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고향세로 균형발전·기부문화 확성화 기대···지자체도 재정확충 도움 판단에 적극 홍보
“제도 시행으로 소멸대상지역 의존 높은 교부세 감소···농산물 답례품 소비 효과도 의문”
[시사저널e=최성근 기자] 정부가 올해부터 시행하는 고향사랑기부제가 정책 의도와 달리 역효과를 낼 수 있단 지적이 나온다. 지방세 과세 원칙에 위배되는 측면이 있고, 세수감소만 촉진하며 기부문화 확산과 지역균형발전에도 큰 도움이 되지 못할 것이란 우려다. 지역간 과도한 기부금 경쟁 조짐도 있어 조정기구 설치와 같은 예방책이 필요하단 조언도 제기된다.
16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정부는 올해 1월 1일부터 지방재정 확충과 균형발전을 위한 취지로 고향사랑기부제를 시행했다. 고향세로도 불리는 고향사랑기부제는 자신의 주소지가 아닌 지방자치단체에 연간 500만원 한도 내에서 일정 금액을 기부하면 세액 공제와 지역 답례품 제공등의 혜택을 받는 제도이다. 기부금액 10만원까지는 전액 세액공제되며 10만원 초과분은 16.5%를 공제받는다. 인터넷(고향사랑e음 사이트)과 지자체, 지정금융기관(농협)에서 기부할 수 있다.
고향사랑기부제는 시행된지 50일이 채 되지 않았지만 반향이 크단 평가다. 손흥민과 반기문 전 유엔사무총장 등 유명 인사들이 참여한 사실이 알려진 가운데 각 지자체들 또한 재정확충에 도움이 된단 판단하에 답례품 등 제도 홍보에 적극 나서고 있다. 중앙정부도 관련법 개정과 함께 ‘고향사랑의날’을 국가 기념일로 지정하기로 하는 등 제도 안착을 뒷받침하고 있다.
이같은 움직임 기저에는 고향사랑기부제가 제대로 정착되면 건전한 기부문화를 형성하고 어려운 지방재정과 지역 경제활성화에 도움이 될 것이란 기대가 깔려있다. 그러나 고향사랑기부제를 두고 우려의 목소리도 나온다. 이날 서울 서초구 한국세무사회관에서 ‘고향사랑기부제의 성공적 정착을 위한 제도 개선방안’을 주제로 열린 세무포럼에서는 고향사랑기부제가 지방세 운영원칙에 위배되고 지역소멸 완화 효과가 미미하단 비판이 제기됐다. 시행 초기이다 보니 제도상 보완이 필요하단 지적도 나왔다.
김홍환 한국지방세연구원 연구위원은 일본 고향납세제도에서 제기되는 문제점을 근거로 고향사랑기부제가 지방세 운영 원칙과 맞지 않다고 지적했다. 김 위원은 “고향에 대한 정의, 적용대상이 명확하지 않을 수 있고, 응익원칙에 근거한 과세 원칙에 위배되며 기존의 세목과 다른 특성을 가진 세목이 추가되면서 지자체 세무행정 부담이 커질 가능성이 높다”며 “지방재정 확보를 통한 지방정부 활성화, 지자체간 수직적, 수평적 재정격차를 해소할 대책이 아니다”고 말했다.
자치구 세액공제에도 문제가 있단 분석이다. 김 위원은 “소득세는 국세의 지방 이전이고 개인지방소득세는 지방세의 지방 이전인데 개인지방소득세는 특광역시세란 점이 문제”라며 “군 주민이 자치구에 기부할 경우 지방소득세가 기부된 자치구로 이전될 수 있으나 자치구 주민이 군 지역에 기부하면 자치구는 지방소득세가 없으므로 조정교부금이나 등록세, 재산세 같은 타 재원으로 해당 기부금분을 이전시켜야 한다”고 말했다. 고향사랑기부제 목적이 소득세의 이전인데 자치구에서는 이런 구조가 형성되지 않는단 지적이다.
인구소멸이 빠르게 진행되는 상황을 봤을 때 고향사랑기부제가 세수 감소만 촉진시킬 뿐 균형발전, 기부문화 확산과 연계되긴 어려운 구조란 비판도 나왔다.
김현아 한국조세재정연구원 재정정책연구실장은 “제도 도입으로 지자체 입장에서는 교부세는 감소하고 답례품 개발 관련 예산소요와 민원이 발생하게 된다. 소멸예상지역일수록 교부세 의존도가 높다”며 “수도권 지역 거주민들이 주 이용대상이라고 보면 수도권 지역 주민의 세액감소만 발생할 뿐 지역소멸지역의 균형발전 재원에는 부작용이 발생한단 의미”라고 말했다.
이어 “고향사랑기부제로 인한 농수산물 판로개척, 답례품 개발에 따른 청년 일자리 창출, 귀농 효과는 나타나기 어렵다”며 “이는 기존 소비자들의 농수산물 소비를 증가시킬 것을 전제로 하는데 해당 지역 답례품만큼 기존 구입 농수산물은 감소하는 것을 의미하므로 기존 다른 농수산물 부분 감소분을 상쇄해 감안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기부금 모집 경쟁이 과열되면서 지역간 갈등이 생길 수 있어 예방책을 마련해야 한단 지적도 있었다. 유치경쟁 예방을 위해 조정기구를 설치 운영하고 불법 기부금 모집을 위반할 경우 지자체 기부제한을 강화해야 한단 조언이다.
기부모집 주체와 대상을 확대하고 기부촉진을 위한 세액공제와 기부상한선을 올려야 한단 주장도 제기됐다. 현재 고향사랑기부제는 법인이 아닌 개인만 기부할 수 있고 주소지는 기부 대상에서 빠져있다.
구광회 대구지방세무사회장은 “기부 증대방안으로 기업기부제를 도입하고 거주지를 기부지역으로 포함하며, 절차 간소화와 답례품 선정, 세액공제 운영 등 기부자의 편리성을 높이기 위한 플랫폼을 국축할 필요가 있다”며 “재정자립도 하위 지자체에 대한 지역간 재정격차 해소를 위해 세액공제율을 차등적용해야 한다”고 말했다.
수도권, 광역시 지역의 세액공제에 따른 재정감소분 국고 지원은 소득세액 공제 정도를 보고 파악하는 것이 바람직하단 분석이다. 김 실장은 “지자체 스스로 사업활성화를 유도하고 이에 따른 지방소득세 세액공제 부분 확대를 통한 지자체 유인 활성화가 관건이며 핵심”이라고 말했다.