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학개미운동 이후 주주권리 인식 높아져
주주 움직임 확대에 긍정·부정 평가 상존
[시사저널e=이호길 기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기간 증시에 뛰어든 ‘동학개미운동’ 확산 이후, 소액주주들의 증가로 배당 확대와 이사 후보 추천 등 주주권리 행사 사례가 늘고 있다.
다음달 정기 주주총회 시즌을 앞두고 주주들의 목소리가 커지는 상황에서 주주자본주의 차원에서 바람직하단 견해와 함께 주가 급등락에 대한 우려가 동시에 나온다.
26일 한국주식투자자연합회(한투연)에 따르면 소액주주운동을 펼치고 있는 모임은 30개 이상이다. DB하이텍, 한국알콜, 광주신세계, 사조산업, 알테오젠, 휴마시스 등의 소액주주연대가 대표적으로 이들은 최근 주주제안을 회사에 전달하기도 했다.
DB하이텍 소액주주연대는 지난 14일 부천시 본사를 방문해 회사 IR 담당자와 면담하고 주주제안서를 제출했다. 올해 배당 성향을 16.6% 수준으로 확대하고, 회계사 자격증을 보유한 한승엽 홍익대 경영대학 교수를 사외이사로 임명해야 한단 내용 등이 담겼다.
코로나19 기간을 거치면서 주식 개인 투자자들이 늘어나고, 주주 권리에 대한 인식도 높아지면서 주주들의 요구사항을 회사에 전달하는 사례가 증가하고 있단 분석이다.
한국예탁결제원에 따르면 지난해 말 국내 상장 주식 소유자는 1384만명으로 1년 전보다 465만명(50.6%) 급증해 사상 처음으로 1000만명을 넘어섰다.
국내 주주제안으로는 후보 추천 안건이 가장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상장회사협의회에 따르면 지난해 정기와 임시 등을 모두 포함한 주총 중 주주제안이 제기된 회사는 41개사로 이중 후보 추천 내용이 25개사로 61%의 비중을 차지했다. 이어 정관 변경이 39%, 배당 및 자사주 취득 등이 34.1%, 이사 해임 건(14.6%)이 뒤를 이었다.
회사 경영을 견제하고 회계 투명성을 높이기 위해 적극적으로 참여하는 인물이 감사위원이나 사외이사로 합류하는 걸 기업이 부담스러워한단 점에서 소액주주연대가 후보 추천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이같은 주주행동에 대해선 긍정적·부정적 의견이 상존한다. 주주들의 주인 의식이 높아지면서 자본시장이 건강하게 발전할 수 있단 평가가 있는 반면, 기업 가치와 무관하게 주가가 널뛰기해 부작용이 발생할 수 있단 견해도 있다.
SBS 주가의 경우 최근 행동주의펀드인 얼라인파트너스자산운용(얼라인)이 회사 지분을 일부 보유했단 소문이 퍼지자 주가가 이틀 연속 5% 이상 급등했지만, 얼라인이 공개 캠페인을 벌일 계획이 없다고 발표하자 다시 10% 넘게 빠졌다.
일각에서는 주가 변동성이 높아져 일반 투자자들이 손실을 볼 수 있단 우려를 제기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