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슬라, 2030년까지 4680 배터리 생산 공장 3TWh 규모 증설 계획
현대차·도요타도 전고체 배터리 내재화 목표
완성차업체 배터리 기술 내재화, 협상 무기로 작용 가능성

배터리 내재화 준비하는 완성차 업체들. /그래픽=정승아 디자이너
배터리 내재화 준비하는 완성차 업체들. /그래픽=정승아 디자이너

[시사저널e=정용석 기자] 완성차업체들이 '불가능한 도전'으로 여겨졌던 배터리 내재화에 본격적으로 나서고 있다. 그동안 대부분 완성차 업체들이 배터리 업계와 합작 투자 방식으로 부분 내재화를 추구해왔지만, 최근엔 원재료 확보, 기술 개발을 통해 자체 생산 준비에 나서는 모습이다. 다만 배터리업계 후발주자들이 겪고 있는 '수율' 문제를 극복할 수 있을지 미지수다.

◇테슬라·폭스바겐·도요타는 자체 생산 강화

22일 로이터 등 외신에 따르면 테슬라는 미국 캘리포니아와 텍사스 오스틴 공장에서 4680 배터리 셀의 생산을 늘리려 하고 있다고 전했다. 베를린 인근 배터리 공장에서 완제품을 생산하겠다는 계획을 중단하고 미국 내 생산량을 늘리겠다는 계획이다.

테슬라는 완성차업체 가운데 배터리 내재화 선두주자로 꼽힌다. 일찌감치 내재화를 선언하고 추가 공장 증설을 통해 자체 생산능력을 키워왔다. 전기차 가격의 40%를 차지하는 배터리를 자체 생산해 가격 경쟁력을 확보하겠다는 구상이다.

테슬라의 2030년 생산 설비 구축 목표는 3TWh에 이른다. 메리츠증권이 전망한 국내 1위 배터리업체 LG에너지솔루션의 2030년 글로벌 생산능력이 1.1TWh 수준이다. 테슬라의 자체 배터리 생산능력은 꾸준히 증가 추세다. 지난해 12월 테슬라는 공식 트위터에서 7일 동안 전기차 1000대에 사용할 수 있는 수량의 4680 배터리를 생산했다고 밝혔다.

생산 시설도 지속해서 늘리고 있다. 지난달 말 테슬라는 미국 네바다주 기가팩토리 인근에 36억달러(약 4조7000억원)를 투자해 전기차 배터리 공장과 전기트럭 '세미' 공장을 짓는다고 밝혔다.

배터리 내재화 움직임은 테슬라 뿐만 아니라 글로벌 완성차업체 대부분에서 관측된다. 직접 생산하느냐, 합작 투자를 통해 생산하느냐로 갈린다. 폭스바겐 또한 테슬라와 같이 자체 생산에 초점을 맞췄다. 스웨덴 노스볼트와 중국 궈쉬안 등 배터리업체의 지분을 인수하면서 배터리 양산에 나선다는 계획이다.

폭스바겐의 목표는 뚜렷하다. 2021년 자사 행사에서 2030년까지 유럽에 5개, 북미에 1개 공장 건설을 통한 총 240GWh의 연간 배터리 생산능력을 확보하겠다고 밝혔다. 계획은 현실화 단계로 넘어갔다. 최근에는 캐나다 온타리오주에 배터리 공장 건설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전기차 전환 속도가 늦다는 평가를 받아온 도요타도 배터리 내재화를 전면에 내세웠다. 그간 하이브리드 차를 만들면서 쌓아온 배터리 제조 능력을 활용하겠단 계획이다. 도요타는 일본에 4000억엔, 미국에 3300억엔 등 우리돈 7조원을 투자해 총 40GWh 규모의 생산능력을 확보할 방침이다. 2026년부터 미국 노스캐롤라이나주 배터리 공장에서 생산된 배터리가 도요타 전기차에 탑재된다. 

/사진=로이터
/사진=로이터

◇배터리업체간 합작투자 속 내재화 준비 진행 

테슬라와 폭스바겐을 제외한 완성차업체들은 대부분 배터리업계와 합작 투자 방식을 고집해왔다. 미국 포드와 제너럴 모터스(GM), 현대자동차 등이 대표적이다. 포드는 LG에너지솔루션,  SK온과 유럽·북미에서 합작공장을 세우는 방식으로 배터리를 '부분 내재화'하고 있다. GM 또한 LG에너지솔루션과 합작법인 얼티엄셀즈를 통해 배터리를 생산하고 있다. 현대차그룹은 인도네시아에선 LG에너지솔루션과, 미국에서는 지난해 12월 SK온과 손을 잡고 배터리 생산에 나설 계획이다.

다만 완성차 업계의 배터리 자체 생산을 위한 기술 개발은 여전히 현재 진행형이다. 포드는 1억8500만달러(약 2414억원)를 들여 미국 미시간주 남동부에 배터리 개발센터를 구축한다. 최근에는 포드 배터리 개발 인력이 한국을 찾아 협력업체를 물색한 것으로 알려졌다.

'꿈의 전지'라 불리는 전고체 배터리를 선점하기 위한 기술 개발도 한창이다. 현대차는 전고체 배터리를 탑재한 전기차를 2025년 시범 양산하고 2030년 본격 양산할 방침이다. 전고체 배터리 기술 면에서 가장 앞서 있다는 평가를 받는 도요타도 2030년 상용화를 목표로 전고체 배터리를 개발 중이다.

완성차업계가 배터리를 내재화하는 데 상당 기간이 소요되거나 실패에 이를 것이란 업계 시각도 있다. 이유는 '수율'(완성품 중 정상품 비율)에 있다. 배터리 신생업체들은 수율 안정화에 대한 노하우가 부족해 상당 기간 수율 문제로 애를 먹기 때문이다. 안정적 양산을 위해선 90%이상의 수율을 확보해야한다는 게 배터리업계 관계자의 설명이다. 

인력 확보도 쉽지 않다. LG에너지솔루션, 삼성SDI에 비해 후발주자인 SK온이 수율 문제를 겪는 건 인력 부족 때문이라는 분석이 많다. 

업계 관계자는 "완성차업체들이 배터리 관련 기술 개발을 하는 것과 대규모 공정을 유지하며 안정적 수율을 지켜내는 것은 다른 얘기"라며 "많은 업체들이 생산시설 증설을 미루고 있는 것도 시행착오에 따른 손실이 우려되기 때문이다. 배터리업계가 쌓아온 노하우를 단기간 쌓기란 어렵다"고 말했다.

완성차업체의 기술 내재화는 배터리업체와 협상에서 무기가 될 수 있다. 완성차업체가 언제든지 자체 생산에 나서는 움직임을 보일 수 있기 때문이다. 박철완 서정대 자동차학과 교수는 "배터리업체는 끊임없는 기술개발을 통해 완성차업체의 요구를 충족시켜야 하는 압박을 받을 수 있다"며 "성능과 품질, 가격 세 가지 문제가 장기화된다면 합작회사 관계가 위태로워질 수 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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