇을 얻었는지 알 수 없다. 과도한 정책으로 인해 시민들은 편리한 이동에 대한 기회를 박탈당했고, 교통 편익은 제자리걸음을 하고 있다.

과거 중국 어느 시에서 이륜차의 무분별한 운행을 막는다고 이륜차 운행 자체를 막아버린 바 있다. 당시 행정이 마비되고 시민들이 불편을 겪어 관련 규정이 철회됐는데, 구리시의 사례를 보며 중국의 사례가 떠올랐다. 문제점을 개선하기보다 아예 도입을 막아 구시대로 회귀했다는 점이 유사하다.

지난 2월 15일, PM법이 3년이 넘는 기간 동안 잠들어 있다가 이제야 국회 상임위 문턱을 넘었다. 법령 부재 상황에서 지자체가 민원과 안전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자체적으로 정책을 펴는 것은 바람직하다. 하지만 그 지향점이 상생이 아닌 일방적인 탄압으로 이어지는 것은 아쉬운 부분이다. PM법이 통과되면 상당 부분이 지자체 권한으로 넘어가게 된다. 지자체들은 업계와의 협력을 통해 다양한 실험을 하고 시민의 안전과 교통 편익을 동시에 제고할 수 있길 바란다.

PM 산업은 현재 기로에 서 있다. 현명한 판단을 위해 과거의 사례들을 되짚어 봐야 한다. 외국에서 많이 이용되는 우버가 왜 우리나라에선 금지됐는지, 기존 택시의 대안으로 각광받던 타다가 왜 눈물을 머금고 사업을 접을 수밖에 없었는지 생각해 볼 때다. PM이 같은 전철을 밟을지 곰곰이 생각해봐야 한다는 것이다.

또 하나의 악법으로 시민들이 피해를 보는 사례가 등장하지 않기를 바란다. 우리나라가 혁신 모빌리티의 불모지라는 오명을 벗고, 한국형 모빌리티 기술이 세계를 선도할 수 있을지 여부는 지자체들의 정책에 달려있다. 지자체의 각성을 촉구한다.

저작권자 © 시사저널e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