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부 50쌍 탄생해도 태어나는 아이는 39명 불과
2070년, 생산가능인구 넘어서는 노령인구
정부·국회, 대개혁 정책 연구·발표 필수 시점
[시사저널e=유호승 기자] ‘1+1=2’의 시대는 우리나라에서 끝난지 오래다. 둘만 낳아 잘 기르자던 1970년대 슬로건이 무색하게 현재는 ‘1+1-0.78’의 세상이다. 갈수록 낮아지는 출산율에 저출산을 넘어 ‘무출산’이란 단어까지 등장할 정도다.
1970년 출산율은 4.53명이었다. 그러나 지난해 출산율(여성 1명당 평균 출생아)은 0.8명대도 무너져 0.78명이 됐다. 즉, 남녀 성인 2명이 결혼해 평생 0.78명의 아이만 낳는다는 얘기다. 부부 50쌍(남녀 100명)이 탄생해도 태어나는 아이는 39명에 불과하다. 2018년 처음으로 1명 밑으로 떨어진 0.98을 기록한 이후 4년 만에 0.2명이나 더 줄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중 꼴찌다. 한국의 저출산 이슈는 주요 외신마저 우려할 정도로 심각할 사회문제로 대두되고 있다. 우리나라 다음으로 출산율이 낮은 국가는 이탈리아(1.24명)인데, 1명은 넘는 수준이다.
갈수록 낮아지는 출생률은 인구절벽을 넘어 인구재앙으로 번질 기세다.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해 5200만명이던 한국 인구는 2070년 들어 3800만명으로 급감한다.
65세 이상인 노령 인구도 국가경제를 책임지는 생산가능인구(15~64세)를 넘어설 것으로 보인다. 우리나라는 더 이상 젊고 생동감 넘치는 국가가 아닌 세계에서 가장 빠르게 나이를 먹는 나라로 전락하는 셈이다.
저출산 및 무출산은 우리 경제의 성장 잠재력을 추락시키는 것은 물론, 국민연금 재원 마련 등에 대해 미래 세대에 부담을 가중시키는 것을 의미한다. 또 생산가능인구가 줄면서 일할 사람마저 없어질 형국이다.
근로자 없는 시대의 징조는 곳곳에서 나타나고 있다. 국내 대표 산업인 조선·방산 등에선 일할 인력이 부족하다고 아우성이다. 청년층의 제조업 기피 현상도 있지만, 과거보다 눈에 띄게 줄어든 인구가 더 큰 문제다.
울며 겨자먹기로 외국인 근로자를 고용해, 빈 자리를 채우려 하지만 한계가 분명하다. 다른 국가 및 기업에서 더 많은 급여를 제시할 경우, 외국인 근로자들은 쉽게 한국을 떠날 수 있다. 임시방편이 아닌 무출산 등 인구재앙에 관한 근본적인 해결책이 필요한 시점이다.
그러나 인구 문제를 해결할 책임이 있는 정부와 국회는 뚜렷한 움직임을 보이지 않고 있다. 저출산 해소 대책으로 부모급여 지급 방안 등을 내놓았지만, 과거 정부가 실시한 정책을 재탕하는 수준에 불과하다.
더욱이 저출산 해결을 주도할 대통령 직속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는 정치적 문제에 부딪혀 제 기능을 수행하지 못하고 있다. 추진 방향 및 계획 등에 대해 ‘탁상공론’만 하는 모양새다. 실질적인 해결책 소식은 들리지 않는다.
정부와 국회 등은 정책보다 정쟁에만 집착해 저출산·무출산 문제에서 눈을 돌리면 안 된다. 국가를 구성하는 3대 요소는 영토와 주권, 국민이다. 국민 없이 국가는 존속할 수 없다. 당장 인구정책 개혁이 진행되지 않는다면 한국은 국가 기능을 제대로 수행하지 못할 가능성이 크다.
아이 울음소리가 동네 여기저기서 들리는 시대가 다시 도래해야 국가도 정부도 있다. 인구 없는 나라는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